울산 영남알프스 얼음골 루트를 통한 천황산, 사자평 즐기기
- 재약산 부근도 찬황산 방면으로 전면 통제
- 천황산과 재약산을 잇는 합법적인 루트를 답사 후 소개하기로
 통제구간 |
산불방지통제구간으로 묶인 배내고개에서 능동산을 올라 천황산으로 향하는 구간, 결국은 천황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밀양 방면에서 오르거나 죽전마을 등에서 올라 밀양방면(표충사, 얼음골 등)으로 내려가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어차피 한국고갯길 1일차의 야영지는 죽전마을의 캠핑장이다. 즉 도착지는 정해졌으니 합법적으로 천황산을 지나 죽전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표충사에서 오르는 방면은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코스로 잠시 뒤로 밀어넣어둔다. 그렇다면 얼음골? 얼음골에서는 천황산 능선까지 케이블카가 운영된다. 그 멋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까? 하기만 케이블카는 탄 후 케이블카를 통해 하산해야 한다. 물론 내려가는 표를 포기하면 된다지만 그런 돈 낭비는 하고 싶지 않다.
두 다리로 온전히 오를 수 있다면 얼음골 등반 코스로 천황산 능선까지 갈 수 있기는 하다. 단, 난이도는 꽤나 올라갈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한 번 해보자, 길은 분명 있으니 마음먹은대로, 체력이 허락한다면야 안 될 것 없다란 생각으로 그렇게 자정에 경기도 북쪽에서 얼밀양 얼음골로 향했다.
 동이 트고 얼마 후, 얼음골을 오르기 시작한다. |
얼음골 주차장에 도착한 시작은 새벽 4시 40분 경, 차량 지원을 위해 밤새 운전한 행사담당 직원의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이다. 그렇게 둘 다 해가 뜰 때까지 차 안에서 몸을 누인다.
얼음골 아니랄까봐, 아니, 얼음골이 아니라 해도 이맘때에 산 속에서 차에 몸을 누이기란 쉽잖다. 삽시간에 떨어지는 온도 탓에 자는건지 깨어있는건지 모를 시간들이 흐른다.
중간중간 잠시 눈을 떠 바깥의 밝기를 확인한다. 그러다가 까뭇 잠이 살짝 들었을까, 후다닥 일어나보니 어느새 주변이 밝다. 시간은 06시 55분, 일어나 몸을 풀고 얼음골을 오를 준비를 마친다. 그렇게 07시 10분에 얼음골로 향하는 계단을 들어선다.
그 계단 뒤로 보이는 천황산 자락. 거진 치고 오르는 코스이다. 헛웃음이 나오지만 사람잡을 길이 아니란 것은 미리 조사한 바로 확인된다. 사실, 가장 큰 걱정은 진불암 방면의 길(등산지도상 점선부분)이 관리가 되고 잘 걷거나 찾을 수 있는 길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저 데크를 건너면 본격적인 얼음골 산행의 시작이다. |
철제계단을 지나 문을 닫은 리조트 방면으로 도로를 따라 오르면 곧 매표소를 만난다. 이른 아침인지라 매표소는 열려있다. 바로 위에 위치한 공중 화장실의 위치를 체크하고 오르막길을 이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찰을 만난다. 이 크지 않은 사찰은 천황사로 얼음골을 통해 천황산을 오르는 이라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절이다. 규모는 작더라도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석불좌상(보물1213호)을 품고 있다. 다만 이른시간이라 법당 안을 구경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천황사를 둘러본 후 오르는 방면으로 우측으로 난 나무데크 다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얼음골 등산의 시작이다.
 천연기념물 제224호 얼음골 결빙지 |
오르막 초입에서 곧 만나게 되는 천연기념물 제224호 얼음골 결빙지. 이 골짜기에 "얼음골"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이유인 곳이다.
이 곳의 바위 틈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한 여름에도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하다고 하며 또한 한 겨울에는 따듯한 바람이 불어 많은 이들에게 의문을 자아낸다고 한다. 답사 당시는 11월 중순에 들어설 무렵이었으며 새벽내내 떨어진 기온 탓일까, 얼음골 바위 틈 사이로는 얼음이 껴 있었다. 확실히 아직 한겨울은 아니었는지 따듯한 바람이 나올 때는 아닌 듯 싶었다.
물론 따듯한 바람이 나오지 않더라도 이미 오르막을 시작한 등산객들은 벌써 체온이 올라가고 있었음이라.
얼음골 결빙지를 사진으로 남긴 후 우측에 위치한 오르막을 통해 계속 올라가기로 한다. 좌측의 산길로는 가마불폭포 방면으로 향할 수 있으나 낙석 위험으로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다.
 점점 가파른 너덜지대를 오르게 된다. |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것은 왜일까? |
 땀을 한 바가지 쏟은 후 잠시 쉬다. |
오르막은 점점 더 거칠어진다. 바위계단은 어느새 너덜지대로 바뀌고 경사도는 올라간다. 그 너덜지대도 점점 바위와 바위 사이의 높이가 조금씩 높아진다.
뚝뚝 떨어지는것은 그동안 나태했던 육신에 대한 채찍질이다. 정신은 고되었다 해도 몸은 늘 굳어져있었다. 그렇게 굳어진 몸, 몸 속의 마디 하나하나에 윤활유를 칠하는 작업이다. 둔중한 기계가 간신히 돌아가듯, 이렇게 떨어지는 땀은 녹 슨 기계의 녹가루나 다름없다.
서넛이서 걸터 앉을 정도의 평탄한 바위에 털썩 주저앉아 올라온 길과 풍경을 가늠한다. 아무리 그래도 두 다리로 영남알프스를 오르는 데에 편안한 길은 없다. 그 중에서도 이 얼음골은 모르면 몰라도 꽤나 고단한 루트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가쁘게 내쉬는 숨결 속에서 조금은 뿌듯함도 묻어난다.
산중 홀로 너덜지대를 오르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여명이 밝아오며 푸른 하늘이 선명해진다. 정신도 그만치나 깨어난다.
 절대 속으면 안되는 계단 |
허준이 스승 유의태를 해부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동의굴을 지나면 거진 7~8부 능선은 온 셈이다. 여태도 그다지 쉬운 길이 아니었건만 갑자기 난이도가 후욱 올라간다. 가끔은 손을 쓰기도 하면서 거친 너덜지대를 오른다. 말 그대로 "참회의 길"이다. 내가 죄인이니 벌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오른다.
그래도 사람이 조금씩 오르면 못 오를리 없다. 점점 하늘이 가까워지고 능선이 눈 앞으로 다가온다. 발걸음에도 힘이 들어간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보니 정상께에 계단이 나타난다.
사실 사전조사를 하면서 이 계단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루트로 올랐던 수많은 선답자들이 능선, 그리고 하늘과 맞닿은(듯 한) 이 곳에 도착, 계단을 오르며 "드디어 천황산에..."하고 마음을 놓다가 약 20여 분을 힘들게 더 올라가며 한탄을 했던 기록을 읽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 저 철계단이 보이면 정말로 15~20분이면 끝이다. 일종의 이정표인 셈이다.
그래도 그렇지, 막판에 반갑게 만난 인공구조물(?)이건만 짧은 계단 이후로 이어지는 오르막은 너덜지대는 아니지만 꽤나 된비알이다. 알고 올라도 힘든데, 그걸 모르고 올랐던 이들은 낭패감까지 더해져 정말 화가 났을 것이다.
 드디어 천황산 능선을 만나다. |
드디어 천황산 능선을 만나다.
이렇게 약 2시간 정도 올라 천황산 능선을 만났으면 오늘 힘든 것은 다 한 셈이다. 이젠 산들산들 능선따라 천황산과 천황재까지, 올곧은 길만 바라보며 갈 수 있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나를 위로한다.
 저 멀리 보이는 천황산 정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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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천황산 정상이 보인다. 능선을 걷고 있는 지금, 깨나 멀리 떨어져 보이는 천황산까지의 높이가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큰 염려가 없다. 이미 작년에 죽전마을에서 올라 사자평 - 재약산 - 천황산 - 능동산 - 배내고개까지 걸은 경험이 있다. 정말 놀랍게도 거의 평지를 걷는 듯 한 느낌으로 그렇게 걷다보면 얼음골/배내고개 방면에서는 쉽게 천황산 정상까지 갈 수 있다.
전기톱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산림 정비를 하시는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힘차게 걸어간다. 말은 그렇지만 꽤나 어기적어기적, 땀이 범벅이 되어 걷는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늦가을 영남 알프스의 산하 |
 정상 직전, 걸어올라온 길을 되돌아 보다. |
 천황산 정상에서 |
천황산 정상에 서다.
이 영남알프스는 꼭 이쪽 능동산 - 천황산 - 재약산 구간 뿐만 아니라 맞은편의 배내봉 - 간월산 - 신불산 - 영취산 라인을 걷더라도 항상 뒤를 돌아보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걸어온 길을 확인할 수 있는 너른 전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난 길을 더듬으로 "저렇게나 왔던가..."하며 숨을 가라앉히고 묵묵히 잠시 쉬어 그 여정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각 봉의 정상에서는 더더욱이 이런 감상이 진해진다.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펼쳐지는 그 여정의 중심, 거대하게 펼쳐진 산하 앞에서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안은채 한 없이 작은 존재임을 느끼지만 그 존재의 단단함을 뿌듯해 할 수 있는 만족감을 준다.
그래서 난 영남알프스와 두륜산을 사랑한다.
 사자봉을 담아본다. |
 저 아래 천황재가 보인다. |
천황산 정상에 서서 가방과 등산스틱을 놓고 인증사진을 찍는다. 먼저 오신 어르신이 "사진 함 찍어주까예?"하고 웃으신다. 인물이 변변치 않아 같이 찍히는 정상비가 화낸다고 가볍게 웃음을 드린다. 그 분의 인증사진을 찍어드린 후 인사를 드리고 천황재 방면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작년 답사 때, 3년 전 울릉도/독도 여행때 여정을 함께 했던 선생님 한 분이 계셨는데 딱 이 천황재에서 천황산을 오르는 초입에서 맞닥뜨린 일이 있다.
지금의 나처럼 그 분은 내려가셨고 난 재약산을 넘어 올라오던 길이었다. 날씨가 궂은 날이었고 게다가 평일이었는데 세상 그 많은 산에서 그 능선, 그 계단에서 서로 오고가다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잠시 그 계단, 그 장소에 서서 인연의 기막힘을 되새긴다.
 진불암 방면으로 나아간다. |
 갈대와 조릿대의 경계 사이로 |
천황재에 내려와 테이블에 앉아 잠시 쉰다. 가져온 이온음료와 에너지바 등으로 배를 채우고 숨을 돌린다.
천황산 능선부에 오르며 힘든 것은 다 끝냈다지만, 나에겐 아직 미지의 루트를 확인해야 할 임무가 있다. 과연 그 길이 제대로 된, 즉 트레킹 행사를 할 만한 길인가 아닌가를 판단해야 한다. 자칫하면 소득이 없이 되돌아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구간을 찾아야 한다.
 확인해야 할 점선 구간 |
잘 될것이라 믿지만 사실 나는 웹의 지도상에 선으로 나타난 등산로 표시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 강화도의 몇 산들을 이어서 오를 때, 진안의 어느 산들을 올랐을 때 그 등산로 표시들이 얼마나 허술한지, 그리고 설령 실제로 길이 있다 하더라도 얼마나 관리가 안되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떻든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가봐야 하기에 무릅쓰고 가야 한다.
 내려가다가 진불암 표식을 따라 빠진다. |
 진불암을 향해 걷다가 본 멋진 풍경 |
내원암/표충사 방면으로 내려가다보면 곧 좌측으로 진불암을 가리키는 안내판을 만나게 된다. 철제 계단이 가파르게 아래를 향해 있다. 결국 재약산을 돌아 사자평으로 나아가야 하는 일정이라 이만치나 내려감은 그만치나 올라가야 함을 의미하므로 내리막이 반갑지만은 않다.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면 좁은 산책로가 이어진다. 재약산의 정상, 그 까마득한 벼랑 믙에 위치한 작은 암자인 진불암, 가는 길 또한 지극히 소박하고 또 조용하다. 얼음골을 오르는 길이 "참회의 길"이라면 진불암을 향해 가는 길은 "사색의 길"이 될 것이다.
중간중간 사람 한 명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산의 기운을 받으며 명산을 할 만한 바위들이 나타난다. 그런 참선 포인트마다 멈추어 서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본다. 어느 곳에서는 탄성마저 흘러나왔다.
"참 사진 찍기 좋은 곳이네..."
 이틀 후, 그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은 한국고갯길 참가자 |
아니나 다를까, 한국고갯길 행사의 수 많은 참가자들이 그 바위에서 멋진 기념사진을 남겼더랬다. 역시나 사람 눈은 다 비슷한가보다.
 작은 사찰 진불암 |
 본당과 창고 사이로 길이 있더라. |
진불암은 참 작은 사찰이었다. 댓돌에 흰 고무신이 놓여있지만 인적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사찰이었다. 잠시 그 댓돌에 앉아 햇볕을 쐬며 쉬어도 누구 하나 만날 수 없는 고요 속의 사찰이었다. 초라한 해우소의 열려진 문 만큼이나 속을 다 내보이는, 그런 암자였다.
그 암자에서 잠시 등산앱의 기록을 멈춘다. 암자 바로 아래에 나 있는 내리막(표충사 방향)을 따라 옆비탈로 치고 가는지, 혹은 창고 뒤로 가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 때문이다. 먼저 시멘트로 발라진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작은 텃밭을 지나 쓰지 않는 벌통등을 비켜 비탈로 나아가 보다가 여기는 길이 될 수 없겠구나... 하고 되돌아온다.
창고 뒤로 길이 있을까? 일단 부처님오신날 등이 듬성듬성 나무에 매달려 있는게 얼핏 보이는데. 길이 이것이 맞을까? 아무런 길 안내 표식이 없으니 난감할 따름이다. 일단은 암자 본당과 창고 사이의 좁은 틈을 지나가 본다.
길이 맞다.
 천천히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재약산과 사자평 갈림길을 만난다. |
 재약산의 풍경 |
오르막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다보면 어느세 재약산과 사자평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에서는 표지판이 '표충사'로 되어있는 임도 내리막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재약산을 오른다면 표지판을 따라 오른 후 하산하여 사자평을 만나도 좋다. 이쪽 구간은 산불방지통제구간에 속해있지 않다.
재약산은 작년에 답사를 하고 정상을 충분히 봤기에 여기에서는 "선택지"로 남겨두기로 한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재약산을 오를 수 있게끔, 그렇지 않다면 다음을 기약하고 사자평을 충분히 즐기고 내려올 수 있게끔... 산에서 해는 빨리 지고 자칫하는 사이 시간이 자신의 예상보다 지체될 수 있기에 이 부분은 참가자의 선택지로 두자.
 사자평에는 이렇게 습지 곳곳에 산책 데크가 잘 조성되어 있다. |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만나는 전망대 |
임도를 내려와 드디어 사자평을 만난다. 이미 늦가을이라 갈대는 바짝 말라있지만 그 황금색 색채만큼은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바람을 따라 몸을 부딪히며 내는 그 소리가 시원함을 배가시킨다.
곳곳이 야자매트가 깔려있거나 흙길로 잘 조성되어있지만 데크를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산책로도 보인다. 몇 곳은 식목 및 산림보호의 이유로 통제된 진입로도 있어 데크 위주로 답사를 이어간다.
산불감시초소에 걸터앉아 쉬노라니 문이 열리며 감시요원인 어르신이 나온다. 함께 한동안 영남알프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여전히 몰래 백패킹 캠핑을 하는 이들때문에 난리란다. 내 가방에 야영장비가 없음을 깨닫고는 표정이 한결 풀어지신다.
얼음골에서 올라왔다니 케이블카 탈 만 하다며 웃으신다. 걸어서 올라왔다고 하니 믿지 않으시기에 앱에 녹화된 기록과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이후 앱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어르신을 위해 앱을 설치해드리고 간단한 사용법을 설명드리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오늘 여정이 저물어간다. 늦가을 햇살이 따사롭다. |
 죽전마을 삼거리에서 죽전마을로 |
죽전마을 방향을 잡고 나아간다. 조금은 흐드러진 갈대를 헤치고 나아가는 길이다. 죽전마을 삼거리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죽전마을 삼거리라 해서 거나한 것이 아니다. 여느 산의 등산로 갈림이 다 그렇듯 사람 하나 지나가는 길이다. 계속 나아가면 향로산 방면이고 아래로 내려가면 죽전마을이다.
사실 얼음골을 올라오는 것 만큼이나 힘든 것이 바로 이 죽전 마을 삼거리에서 죽전마을로 내려가는 내리막이다. 약 1.8km의 이 내리막은 미끄럽고 험하기로 유명하다. 그 험하다는 것이 밧줄을 잡거나 암릉을 조심스레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예까지 오면 체력도 다 소진된 상태에서 경사가 심한 흙길을, 그 돌이 구르고 나무 등걸이 반질반질한 미끄러운 길을 내려간다는 것이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아무리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듯 한 그 길이, 사실 작년 답사때에는 역방향으로 치고 올라왔었는데 정말로 아침부터 땀을 비오듯 흘리며 죽전마을 삼거리에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 오르막 여정이 짧지만 하도 굵어서, 이후 재약산, 천황산을 웃으며 넘게 되었는데 올해에는 그 반대로 꽤나 체력을 소진한 상태에서 내리막을 만나버리게 된 셈이다.
그래도 내리막이잖느냐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약 두어 번 엉덩방아를 찧고 내려온다.
 드디어 펜션단지에 도착하다. |
펜션단지의 포장된 길로 뛰어내린다.
드디어 금일 답사를 마쳤다. 돌이켜보면 크게 어려운 부분도 없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도 아니지만 거의 잠을 못 잔 몸과 급하게 확인하고 코스를 수정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오히려 더 마음을 촉박하게 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그래도 내년에도 또한 이렇게 산불방지통제구간이 걸리더라도, 합법적으로 천황산을 올라 재약산을 지나 죽전마을로 내려올 수 있는 구간을 확실하게 기록해 두었다는 것은 큰 의미이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의 3박4일에 걸친 영남알프스 답사기간 동안 거의 계속내린 비로 맑은 풍경을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 했는데, 이번 답사에서야 그 너른 산군과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었다.
역시, 늦가을 영남알프스는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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