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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투어리즘과 걷기여행

오버투어리즘과 걷기여행

관광객을 적대시하는 문구 / 사진출처 : theconversation.com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문제는 그 말이 가진 뜻이 여행자들에게는 꽤나 불친절한, 아니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여행이란 즐기는 이에게 있어서는 매우 귀중한 투자다. 계획을 짜기까지의 시간, 필요한 물품과 교통편, 숙박, 숙식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 일정 자체에 대한 기회비용까지 합산한다면 여행자들은 정말로 자신의 만족을 위해 큰 값을 치르는 것이다. 여기에 있어서 만족에 해당하는 것은 그 여행지의 풍경, 맛있는 음식, 서비스, 휴식을 통한 정신적 재충전이 포함된다. 그것 전체는 ‘현지’에서 제공하는 것들이다. 그렇게 스스로 선택한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즐기고 그로인한 소비는 관광지의 경제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요즘들어 그 선순환 구조가 삐걱대면서 오히려 관광을 반대하고 관광지에서 탈피하고픈 현지인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수상도시’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베니스)는 신규 호텔의 건축을 법률로 금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를 찾은 당일치기 여행객, 크루즈 입항객들에게 1인당 3유로의 ‘도시입장료’를 5월부터 받을 예정이다. 성수기에는 8~10유로로 올릴 예정이라 하니 4인 가족이 성수기에 온다면 4~5만원을 도시 입장료로만 내는 셈이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식당들은 높아지는 월세를 감당못해 사라졌고 그 자리를 관광객들을 위해 터무니 없는 가격을 받는 고급 레스토랑들이 들어섰다. 식료품점은 사라지고 기념품점이 생기면서 주민들은 생필품을 사기위해 더욱 먼 곳으로 가야한다. 그 분노는 고스란히 관광객들을 향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선택한 여행지에서 차가운 눈쌀과 불친절, 과도한 요금을 받는 관광객들은 그 여행지에 대한 기억이 좋을리 만무하다.

 

일본 교토의 경우도 몸살이다. 고즈넉하고 도시 전체가 유산이라 부를 정도로 문화재도 많은 이 곳은 더 이상 관광객들을 환영하는 도시가 아니다. 현지인들은 관광객들로 미어터진 버스와 도로 때문에 출근길에 지각을 하게 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떠들고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로 인해 골목마다 각국어로 공중도덕을 지켜달라는 호소문이 붙여진다. 교토시 당국은 교토패스 등 다양한 저가형 교통티켓에 대한 요금을 인상하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오사카의 경우도 해산물시장의 상품가격이 몇 년새 2배가 올랐다. 값 싸고 신선한 해산물을 찾던 현지인들의 발길은 끊긴지 오래이다. 우메다 스카이 빌딩은 7년사이 3배로 늘어난 관광객들 때문에 입장료를 두 배로 올렸다. 그렇게 관광객이 몰리는 동안 일본 국내 관광객은 3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공원의 커다란 바위에 페인트로 “TOURIST! YOUR LUXURY TRIP, MY DAILY MISERY”라 쓰여진 사진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런 ‘유명한’ 관광지에서 벌어지는 오버투어리즘과 ‘길 여행’이 무슨 관계냐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길 여행 또한 오버투어리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만 하더라도 몰려드는 여행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순례자들을 위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저렴한 알베르게는 단체관광객들로 들썩이고 있다. 아직은 주변의 물가는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지만 예전보다 순례길을 찾는 이들을 위한 호텔과 식당들이 마을마다 새로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당장은 그것이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 하는 역할에 일조하겠지만 마을의 예전 풍경은 이젠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마추픽추의 잉카 트레일도 하루 인원을 제한하는 것의 가장 큰 이유는 무작정 몰려든 트레킹 인구들로 인한 관광지와 유적지의 훼손에 있다고 한다. 거기에 준비를 갖추지 않은 트레킹 마니아들의 사고 등이 더해지면서 결국 인원수를 제한하고 정해진 루트와 인원, 준비로만 퍼밋을 받게 되었다.

 

국내로 시선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강화나들길이나 제주올레길 등 다양한 국내 길들의 구간이 종종 바뀌는 이유 중 하나도 민원에 의한 것이다. 처음 길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연 구간이 결국 몰려드는 걷기 여행객이 주는 번잡함과 다양한 민폐(쓰레기, 고성, 음주, 농작물 훼손, 무단 촬영, 사유지 침범 등)로 인해 다시 닫히게 된 것이다. 그럼 그 곳을 피해 새로이 길을 잇고 또 고지를 해야하는 수고가 따른다.

 

꽤나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사랑을 받던 서울의 이화동 벽화마을이나 북촌 한옥마을, 통영 동피랑마을 등의 관광지도 같은 사례가 속출한다. 마을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포토존인 천사의 날개 벽화를 마을 주민들이 지워버린 것에 대해서 그 누구도 속사정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오버투어리즘과 걷기여행

트레킹도 오버투어리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사진 출처 : CNN

걷기 여행은 기존의 다른 여행보다도 그 지역의 품 속을 더 파고드는 여행이다. 유명한 관광지나 볼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발걸음과 시선은 굳이 그것을 쫓지 않는다. 오히려 마을과 마을을 지나며 그 풍경에 취하고 일하는 어르신의 구부정한 등을 쫓는다. 어디에서 지정한 ‘100대 명산’과는 상관없는 지역의 작은 산이라도 그 임도가 주는 운치에 젖고 자연에 빠지며 걷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참 불편한 여행’이라는 시선도 뒤따른다.

 

그래서일까, 간혹 보면 걷는 여행을 즐기는 이들 가운데 약간은 우려할 만한 시선을 가진 이들을 본다. 바로 그런 불편함을 핑계로 길의 가치를 흐리고 지역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이들이다. 여행지를 선택한 것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일진대 불편한 교통과 편의시설에 대한 상세한 파악도 없이 찾아와 그 길의 의미를 평가절하 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70%인데다 기본적으로 둘레길이라는 것은 시내의 번화가를 지나는 경우가 극히 드문 편이다. 물론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그 길을 관리하고 홍보하는 이들이 당연히 가져야 할 의무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산자락이나 임도를 걷는 이들이라면 최소한의 행동식(비상식)과 물은 스스로 챙겨야 함이 옳다. ‘길의 관리’에서도 ‘식당’이나 ‘편의점’을 걷는 이를 위해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런 부분에 대한 부족함을 이해,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며 아예 취사도구를 가지고 오는 여행객들도 있다. 얼마전에도 천마지맥의 한 구간에서 단체로 육개장을 끓이는 무리들을 본 일이 있다. 크게 산불이 날 수 있는 건조한 날씨 속에서 당당히 법을 어기고 있는 이들을 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산 밑에 터전을 일군 마을주민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도 하기 어렵다.

 

농작물의 훼손은 덤이다. 힘들게 지방을 온 김에 시골의 정을 느끼고 싶다며 주민들이 심어놓은 농작물을 따서 가방에 넣거나 입에 가져간다. 그것에 대해 주민들이 항의를 하면 ‘옛날에는 시골이 참 정이 많고 넉넉했는데 요즘은 도시보다 더 하다.’고 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렇게 점점 둘레길을 걷는 이들에 대한 시선도 조금씩 차가워짐을 느낀다. 이렇게 가다가는 전국의 수 많은 둘레길이 ‘관리가 안돼 사라지는 길’과 ‘사람이 많이 와 몸살을 앓는 길’로만 나뉘어질까 두렵다.

 

걷는 이여, 그 길 위를 걷는 그대는 그 길의 주인공일지언정 주인은 아님을 기억하라. 또한 주인은 아닐지언정 주인의식은 가져야 함도 기억하라. 주인의식이란 것이 별 것이 아니다. 마치 내 것인양 아끼고 관리하고 돌보는 의식을 말 한다.

 

흔히 ‘오지’라 불리는 지역에 위치한 길을 가며 지역 주민들을 만나다보면 워낙 그 길을 걷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외지인의 등장을 반가워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수확중인 오이나 사과를 따 주기도 하고 시원하게 얼린 물병 하나를 건네주기도 한다. 그것들은 찾아온 이를 환대하는 마음이 주는 고마운 선물이지 찾아와서 황송하다며 올리는 진상품이 아니다.

 

우리가 그 길을 걷고 즐기는 만큼 다른 이들의 삶의 공간과 터전에 들어왔음을 인지하도록 하자. 그래서 마음을 조금만 더 곧추세운다면 분명 그 길과 그 길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은 당신을 배려할 것이다.

 

이제 막 꽃 피우기 시작한 둘레길 문화, 벌써부터 여러가지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거기에 오버투어리즘마저 끼여든다면 더는 설 자리가 없을 지 모른다. 길의 주체가 길을 내 주지 않겠다면 애시당초 둘레길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by 장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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