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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륜산 도립공원 3봉과 대흥사 ~ 덕흥리까지

해남군 역사로드

해남군과의 인연은 해마다, 연초마다 이어지고 있다. 게으른 연말과 바쁜 연초, 그 두 세달의 동계기간동안 나태해지고 책상에만 앉아 굳어진 몸을 사정없이(?) 일깨워주는 곳이 해남이다. 작년에도 1월달 하반기를 통째로 해남에서 보내며 달마고도, 땅끝천년숲옛길은 물론, 그 달마산 능선까지 종주(달마산의 산세를 보노라면 정말로 종주라는 단어가 맞다고 생각한다.) 종주하며 굳어진 종아리를 두들겨깨웠다. 보기힘들다던 폭설은 보너스이다.


올해의 첫 답사도 해남군으로 시작한다. 그 첫 번째 여정은 해남군에서 한국고갯길 투어 (KHT TOUR)를 위해 자체답사를 거쳐 준비한 ‘해남군 역사로드’ 1일차 코스이다. 두륜산의 멋드러진 삼봉(노승봉, 가련봉, 두륜봉)을 만난 후 명사찰 대흥사를 지나 천년숲 옛길을 따라 덕흥리로 내려와 최종 도착지인 구수골계곡(봉동계곡)에서 마무리되는 코스이다.


물론 한국고갯길 투어 (KHT TOUR)의 정식 코스는 시간상 본 답사에서 약간의 편집을 가할 예정이다.

출발지인 오소재약수터. 저멀리 노승봉이 보인다.

오소재약수터의 모습. 시원한 물맛이 좋다.

출발지를 찾다보면 온라인상에 ‘오소재쉼터’라 나와있는 곳이 많다. 오소재쉼터 정자뒤로 올라가 너덜지대를 올라가 통천문을 지나 로프를 타고 노승봉으로 향하는 코스가 있지만 그보다는 오소재쉼터에서 약 5분 정도 떨어진 오소재약수터에서 오심재삼거리를 통해 노승봉으로 향하는 코스를 선택하기로 한다.


아무래도 오소재쉼터는 차량을 가져올 시 주차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주차의 편의상, 그리고 무엇보다 시원한 물을 받아갈 수 있기에 ‘오소재약수터’로 오는것이 좋을 듯 하다. (길의 난이도 또한 오소재약수터에서의 진입이 훨씬 쉬운 편이다.)

오심재삼거리 올라가는 길의 돌무덤

오심재삼거리에서. 우측의 봉우리는 고계봉이다.

오심재삼거리까지 오르는 길은 잘 닦여져 있어 꽤 걷기 좋은 길이다. 다만 오르막길이므로 꾸준히 오르다보면 어느정도 예열이 된다. 숨이 찰 때 즈음하여 눈 앞에 매우 너른 평지가 나타난다. 깜짝 놀랄 정도의 규모인지라 원래부터 자연스레 조성된 분지인지, 별도로 인공 조성한 분지인지 궁금하다.


이 너른 분지가 ‘오심재’로 고계봉과 노승봉 사이에 위치한 고개로 옛적부터 오소재 방면에서 대흥사로 넘어가는 고개였다고 한다. 강진으로 통한다하여 강진재라고도 불렸으니 분지의 너름과는 별개로 고개 자체는 매우 옛날부터 중요한 길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나저나 오심(悟心)이라니, 벌써 천년고찰 대흥사의 내음이 풍겨오는 듯 하다. ​오심재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고계봉으로 두륜산케이블카의 도착지점이기도 하다. 오심재에서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존재하는 듯 하나 정식으로 소개되어있는 등산로는 아니다. 또한 고계봉까지 넣기엔 하루일정으로 큰 무리가 있고 올랐다가 되돌아와야 하는 불필요한 수고가 동반되기에 제외하기로 한다.

흔들바위. 옛 문헌에도 등장하는 두륜산의 명물이다.

헬기장에 도착, 건너편으로 노승봉으로 오르는 길이 나 있다.

오심재삼거리에서 숨을 돌린 후 노승봉 방향 안내판을 따라 오른다. 길은 외갈래이기에 헷갈릴 일은 없다. 다만 이제부터는 경사가 확실히 어느 정도 오름이 있다.


땀을 훔칠 때 즈음하여 두륜산의 명물 중 하나인 흔들바위에 닿는다. 이름은 흔들바위이건만 양껏 밀어도 움직일 기미가 없다. 400년 전에 편찬한 ‘죽미기(竹迷記)에도 기록된 바위라 하니 옛 조상들도 이 산을 오르며 다들 양껏 밀어보았을 것이다.


흔들바위에서 탁 트인 조망을 즐긴 후 조금 더 오르면 헬기장에 닿는다. 넓게 잘 조성된 공터가 아래의 오심재보다는 작지만 수십명이 앉아 쉬어가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넓다. 오심재에서 까마득히 높아보이던 노승봉이 어느새 그 우람한 자태를 드러낸다.

노승봉으로 오르는 계단. 데크가 안전하게 조성되어 있다.

계단 이전에는 이 곳까지 오르기 위해 로프를 이용해야 했다. 지금도 이용이 가능하다.

오소재약수터가 아닌 오소재쉼터에서 올랐으면 저 아래에서 너덜을 따라 올라왔을 것이다.

노승봉의 거대한 암벽 아래에서 위로 오르는 길은 안전하게 데크가 잘 만들어져 있다. 물론 안전한 데크이지만 높이에 따른 상냥함은 없으므로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땀이 뚝뚝 떨어진다.


가만히보면 상당히 인상적인게 조성된 데크 옆으로 철제 발받침과 로프 등이 설치되어 있다. 즉 이 데크를 이용하기 전에는 노승봉을 오르기위해서는 로프를 이용해 위험한 도전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언제나 자연 그 자체에 대해서 훼손되는 부분에 아쉬움을 가지지만 막상 이렇게 안전이 어느정도 보장된 편의시설을 이용하니 확실히 마음이 놓인다. 나는 이렇게나 간사한 존재였다. 오심(悟心)의 발현이다.


계단을 오르다 뒤를 내려다보니 저 멀리 차를 주차해놓은 오소재약수터의 너른 주차장 공터가 가물가물 보인다. 아마 오소재쉼터의 정자 뒷길로 진행 코스를 잡았다면 저 아래에서부터 너덜겅을 거슬러 올라 예까지 힘든 걸음을 했을터이다. 게다가 몇년 전에는 그렇게 노승봉자락까지 온 후 로프를 양 손으로 잡고 올랐겠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노승봉 정상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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맟은편의 고계봉. 가운데에 오심재삼거리 공터가 보인다.

두륜산 최고봉인 가련봉으로 향한다.

노승봉에 오른다. 오르자마자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왜 두륜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지, 누군가가 노승봉 – 가련봉 – 두륜봉 능선을 보며 왜 ‘작은 금강산’이라 했는지.


그 탁 트인 풍경은 지금까지 초반부의 노고를 완벽하게 정리해준다. 해남군이 가진 수려한 산세, 그리고 인근의 강진군, 완도군의 풍경과 다도해의 풍요로움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만히 부는 바람을 맞으며 언제나 투덜거리지만 일단 오르고 나면 완벽히 보상받는 이 만족감을 음미한다.


차분히 주변의 풍광을 눈에 담은 후 나아가야 할 가련봉을 바라본다. 그 석벽의 웅장함에 탄성과 함께 약간의 걱정도 올라오지만 다행스럽게도 암벽을 오르지 않고 그 아래에 나 있는 길을 따라 돌아 오르게 되어있다. 노승봉에서 가련봉까지는 약 2~30여 분이면 닿는다.

가련봉 정상에 오르다.

두륜봉으로 향하는 내리막

노승봉에서 가련봉을 지나 내려오는 구간을 담다.

가련봉을 올랐다. 노승봉에서의 만족감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실제로 두륜산의 가장 최고봉이다. 해발 703m이건만 그 만족도와 주변의 경치는 웬만한 고산에 견주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공룡능선 비슷한 암릉 구간이 솟아있어 카메라에 담는 맛이 그만이다.


내가 걸어온 길, 걸어가야 할 길이 아찔하게 펼쳐져 있다. 물론 길 자체는 보기보다 안전하고 걷기 편한 편이지만 그렇다하여 산세 자체가 지닌 풍경까지 속이지는 못한다. 문득 작년 초 올랐던 달마산의 능선이 주던 험난함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난다.

바위능선과 데크를 통해 만일재로 내려온다.

너른 공터인 만일재와 그 위로 보이는 두륜봉

가련봉을 올랐다. 노승봉에서의 만족감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실제로 두륜산의 가장 최고봉이다. 해발 703m이건만 그 만족도와 주변의 경치는 웬만한 고산에 견주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공룡능선 비슷한 암릉 구간이 솟아있어 카메라에 담는 맛이 그만이다.


가련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암릉과 데크를 통해 만일재 방면으로 내려온다. 만일재는 이전의 오심재삼거리나 헬기장 처럼 너른 공터로 조성된 부지이다. 가만히 내려오면서 느낀게 “아! 이 풍경, 참으로 영남알프스를 그대로 닮았구나!” 싶다.


영남알프스에서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방면이 딱 이와 같다. 이렇게 내리막을 따라 너른 공터가 쉼터처럼 있더랬다. 물론 영남 알프스는 많은 이들이 찾기에 데크길이 더 잘 조성되어있고 억새평원이 잘 조성되어 걷기엔 조금은 더 편한 편이지만 그 왼편의 깎아지르는 내리막 산세와 중앙의 평원, 그 너머의 봉우리의 모양이 영락없는 신불산에서 영축산 구간이다.


내가 걸어온 길, 걸어가야 할 길이 아찔하게 펼쳐져 있다. 물론 길 자체는 보기보다 안전하고 걷기 편한 편이지만 그렇다하여 산세 자체가 지닌 풍경까지 속이지는 못한다. 문득 작년 초 올랐던 달마산의 능선이 주던 험난함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난다.

작년 10월, 영남알프스 답사 중 신불재와 영축산 방면

지리정보팀장과 그 때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이 길이 정말 닮았음을 서로 느낀다. 함께 걸은 이, 함께 고생한 이이기에 떠올리는 풍경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만일재에서 뒤돌아 본 가련봉 풍경

만일재에 도착하여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쉰다. 일반적인 산행이라면 이대로 바로 두륜봉을 향하겠지만 이번 답사에서 확인해야할 구간이 있다. 만일재의 갈림길을 따라 천년수 느티나무와 만일암지 오층석탑, 북미륵암을 확인해야 한다. 그 갈림길은 대흥사 방면 내리막으로 나 있으며 천년의 숲 두륜산 탐방로 표지를 따라 어려움 없이 진입할 수 있다.


다만 북미륵암까지 답사를 한 후 다시 이 만일재까지 되돌아와야 하는 수고는 있지만 일반 산행이 아닌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샛길을 조사해야 하는 답사이기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만일암지 오층석탑. 옛 만일암의 흔적이다.

천년수 느티나무. 봄, 여름에 본다면 대단한 위용을 자랑할 것이다.

아랫길로 빠진지 얼마 되지 않아 두륜산의 또 다른 명물인 만일암지 오층석탑을 만난다. 만일재의 이름의 유래가 되는 이 만일암은 이미 옛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절터이다. 몇 개의 주춧돌과 우물의 흔적, 쓸쓸하게 남아있는 오층석탑이 세월의 무상함과 처연함을 보여준다.


이 두륜산에는 대흥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사찰과 암자가 있다. 그 중 이렇게 흔적만으로 남아있는 절터도 꽤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라도 이름이 남겨져 있는 것도 이 오층석탑 때문이리라.


​맞은 편의 천년수 느티나무의 위용도 자랑할 만 하다. 추운 겨울이 아니었다면 신록을 한껏 자랑하며 주변 수목위에 우뚝 서서 왕처럼 군림했으리라. 언젠가 그 위용을 확인하러 다시 올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천년수를 지나 북미륵암까지의 길은 헤멜 염려는 없지만 꽤 까다로운 내리막길이 있으니 조심하면 좋다. 로프를 잡고 안전하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구간도 있다. 깎아지른 경사는 아니지만 지형의 특성상 땅이 젖어있어 매우 미끄럽다.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나뭇가지를 하나 덧대어보다.

대흥사 북미륵암에 닿다. 아쉽게도 마애여래좌상은 만나지 못했다.

내리막을 지나 걷다가 드디어 북미륵암을 만났다. 대흥사에 속한 암자인 이 북미륵암은 ‘해남 대흥사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으로 유명하다. 높이 4.2m에 화강암에 새겨진 불상으로 보물 제48호였다가 2005년 9월 28일 국보 제308호로 변경된 문화재로 앞서 만난 천년수와 관련된 전설이 알려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옥황상제를 모시는 천녀와 천동이 죄를 짓고 인간세계로 내쫓기게 되었다. 옥황상제는 이 둘이 다시 천상으로 올러오려면 하룻동안 각각 앉은 불상과 선 불상을 조각해 완성하라는 엄명을 내린다. 이에 천녀는 북미륵암에서, 천동은 남미륵암에서 불상 조각을 시작한다.


아무리 조각해도 바위조각이 쉽지는 않은 일, 어느덧 해는 떨어지려하기에 천동과 천녀는 해를 천년수 느티나무에 묶어놓고 계속 조각을 이어간다. 앉은 불상을 조각한 천녀는 이윽고 조각을 끝내지만 선 불상을 조각하는 천동은 작업이 더디기만 하다.


결국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천녀는 해를 나무에 묶어놓은 줄을 끊고 홀로 천상으로 올라갔으니 천동은 영원히 인간세계에 남게 되었고 이로인해 남미륵암의 불상은 미완성인채로 남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기대를 안고 찾아간 북미륵암, 아쉽게도 내부 공사중이라 천녀의 솜씨가 담긴 국보를 보지 못했다. 그래도 산세 속에 자리한 암자(라기엔 꽤 큰 편이다.)는 그 자체로 이번 답사의 또다른 기쁨이 되기에 충분했다.

만일재에서 두륜봉으로 향한다.

두륜봉의 상징 구름다리

북미륵암을 떠나 다시금 내려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 만일재를 다시 만난다. 예까지 왔으니 되돌아가서라도 두륜봉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않겠는가. 두륜봉 또한 앞서의 봉우리들처럼 샛길을 통해 봉우리 아래를 더듬어 오르다가 높다란 계단을 통해 정상으로 향하게 된다.


정상으로 향하는 9부 즈음에 두륜봉의 상징인 구름다리가 있다. 단양의 석문과 비슷하다 싶지만 아찔함은 아무래도 이 구름다리가 좀 더 위일 것이다. 구름다리 아래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두륜봉 정상 언저리이다. 별도로 정상까지는 표지판이 안내하고 있으며 암릉을 살짝 오르면 드디어 세 번째 봉우리인 두륜봉의 정상을 만나게 된다.

두륜봉의 정상. 정상비 너머로 고계봉이, 우측을 따라 노승봉, 가련봉이 보인다.

두륜봉의 정상을 확인함으로써 대표적인 두륜산 도립공원의 루트인 삼봉(노승봉-가련봉-두륜봉) 답사를 마친다. 이후 대부분은 대흥사로 내려가 산행을 마무리하게 되지만 사실 한국고갯길 투어 (KHT TOUR) 구간은 대흥사를 내려가 한참이나 더 남아있다.

대흥사로 향하는 내리막길

내리막 경사가 생각보다 심한 편이다.

기분좋게 걷는 계곡길

대흥사 방면으로의 내리막길은 생각보다 상당히 고된 편이다. 길기도 길지만 경사가 제법 있으며 로프를 잡고 조심히 내려가야 한다. 구간에 따라 땅이 젖어 밀리는 경우도 있으니 반드시 신경을 써서 발을 딛는 것이 좋다. 바위가 많아 넘어질 때 부상의 위험이 있는 구간이다. 로프구간을 안전히 내려가면 어느덧 포장된 임도를 만나게 된다.


이 길을 따라 진불암을 만난다. 위로는 남미륵암, 아래로는 표충사(대흥사)로 향하게 되는데 아랫길로 내려가다보면 얼마 가지않아 우측으로 임도도로가 아닌, 좌측으로 시원한 물줄기를 자랑하는 맑고 깨끗한 계곡을 따라 내려오게 된다. 걷다보면 이 길이 계곡물까지 꽤나 높이가 있는지라 이 또한 영남알프스의 영축산 아래에서 파래소폭포 방향으로 내려가는 지난한 계곡길이 생각난다.

해남을 대표하는 사찰, 대흥사를 만난다.

대흥사를 처음 방문한 이는 그 위용에 놀라게 된다.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지친 발걸음을 위로하는 듯 하다.

계곡을 따라 표충사/대흥사로 내려온다. 대흥사는 신라말기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찰이다. 달마사와 더불어 해남을 대표하는 사찰인데 달마사와는 비교도 안되는 크기를 자랑하는 사찰이다.


특히 이 대흥사는 명승 제6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이끌고 왜적에 맞선 서산대사가 산세를 보고 만년불패의 땅이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서산대사는 묘향산의 한 암자에서 입적하며 제자인 사명대사에게 자신의 가사와 발우를 해남 두륜산에 두라고 하였으니 작은 사찰이던 대흥사가 이토록 커진 이유이기도 하다.


​지친 발걸음을 달래가며 사찰을 둘러본다. 화려하고 넓은 면적의 대형사찰이건만 곳곳의 비석과 고색창연한 건물, 당간지주 등은 이 사찰의 오래된 이력을 조용히 읊어주는 듯 하다.

대흥사에서 오도재삼거리로 향한다.

오도재삼거리에서 덕흥리로 향하는 산길

대흥사를 둘러보고 사천왕문을 나오면 도로가 나온다. 좌측 오르막길로 약 10~15분 정도 걸으면 길 옆으로 땅끝천년숲옛길 표지판이 반갑게 맞아준다. 표지판의 오도재삼거리 방향을 따라 걷도록 한다.


​오도재삼거리 까지는 그다지 험하지 않은 오르막으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악 15~20분 정도 진입하다보면 오소재삼거리가 나온다. “寺山이라는 표식이 두륜산자락에 얼마나 많은 사찰과 암자가 있었는지를 말해준다.


이 작은 표지판 뿐인 오도재삼거리에서는 오도재에 대한 재미난 이력을 읽을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중국의 승려 정관존자가 이 오도재 아래의 마을인 덕흥리를 보고 중국 곤륜산의 혈이 마지막으로 멈춘 곳이라 하여 그 곳을 절터로 정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한 번 확인차 이 오도재에 올라서서 지형을 찬찬이 보니 덕흥리가 아니라 지금의 대흥사가 있는 반대쪽이 수천년이 지나도 부처님의 설법이 남을 터임을 깨닫고 그 자리에 대흥사를 창건한 것이라 한다. 그렇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곳이라 하여 오도(悟道)재라 하니 오늘 답사의 시작이 오심(悟心)으로 시작하여 오도(悟道)로 마무리 되는 셈이다.

돌담이 너무나 아름다운 덕흥리마을

오도재를 내려와 덕흥리마을에 들어선다. 마을의 소박한 집들마다 그 집을 보석처럼 밝게 빛나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돌담이다. 남도의 해안촌과 섬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돌담은 이 덕흥리에 와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지역유산이 되어도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 촘촘함은 과학적이되 그 곡선과 어깨에 닿는 높이는 한 없이 감성적이다. 그 감성적인 마을길을 따라 걷는 이의 발걸음도, 해도 뉘엿뉘엿 지고 있다.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 이대로 봉동계곡(구수골계곡)까지 약 한 시간여가 남았다. 평상시라면 지는 해가 걱정이겠지만 이미 깨달음이 발현된 중생에게는 어둠이 주는 두려움이란 존재치 않는다. 그 광오한 야호선(野狐禪)에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 마저도 품어주는 남도의 하루는 넉넉하다.


by 장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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