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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넘어 펼쳐지는 마을의 풍경 – 진안고원길 1~7코스 ①

왜 다시 왔을까? 그때 그렇게나 고생을 해 놓고, 도대체 무엇이 그리도 끌리기에 여기를 다시 왔을까? 반은 투정이면서 반은 설렘이다.

 

4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한국고갯길(KHT) TOUR in 진안’의 본 행사, 2박3일간 2회(26일~28일, 27일~29일)에 걸쳐 열리는 대회의 코스를 답사하고자, 작년의 8~14코스에 이어 1~7코스를 걸어 진안고원길의 완주를 이루고자 다시금 이 먼 진안군을 찾으며 말로 표현키 힘든 감정을 느꼈다.

 

그 더위, 사람들의 인심, 깨끗한 자연과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내었던 정말로 ‘걷고싶은 길’인 진안고원길. 나머지 1~7구간, 총 96km에 이르는 트레일을 3박 4일간 답사를 하며 보급지, 식당, 화장실, 캠핑(숙박)지 등의 정보를 체크하고 gpx 파일을 수집하기 위해 김태일 팀장과 필자는 2월의 어느 날, 바람이 이는 그 고원길에 섰다.

1.마이산을 넘어 정자(모정)의 멋을 훑다.

고개를 넘어 펼쳐지는 마을의 풍경 –

마이산 관광특구를 지나 마이산으로 향한다.

작년 7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듯 한 진안 만남쉼터에서 첫 날의 여정을 시작한다. 앞으로 3박4일간 걸어야 할 거리에 대한 무게감, 그리고 정보를 모으고 또 확인해야 하는 책임감은 가볍지 않다. 그런 마음을 아는걸까, 진안군의 이른 아침은 꽤나 춥기만 하다.

 

1코스를 출발한다. 진안읍내에서 멀어질수록 한적해지는 풍경, 진안홍삼스파를 지나 마이산 관광특구로 오른다. 역시 길 리본 표식 및 화살표 이정표가 잘 되어있어 길을 찾기엔 전혀 어렵지 않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진안고원길, 양평 물소리길을 능가할 국내 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아직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인 관광특구를 지나며 진안군의 상징인 마이산이 가까워짐을 느낀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의 신비한 자태는 볼 때마다 탄성이 나온다. 그 중 암마이봉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등반이 가능하다고 한다.

 

관광특구의 끝에서 제방을 따라 걸으면 곧 마이산으로 올라가는 포장도로가 나온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는 그 길이다. 답사시에는 앙상한 가지 밑을 걸었지만 대회를 통해 이 곳을 찾은 하이커들은 그 수려한 꽃잎의 유혹 아래, 탄성을 지르며 걸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그 풍경이 눈에 선하다.

고개를 넘어 펼쳐지는 마을의 풍경 –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에 위치한 은수사

차도를 따라 오르다보면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의 계곡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암마이봉 등산이 가능하다. 다만 답사시에는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 동절기 입산 금지에 묶여있어 오를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품지만 계단으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기에 정규 대회 코스에는 참가자들의 체력과 시간을 봐서 올라가 볼 수 있게 안내할 생각이다.

 

계곡부에는 섬진강 발원 표식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진안군 백운면의 팔공산 데미샘에서 섬진강이 발원하지만 이 곳을 통해 그것도 알리고 이 마이산의 정기가 섬진강의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도 있으리라. 타포니 지형으로 울퉁불퉁한 표면을 이룬 암면부를 조망하며 계단을 따라 계곡을 내려가면 곧 그윽한 절을 만나게 된다. 바로 ‘은수사’다.

 

조선 초기엔 상원사라는 절이었으나 폐사되고 터만남은 것을 1900년대 초에 중건하여 현재의 은수사에 이르렀다 한다. 은수(銀水)라는 이름은 태조 이성계가 이 곳의 물을 마시고 ‘물이 은 같이 맑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금강의 발원지인 장수군의 뜬봉샘도 이성계에 대한 전설 (꿈 속에서 본 봉황이 날아오른 자리)이 있다는 것을 되짚어 본다. 호남정맥과 강에는 유독 이렇게 태조 이성계에 대한 전설이 많이 남아있다. 그만치나 고려시대 왜구의 침략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기에 그럴 것이다. 그 왜구를 몰아내고 삶의 터전을 되찾아 준 장수가 왕이 되었으니 그에 따른 칭송 설화도 자연스레 많아졌으리라.

 

마이산과 어우러진 은수사의 고즈넉한 풍경에 취한다. 내려가는 길에는 절 입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1인당 3천원(성인)을 받고 있으니 참조할 것.

고개를 넘어 펼쳐지는 마을의 풍경 –

마이산 탑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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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넘어 펼쳐지는 마을의 풍경 –

이갑룡 처사의 동상

은수사를 내려가 잘 닦인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암마이봉의 자락을따라 타포니 지형을 더 관찰할 수 있다. 중간중간 벼랑 사이에 움푹 패인 동굴과도 같은 지형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 절벽 한가운데의 동굴에 석탑이 여럿 쌓여져 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순간 발 아래로 나타나는 것은 그 유명한 마이산 탑사이다.

 

효령대군의 16대손인 이갑룡 처사가 직접 손으로 쌓아올렸다는 이 탑사의 석탑은 모진 폭풍우에도 전혀 쓰러지지 않아 미스테리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낮에는 돌을 모으고 밤에는 돌로 탑을 쌓기를 수십년, 현재도 도대체 어떻게 그것들을 쌓아올렸는지 추측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17세때 부모를 여읜 후 전국을 돌아다니다 마이산에 들어와 솔잎 등의 생식을 하며 기도를 하던 중 영감을 받아 석탑을 쌓기 시작했는데 음양오행과 팔진도법의 원리에 맞게 쌓았다고 하나 범인의 눈으로는 감히 헤아릴 재간이 없다. 이갑룡 처사에 대해서는 축지법을 썼다는 전설부터 다양한 전설이 있다. 다만 ‘처사’란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를 이르는 말로, 이갑룡 처사는 유, 불, 선의 종교와는 크게 관련이 없었으니 진지하게 종교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하나의 신비한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다.

 

이 탑사에는 미네랄 성분이 국내 최고로 나왔다고 하는 약수터가 있으니 목도 축이고 부족한 물을 보충해도 좋다. 진안고원길 1코스는 여기서 A코스와 B코스로 나뉘어진다. A코스는 좀 더 관광지로서의 마이산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고 B코스는 트레킹을 하기 좋은 산길로 이어져 은천마을에 이르는 구간이다. 트레일의 목적과 행사의 취지에 따라 B코스를 선택하기로 한다.

 

약수터에서 탑사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우측에 B코스로 향하는 산길이 나 있다.

고개를 넘어 펼쳐지는 마을의 풍경 –

칼로 자른듯 한 돌이 기대어 있는 기도터

잠시 코스를 벗어나 가까이 가 보니 무속신앙의 기도터이다. 촛대가 놓여져 있고 인근의 바위 밑에는 취사도구 등도 보인다. 마이산의 영험함 속에서 기암괴석이 주는 기운까지 받아들여 치성을 드리고 접신의 장소로 쓰는 것이다. 꽤 흥미가 있는 부분인지라 잠시 눈에 담는다.

 

이윽고 이어지는 산길은 트레일의 묘미를 그대로 보여주는 구간이다. 왼쪽으로 마이산 두 봉우리를 감상하며 소나무 숲 사이를 걷는 맛은 정말 ‘환상적’이라 할 만 하다. 그렇게 고원길이 주는 묘미를 제대로 느끼다보면 어느새 은천마을로 내려오게 된다.

 

은천마을에서 잠시 쉰 후 뚝방을 따라 걷는다. 서촌마을, 중동촌마을까지 마을의 둘레를 걷고 비옥한 농지 사이를 걸으며 고개 하나를 넘어온 발에 힘을 더 한다. 마을마다 만나는 아직 남아있는 토벽과 옛 초가의 모습을 담는다. 허물어져 가는 구옥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리모델링을 해서 살고 싶다는 헛된 바램도 담아본다. 그래서 마을과 마을을 지나는 이 진안고원길이 재미있는 것이리라.

 

원동촌마을에서 만나는 녹슨 슬레이트 건물로 지어진 정미소를 지나면 어느새 넓디 넓은 농지와 수려한 절벽을 사이에 두고 걷게 된다. 그 때 그 산의 절벽 사이에 그림처럼 솟아있는 누각을 만나게 된다.

고개를 넘어 펼쳐지는 마을의 풍경 –

형남정의 모습

이 형남정의 모습은 전체의 풍경과 어우러져 정말 멋스럽기 그지없다. 앞에는 경사가 있는 석벽이요, 맑은 천이 흐르고 있으며 뒤로는 숲이 우거져 있어 마치 그림과도 같다. 대부분의 진안의 정자, 모정(마을의 입구에 세워진 정자), 누각들은 다른 지역의 것들보다 확실히 아름답다. 오래된 것은 오래된 대로, 새로이 지은것은 또한 그 자체로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낸다.

 

by 장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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