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열풍 잡으려면 현지 식품규정부터 철저하게”…aT ‘현지화지원사업’을 묻다
-K-푸드 수출, 국가별ㆍ시기별로 달라지는 식품 규정에 맞춰야 피해없어
-aT 현지화지원사업, 통관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현지 전문기관과의 연결 지원
-에스디코리아ㆍ청우식품 “비관세자문, 라벨링 제작 등에 큰 도움 얻어”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인도 식품 수출을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A 기업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통관을 못하고 제품을 전량폐기했습니다. 인도의 경우 생산이력번호(vatch number)를 제품에 인쇄해야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죠.”
올해부터 인도 수출에 나선 성창윤 에스디코리아 대표는 이같은 주변 사례를 들며 식품 수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애써 만든 제품이 단 하나의 정보 부족으로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은 A기업뿐 아니라 모든 식품기업이 떠안은 문제이다. 식품 규정은 국가별로 다르며, 언제 어떻게 바뀔지도 모른다. 더욱이 영양성분을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식품 규정은 더욱 세분화되고 빠르게 바뀌는 추세다. 현재 식품기업들이 수출정보에 목말라 있는 이유이다.
이에 대해 성창윤 대표가 찾은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실수없는 수출 준비를 마치고, 비용까지 절약하면서 현지 내 제품 홍보의 좋은 기회도 가졌다”고 했다. 성 대표가 신청한 것은 바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현지화지원사업’이다. 수출국 현지 전문기관과 연계되어 법률·통관자문이나 영양성분 및 포장디자인의 검토, 규정에 맞는 라벨링 제작, 상표권 출원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중소 식품 수출업체의 애로사항 해소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aT가 지난 2015년부터 추진중인 사업이다.
성창윤 에스디코리아 대표는 “aT의 ‘인도 원스톱 시험수출 지원사업’을 통해 비관세장벽 통관부터 바이어 알선 등의 판로개척까지 일괄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육성연 기자] |
▶채식인 가장 많은 인도, 식품 규정도 까다로워=aT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농식품의 통관 거부사례는 총 267건이다. 통관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현지화지원사업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농수산식품의 비관세장벽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8개국에서 시작한 지원 대상국은 현재 29개국으로 늘었으며, 지원 건수 또한 102건(2015년)에서 지난해 1780건으로 많아졌다. 올해는 13억 인구를 가진 인도 국가도 신규로 추진됐다. 인도의 경우 품목 선정이나 통관·검역, 바이어 발굴 등의 전 과정이 ‘원스톱(One-Stop)’으로 지원된다.
10 여개국에 수출중인 에스디코리아의 ‘마쪼음 떡볶이’[사진=육성연 기자] |
성창윤 대표가 도움받은 지원도 ‘인도 원스톱 시험수출 지원사업’이다. 에스디코리아는 지난해부터 10여개국에 ‘마쪼음 떡볶이’을 주요 품목으로 수출중이다. 성 대표는 인도의 식품 규정이 굉장히 까다롭다고 토로했다. 인도는 다양한 종교와 채식을 즐기는 식문화때문에 전 세계에서 채식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이다. 이에 식품 수출시에는 반드시 ‘채식(veg) 마크’ 표기와 인도 규정에 맞는 라벨링을 따로 갖춰야 한다. 성 대표는 “떡볶이 개발 단계부터 육류 성분을 완전히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양성분 및 라벨링·포장에서 수정 사항이 있었다”고 했다. 분말스프에 들어가는 파프리카 추출성분은 천연색소이지만 유난히 식품색소에 민감한 인도 규정상 ‘첨가 경고 문구’를 삽입해야 했다. 초록색 ‘채식 마크’ 의 위치 수정도 현지 전문가를 통해 전달받은 내용이다. 제품이 진열될 경우 채식 마크가 가격표에 의해 가려질 수 있으므로 소비자의 눈에 잘 띄는 맨 위쪽으로 변경하라는 권고사항이다. 미국 기준으로 표기했던 영양성분의 ‘칼로리’(kcal) 또한 ‘에너지’(Energy) 로 표기를 수정했다. 이외에 수입자 정보를 부착하기 위한 공간 확보, 조리법의 표기방법 등의 수정작업이 진행됐다. 제품 가격도 달라졌다. ‘마쪼음 떡볶이’는 전자레인지 보급이 많지 않은 인도 가정과 현지인의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가격이 다소 높다는 분석에서이다. 성 대표는 “수출 준비를 작년부터 철저하게 해왔으나 우리가 놓쳤던 부분이 있었다”며 “다행히 현지 전문기관과의 상담을 통해 해결하면서 통관거부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측면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사전준비작업은 지난 8월 인도 뭄바이 식품박람회 (Anufood India) 개최 전에 완료되도록 진행됐다. 완성된 제품을 박람회 부스에서 선보이면서 실제 바이어와 계약을 성사하기 위해서다. 성 대표는 “통관완료후 박람회 참가와 바이어 알선 등 판로개척까지 일괄 지원을 받으면서 제품을 효과적으로 소개할 기회도 얻었다”며 “이러한 수출 준비를 위한 노력으로 올해 인도와 태국, 베트남등 총 수출액은 전년대비 15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호균 청우식품 부사장. 그는 “중국 내 ‘식파라치’의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현지 전문기관의 도움을 통해 철두철미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육성연 기자] |
▶中 ‘식파라치’의 먹잇감 되지 않으려면=aT 현지화지원사업중 ‘2019 원스톱 지원 사업’ 방식으로 진행되는 두 국가에는 인도와 함께 중국이 포함된다. 최근 중국에서는 ‘K-푸드’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국내 수출 업체에게는 ‘식파라치’라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등장했다. 지난 2015년 중국 식품안전법이 개정됨에 따라 법규 위반의 식품을 신고하면 누구나 구입가의 최대 10배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전문 사기꾼의 조직적 활동으로 국내 업체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중국에 치킨양념소스등을 수출하는 청우식품 역시 준비과정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호균 청우식품 부사장은 “법규 위반 식품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다른 지역의 지인들에게 이를 알려주면서 신고 건수가 대규모로 확산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상금내다가 부도난다는 말이 나올정도”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현지 전문기관을 통해 철두철미한 사전준비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현지화지원사업을 신청한 청우식품의 경우 현지 전문가로부터 영양성분을 자문받은 결과, 유화제 비율을 0.5% 이하로 낮추라는 권고를 받았다. 자몽추출물 역시 제외해야했다. 이 부사장은 “천연재료인 자몽추출물이 문제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나 중국에서 식용으로 인정하는 성분은 국내와 전혀 달랐다”며 “제품 등록절차도 미국과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꼼꼼한 지원을 받았으나 신청부터 상담 과정이 복잡하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됐다. 그는 “메일과 전화를 통해 꾸준히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담을 받았다. 특히 중국은 법률자문부터 바이어 발굴등까지 원스톱으로 연결돼 있어 매우 간편하게 진행됐다”고 했다. 비용도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이 부사장은 “자부담비가 총 10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현지 민간업체를 이용해 상담을 받았다면 훨씬 큰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지화지원사업의 법률자문은 무료로 진행되며, 라벨링이나 상표권의 경우 자부담은 10% 이다. 청우식품은 지난해 총 수출액이 전년보다 약 2.5배 가량 증가했으며, 수출 확대를 위해 앞으로도 현지화지원사업을 적극 이용할 계획이다.
두 업체가 강조한 것은 K-푸드의 수출 확대가 중요해진 시기에 “굉장히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었다”는 점이었다. 외국인들이 “원더풀, 코리아 푸드”를 외치는 이 기회를 살리고자 국내 기업들은 동분서주중이다. 하지만 국가별 식품규정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목을 잡힐수 있다는 얘기다. 성창윤 대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한 국가만 수출하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국가별 식품규정을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이런 이유로 현지화지원사업을 “K-푸드 수출의 이정표”라고 표현했다. 선제적 수출 정보를 지원하는 현지화지원사업은 간편한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며, 효율적이고 편리한 이용을 위해 네이버블로그 등을 통해서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aT·농림축산식품부·헤럴드경제 공동기획]
청우식품의 수출품 ‘양념치킨 매운맛소스’ 와 ‘한국김치양념’ [사진=육성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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