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수치, 포화지방 식품이 더 위험하다?
[리얼푸드=육성연 기자]건강검진을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우선 새우나 달걀, 오징어 등의 식품부터 먹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섭취하면 혈액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 성인의 경우, 콜레스테롤 식품의 섭취를 너무 꺼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실제 2015년 미국 정부의 식사지침제정위원회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제 1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영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콜레스테롤 과잉 섭취에 대한 경고 문구가 삭제됐으며, 대신 총 열량 중 포화지방섭취는 10% 미만으로 제시했다. 영국 공공보건서비스(NHS) 역시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는 달걀 섭취량보다는 포화지방 섭취량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콜레스테롤 식품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와 관련된 연구들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달걀이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으로 지목돼왔던 달걀은 최근 여러 연구결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관련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영국과 중국 공동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46만 명을 대상으로 약 9년에 걸쳐 대규모로 조사한 결과, 매일 달걀 1개를 먹은 사람은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오히려 심혈관 질환 가능성이 현저히 적게 나타났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혈관을 막는 혈전(피떡)이 생겨 혈관 질환을 유발하지만, 하루 달걀 1개정도는 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국내 연구도 있다. 경일대 식품산업융합학과 김미현 교수가 성인 여성 1230명의 달걀섭취량과 만성질환 위험과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주당 달걀 3~5개 섭취는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달걀은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식품이지만 결론적으로 하루 한 개 정도의 달걀 섭취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걀외에도 새우, 조개류도 적당히만 먹으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콜레스테롤 위협하는 포화지방, 고기ㆍ디저트에 많다=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주범은 포화지방으로 지목되고 있다. 박유경 경희대학교 의학영양학과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간담회에서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환자는 기존처럼 콜레스테롤을 줄여야 하지만 건강한 성인의 경우 콜레스테롤 섭취보다 포화지방산 과다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대규모로 진행된 관련 연구도 있다. 일본, 미국 등 7개국 연구자들이 1만2763명 성인을 대상으로 추적조사한 결과, 콜레스테롤 식품의 섭취량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는 큰 상관이 없었다. 문제는 포화지방의 섭취량이었다. 연구팀은 포화지방의 섭취가 많을수록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포화지방은 LDL, 일명 ‘나쁜 콜레스테롤’이 간으로 들어와 분해되는 것을 막는다. 때문에 분해되지 못한 LDL 콜레스테롤은 다시 몸속을 떠다니면서 결국 혈액속 총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흔히 포화지방하면 삼겹살이나 갈비 등 기름진 고기만을 떠올리지만 뼈다귀해장국처럼 뼈를 우려낸 음식도 주의해야 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외식영양성분 자료집’에 따르면 한국인이 자주 섭취하는 외식 메뉴 44종중 포화지방이 가장 높은 음식은 뼈다귀해장국으로 나타났다. 뼈다귀 해장국 1인분(1000g)에는 포화지방 1일 영양소 기준치의 96%에 달하는 14g이 들어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뼈를 오래 우려내면 골수 등에서 지방 성분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열량뿐 아니라 포화지방 함량이 높다”며 “우거지 등 건더기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포화지방은 마요네즈, 버터, 치즈 등에도 많이 들어있다. 따라서 이를 이용한 과자나 케이크, 빵 등 우리가 무심코 먹는 디저트에도 생각보다 높은 포화지방이 포함돼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포화지방이 많은 기름진 고기를 줄이는 것이 도움된다. 이와 동시에 생크림이나 버터 등이 들어간 디저트 대신 건강한 불포화지방산이 들어간 견과류나 식이섬유가 많은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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