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의 끝이 보인다?…코카콜라의 몸무림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지난해 여름, 코카콜라는 미국에서 ‘코크 제로(Coke Zero)’ 판매를 중단했다. “판매 실적이 정체됐다”는 이유에서다. 코카콜라가 2005년 처음 출시한 코크 제로는 무설탕 콜라로,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다양한 건강음료가 등장하면서 코크 제로가 누렸던 ‘건강’ 이미지는 옅어졌다는 평가다.
세계적으로 건강한 식음료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통적인 식음료 공룡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탄산음료의 ‘상징’격인 콜라를 130년 넘게 생산하고 있는 코카콜라가 대표적이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 [사진=코카콜라] |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N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취임한 퀸시 CEO는 “회사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 미래가 코카콜라가 경험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매체들은 이번 인터뷰를 두고 “코카콜라의 고민들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퀸시 CEO는 인터뷰에서 “지난 130년 간 우리가 거둔 성공이 앞으로의 130년을 장담하지 못한다”며 “최근 수년간 다이어트 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 전체의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리뉴얼을 거쳐 출시된 다이어트 콜라. 과일향을 첨가한 4가지 제품이 추가됐다. [사진=코카콜라] |
이미 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는 비만, 당뇨 등 성인질환의 주범으로 지속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시장 트렌드는 탄산, 설탕이 없는 음료가 각광받는 쪽으로 흐르는 추세다. 그러면서 코카콜라의 글로벌 매출은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10% 이상 줄어들었다. 판매가 부진하자 퀸시 CEO는 취임 직후 “직원 1200명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극약처방도 내렸다.
‘코크 제로’ 생산을 중단한 것도 당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코카콜라는 코크 제로가 사라진 자리에 ‘코카콜라 제로슈거’를 새로 투입했다. 제로슈거 역시 ‘무설탕’ 콜라인데, 레시피를 개선해 기존 오리지널 콜라에 더 가까운 맛을 낸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제로슈거를 내놓으면서 “‘제로 슈거’를 명시하면 소비자들에게 무설탕 제품임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퀸시 CEO는 CNN 인터뷰에서 ‘혁신’을 강조했다. 탄산음료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점차 까다로워지는 고객들을 잡으려면 음료의 스펙트럼이 넓어야 한다. 그는 “세계가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람들은 음료에 매년 더 많은 돈을 쓴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들이 (음료를) 선택할 수 있길 원한다”고 했다.
코카콜라가 전면 리뉴얼을 거친 ‘다이어트 콜라’를 최근 미국과 캐나다에서 출시한 것도 선택지를 넓히려는 전략이다. 특히 과일향을 첨가한 다이어트 콜라를 출시한 게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코카콜라는 지난해 10월 멕시코의 탄산수 업체인 ‘토포 치코’(Topo Chico)를 인수했다. 생수, 비타민 워터 시장에서 점유율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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