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트렌드인 건강빵, 10년 전엔 쉽지 않았죠”…임지혜 뚜레쥬르 상품팀장
-코로나19 확산후 건강 관심 증가ㆍ‘집콕’ 장기화로 아이들 비만 급증
-하루 한 끼 이상 빵으로 식사하는 ‘빵식(食)’ 늘며 베이커리에서도 ‘건강한 빵’ 수요 증가
-10년 전부터 건강빵을 개발해온 뚜레쥬르, 끊임없는 맛 개발과 새로운 콘셉트가 인기 비결
-최근 디즈니와의 협업 통해 호기심 자극ㆍ친숙한 접근도 시도
[리얼푸드=육성연 기자]“밋밋한 그 빵, 무슨 맛으로 먹어?”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르는 소리다. 달콤한 크림이나 팥도 없지만 SNS에 올려지는 사진들로 대세 트렌드를 입증하고 있다. 담백한 맛, 쫄깃·바삭한 식감의 재미, 나만의 활용법 등이 매력요인으로 꼽히는 뚜레쥬르 ‘건강빵’ 이야기다.
10년 간 ‘건강빵’ 카테고리에 매진해 온 뚜레쥬르는 최근 웰빙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관련 매출도 높아지는 추세다. ‘건강빵=맛있다’라는 그 어려운 공식도 풀어냈다. 임지혜 뚜레쥬르 상품팀장을 만나 건강빵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지혜 뚜레쥬르 상품팀장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지난 2007년 CJ푸드빌에 입사한 임지혜 팀장은 신사업기획과 브랜드마케팅 업무를 거쳐 현재 베이커리 상품팀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베이커리 흐름을 지켜봐온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소비자의 빵 소비 습관을 빠르게 바꿔놓았다고 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집밥 문화가 확산되면서 하루 한 끼 이상을 빵으로 먹는 ‘빵식(食)’이 크게 늘어났어요. 더욱이 아이들의 비만이 늘어나고 영양소 균형 문제가 대두되면서 빵도 건강하게 먹자는 분위기가 조성됐죠. 빵을 간식이 아닌 밥으로 먹는 추세에 따라 매출은 매년 12~15% 이상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의 경우 식사빵은 25%~30%까지 늘어난 품목도 나왔습니다. 특히 식빵류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어요.”
‘식사빵’이란 식빵과 ‘유럽빵’으로 불리는 곡물빵, 치아바타. 깜빠뉴 등이 해당된다. 소위 건강빵을 말하는 제품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뚜레쥬르 전체 카테고리 매출중 식빵이 가장 높다는 점이었다. 임 팀장은 “최근 식사빵 수요가 증가하면서 식빵류가 자사의 대표 건강빵으로 언급되고 있다”고 했다.
임지혜 팀장은 “코로나19 의 장기화로 비만 문제가 대두되고 집밥 횟수가 증가하면서 건강한 빵으로 한 끼 식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뚜레쥬르의 식빵은 다양한 종류로 유명하다. 생크림식빵, 통우유식빵, 곡물식빵 등 기존 ‘식빵’이기를 거부하는 상품들이 개발됐으며, 이제 뚜레쥬르하면 ‘식빵’이 떠오를 만큼 인기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본격적으로 건강빵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2012년 ‘빵을 읽다’ 캠페인부터였어요. 이후 2020년 ‘모닝 캠페인’까지 해마다 건강빵을 내세우며 고객과 소통해왔죠.”
지난 2018년 ‘데일리 브레드 캠페인’ 때 츨시된 ‘통우유식빵’은 특히 소비자 반응이 컸다. 임 팀장은 “우유만 넣고 반죽한 이 제품은 우유의 풍미와 촉촉한 식감을 끌어올려 지금도 인기가 높다”고 했다. 현재는 이 같은 인기 품목도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10년 전에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달고 기름진 빵들이 매출을 견인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인기가 없던 건강빵에 집중했던 이유가 궁금했다.
“건강빵이 브랜드 가치와 맞았기 때문에 힘들어도 밀고 나갈 수 있었어요. ‘건강함·신선함·신뢰’ 가치에 맞는 대표 제품이 있어야 브랜드가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죠.”
‘고소함이 톡톡 곡물식빵’ [뚜레쥬르 제공] |
건강빵에 대한 고민은 ‘건강한 빵’ 정의를 다시 세우는 것부터 시작됐다.
“‘건강빵=맛이 없다·건강에 관심많은 소수가 즐기는 빵’이라는 편견을 깨야했어요. ‘건강빵은 이런 맛일거야’라는 예상을 깨트리고 ‘건강빵은 맛있다’고 인식되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임 팀장은 이를 위해 빵의 재료나 제조 공법을 달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기존 우유식빵보다 우유 함량을 3배 늘리거나 영양소가 풍부한 흑미, 귀리 등을 넣었다. 식감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쫄깃한 식감을 위해서 반죽을 끓는 물로 하는 ‘탕종법’도 도입했다. 수분이 많아져 촉촉하면서도 쫄깃해진 식빵은 특히 식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층의 공략에 좋았다. 토스트로 굽거나 아예 겉이 바삭하게 나온 식빵은 이른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을 좋아하는 젊은 층에게 취향저격 상품이었다.
이와 더불어 임 팀장은 상품의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맛있는 스토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선뜻 손이 안가는 건강빵인 만큼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디즈니와의 협업도 이러한 배경에서 진행됐다.
최근 디즈니와 협업한 뚜레쥬르 ‘디즈니 건강 빵’ 시리즈 [뚜레쥬르 제공] |
“친근함을 느끼도록 귀여운 디즈니를 이용했어요. 푸우가 그려진 식빵, 미키마우스 모양을 한 빵 등은 아이는 물론 어른의 호기심까지 자극하죠. 특히 이번 시리즈는 디즈니의 까다로운 국제건강식품가이드를 충족한 국내 첫 협업 제품으로 의미가 큽니다.”
디즈니에 건강식품 기준이 있다는 사실은 꽤 의외였다. 임 팀장은 다른 식품과 달리 빵의 경우 디즈니가 정한 규제에 따라야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포화지방, 나트륨, 트랜스지방 등의 함량을 따라야 하는 식이다. 빵 카테고리마다 기준도 달랐다. 그는 “식빵의 기준은 가장 엄격해서 뚜레쥬르 최초로 ‘맛없는 식빵’이 나오겠다는 걱정도 했다”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개발팀은 담백한 맛과 식감을 최대한 살려 그의 우려를 해소시켰다. 당 함량 낮춘 ‘고소함이 톡톡 곡물식빵’의 경우 “와인과도 어울린다”는 내부 반응을 얻으며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이러한 건강빵은 ‘무엇인가 더하지 말고 그 자체로 먹어야 가장 좋다’는 것이 그의 추천이다. 씹을수록 전해지는 단 맛이나 빵의 식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이유이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빵을 활용하는 것도 건강빵의 매력중 하나이다.
“더욱 풍부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스프레드를 곁들이거나 발사믹 식초 오일, 스프에 찍어 먹어도 맛있어요. 치아바타는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구운후 햄치즈를 올려도 좋습니다. 식사빵은 뜯어먹거나 찍어먹는 등 각자 다르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 때문에 ‘안 잘려진 식빵이 없냐’고 문의하는 고객도 생겼죠.”
임 팀장은 ‘건강빵에 너무 일찍 뛰어들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초기 반응은 싸늘했다고 했다. 하지만 건강빵 진열대를 휙 지나가던 소비자들도 현재는 확실히 달라졌다. 요즘 유행어처럼 건강빵에 ‘진심’이었던 10년 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임 팀장은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건강빵의 진가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빵의 맛과 영양, 스토리 등을 하나씩 발견해가는 재미는 이제 소비자의 즐거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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