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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에서 바리스타, 이제는 건축가…”-테라로사 김용덕 대표

IMF 명예퇴직후 ‘테라로사’ 전국 진출…강릉 커피도시 만든 주역

부산 고려제강 폐공장 탈바꿈…포스코 본사 실내건축 의뢰받아

“사람을 길러야 회사가 성장” 5년차 직원도 MBA학비 전액 지원


강릉 시내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 논밭 사이로 붉은색 벽돌공장이 나온다. 차에서 내리면 아직은 찬 공기를 뚫고 커피 볶는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이제는 강릉의 명물이 된 ‘테라로사’ 본점이다. 


김용덕 대표를 만난 날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스폰서팀과 미팅을 앞두고 공장 곳곳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김 대표가 설계부터 건축까지 맡은 공장이다. 그를 따라가니 커피의 역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커피 생두를 따고, 볶고, 갈아서 내리는 일련의 과정들. 여기에 사용된 골동품 그라인더, 로스터들이 자리를 지켰다.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가 강릉 본사의 공장형 카페에서 커피 원두에 대해 설명을 들려주고 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가 강릉 본사의 공장형 카페에서 커피 원두에 대해 설명을 들려주고 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공간을 설명하는 김 대표의 눈빛이 커피를 설명할 때만큼이나 빛났다. 15개의 직영점을 모두 직접 설계부터 건축까지 한 김 대표는 최근 서울 포스코타워 로비공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커피사업가에서 이제는 건축가가 다 됐다. 김 대표를 강릉 테라로사 본점과 서울 코엑스점에서 두 차례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먼저 부탁했다.

“포스코 본사에서 의뢰를 받았습니다. 부산 고려제강 폐공장에 만들어진 테라로사 매장이 인상깊다면서, 포스코타워 로비에도 매장을 내달라고 했습니다. 현장을 가봤지요. 1층 높이가 6m가 넘고 2층도 한 4m 됩니다. 공간에서 주는 압도감을 살리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1층과 2층을 터서 포스코답게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김 대표는 상고 출신으로 은행에서 돈 세는 일을 20년 했다. 건축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IMF 명예퇴직 후 커피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게를 하기 전 잠시 미술학원도 다니고 주간대학 건축과에 편입한 게 다다. 그나마도 6개월만에 그만뒀다. 그러다 이제는 포스코에서 실내건축을 맡기는 사람이 됐다.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스스로 안에 있던게 뭔가 터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처음 강릉에 테라로사 본점부터 직접 제 손으로 설계하고 지었습니다. 지금 한 15개째 건물을 짓고 있지요. 그렇게 하나 하나 지으면서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테라로사와 함께 건축가로 성장할 때,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부터 생계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김 대표는 전 직원을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막내의 수준이 테라로사의 수준이 된다고 믿는다.

대신 지원도 확실하다.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아파트와 학비도 전액 지원한다. 모든 직원이 1년에 2차례 해외 커피유학을 가게 한다. 관리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직원에는 한 학기 1200만원이 넘는 연세대 MBA를 두차례 강권해 진학시켰다. 근속 5년에 불과한 직원이었다. 


“회사라는 건 결국 사람이 움직이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가 필요합니다. 우리 회사가 10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고, 저도 제대하고 없을 수 있지만 사람은 계속 길러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때 이야기가 나왔던 코스닥 상장에 대해 물었다.

“강릉 촌놈이 서울 주요 포스트에 매장을 크게 내니까 관심을 받습니다. 한국거래소나 주요 증권사에서 IPO(기업공개) 하자고 찾아오긴 했지만 아직은 생각 없습니다. 테라로사는 빅컴퍼니 보다는 굿컴퍼니가 됐으면 합니다.”

강릉=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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