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 먹는 초콜릿, 정말 도움될까
최근 러시아에서 초콜릿 판매가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여름 러시아의 초콜릿 판매량은 지난해 시기와 비교해 11% 증가했다. 원인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인한 소비자 심리로 분석된다. 러시아의 한 영양학자(Alexei Kovalkov)는 “경제적 안정성이 없는 시기에 사람들은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초콜릿은 불안하거나 우울한 감정이 들 때 떠올려지는 대표 음식이다. 세로토닌의 분비를 도와 우울감을 완화해주고 집중력도 높여준다. 마치 피로회복제를 먹은 기분이다.
초콜릿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최고 70% 가까이 줄여준다는 연구도 나왔다. 학술 전문지 ‘우울증과 불안(Depression and Anxiety)’ 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사라 잭슨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이 성인 1만3626명을 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다크초콜릿을 먹었다고 보고한 참가자들은 우울증 증상을 나타낼 확률이 다른 이들에 비해 5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많은 다크초콜릿(104~454g)을 섭취한 25%의 참가자들은 다크초콜릿을 전혀 먹지 않은 이들보다 우울증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70% 더 낮았다. 반면 밀크초콜릿이나 화이트초콜릿을 먹었다고 보고한 참가자들의 경우 우울증 증상을 없애주는 효과와는 연관성도 없었다.
연구진은 초콜릿에 들어있는 신경조절물질이 기분을 고조시킨다고 추정했다. 다크초콜릿에는 대마초에서 쾌감을 주는 칸나비노이드와 유사한 여러가지 향정신성 성분이 있으며, 특히 신경조절물질 페닐에틸아민이 들어있어 우울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라 잭슨 수석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초콜릿이 임상학적으로 우울증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기존 가설을 입증한 증거”라며 “초콜릿 성분 가운데 어느 물질이 정신건강을 지켜주는지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스위스 네슬레연구센터의 연구(2014)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연구진이 평소 스트레스가 많은 그룹을 대상으로 2주 동안 매일 630g의 다크초콜릿을 섭취하게 한 결과, 코르티솔을 비롯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초콜릿 속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기분 고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항산화물질을 통해 체내 염증이 줄어드는 과정이 우울증 완화와도 관계가 있다고 추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초콜릿을 맘껏 먹어도 좋은 것은 아니다. 연구에서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초콜릿은 모두 카카오함량이 높은 다크초콜릿을 가리키고 있다. 더욱이 밀크초콜릿은 칼로리와 당분도 높다. 보통 30g의 초콜릿은 약 500㎉로, 햄버거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효능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 최소 카카오 함량이 70% 되는 다크초콜릿을 적정량만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조언한다. 다만 당뇨가 있거나 위·식도질환이 있는 이들은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