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가공식품과 친할수록 PFAS 가까워진다
화학물질 가운데 식품과 관련된 유해성으로 주목받는 물질중 하나는 ‘과불화화합물’(Per-polyfluoroalkyl materials, PFAS)이다. 얼마전 일부 치실제품에서 검출돼 떠들썩했던 그 연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대책 마련을 두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고심하게 만들었으며, 미국의 유명 환경보호단체인 ‘인바이어런멘틀 워킹그룹’(EWG)이 사용금지를 촉구하게 만든 물질이다.
PFAS는 음식이 포장재에 달라붙지 않도록 만드는 코팅재로 주로 쓰이며, 특히 패스트푸드 포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물이 스며들지 않으며, 기름이 배지 않고, 끈적거리지 않게 만드는 효과를 지녔기 때문이다. 편리해진 식품기술의 진보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몸을 불편하게 만든 셈이다.
미국환경보건국(EPA)는 PFAS가 생식 및 발달 장애, 면역 억제, 심지어 암 발생에도 영향을 주는 물질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아직 발암물질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해성을 나타내는 연구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PFAS는 몸에 축적될 경우 밖으로 빠져나가는 속도가빠르지 않기 때문에 나이를 먹을수록 혈중 농도가 높아진다.
최근에는 외식과 가공식품을 자주 먹을수록 PFAS가 많이 축적된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미국의 ‘침묵의 봄 연구소’(Silent Spring Institute)연구팀이 ‘환경보건전망 저널’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영양조사에 참여한 1만106명의 식사 패턴을 분석한 결과, 외식을 자주 하거나 패스트푸드점을 많이 가는 이들의 혈중 PFAS 농도는 다른 그룹에 비해 더 높았다. 반면 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의 혈중 PFAS 농도는 더 낮게 나타났다. 가정에서 식사를 많이 할수록 PFAS 노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연구팀은 가공과정에서 PFAS가 많이 이용되기 때문에 외식을 하거나 패스트푸드를 먹을 때 체내로 많이 흡수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의 캐서린 로저스는 “식품 포장지에는 PFAS뿐 아니라 비스페놀A(BPA), 프탈레이트등 인체내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리는 환경호르몬이 많이 들어간다”며 “소비자들은 이러한 노출을 피하고 제조업체가 더 안전한 식품 포장 재료를 개발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 팝콘을 자주 섭취한 그룹에서 혈중 PFAS가 현저하게 높았다. 포장지에서 PFAS가 묻어나왔기 때문이다. 감자튀김이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의 용기에 담긴 식품도 마찬가지다. 미국 학술지 ‘엔바이론멘털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 레터’에 실린 논문(2017)에 따르면 미국 내 27개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모은 400여개 포장용기를 검사한 결과, 3분의 1이상에서 PFAS가 검출됐다. 가장 많이 검출된 것은 디저트나 샌드위치용 포장지였다. 음료용 종이컵은 물론 감자 튀김 포장지나 피자를 담는 상자에서도 포함돼 있었다. 논문 저자인 로렐 샤이다 환경화학자는 “패스트푸드를 먹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며 “PFAS는 다양한 질병과의 관련성이 의심되고 있어 음식을 통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면 우려할 만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감자튀김등 패스트푸드를 자주 섭취할수록 혈중 PFAS 농도가 높아진다는 ‘침묵의 봄 연구소’와 버클리 ‘공중보건연구소(PHI)’의 공동연구도 있다.
사진=환경 과학과 기술 레터스(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 |
EWG 환경단체는 강력하게 사용 금지를 요구하는 중이다. 최근 EWG는 “PFAS가 혈액이나 장기 등에 축적되어 암이나 생식기 장애를 유발한다”며 “식품 포장에서 PFAS 사용 중단에 대한 법적 움직임은 노출 감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