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최애’ 한식은 치킨, 한식으로 봐도 될까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 1위는 ‘치킨’
한국 양념 소스의 맛ㆍ배달음식 증가로 인기 높아
한국인 절반 “양념 치킨은 한식 아냐”
“한국식으로 변형된 음식들도 K-푸드 성장에 기여”
[리얼푸드=육성연 기자]한류 열풍으로 K-푸드가 해외에서도 주목을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치킨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외국인들이 자주 접하게 된 음식중 하나다. 특히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과 ‘가장 자주 먹는 한식’ 1위 모두를 차지한,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 음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뉴욕과 파리, 베이징 등 주요 도시 주민 8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 메뉴는 ‘한국식 치킨’이 1위(16.1%)를 차지했다. 또한 한식을 먹어본 적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자주 먹는 메뉴를 물어보자, 이 또한 ‘한국식 치킨(30%)’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김치(27.7%), 비빔밥(27.2%), 떡볶이(18.0%) 등의 순이었다.
치킨은 외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도 사랑하는 음식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치킨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가장 선호하는 배달 음식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에서도 치킨은 가장 사랑하는 배달앱 메뉴 1위(47.2%)를 기록했다.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를 사로잡은 한국식 치킨의 인기 요소는 다른 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핫한 양념이 절대적이다. 세계 최초의 고추장 양념치킨으로, 한국의 전통 장인 고추장과 함께 고춧가루, 마늘과 설탕 등이 들어간다. 고추장 이 외에도 간장, 마늘 등 다양한 맛이 나와있다. 프라이드 치킨만 먹어봤던 외국인들은 양념 치킨의 색다른 맛에 놀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중간중간 먹어주는 치킨 무는 자칫 기름질 수 있는 치킨 맛을 상큼하게 바꿔주며 다시 식욕을 자극한다.
한국식 양념 맛은 치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통했다. 호주 또한 현지 미디어에서 KFC를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Korean Fried Chicken)’으로 바꿔 언급할 정도로 한국식 치킨 붐이 일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지 최대 일간지(Kompas)가 고추장, 간장 등으로 만드는 ‘한국식 치킨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현지 한류 팬들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치킨이 주로 배달 음식으로 애용된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와 달리, 배달 문화가 발달되지 않았던 외국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확산 후에는 비대면 주문에 따라 이용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치킨 또한 더욱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한국식 치킨은 일명 ‘짝퉁(가짜)’ 치킨의 등장으로도 높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최근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지역에서는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중국계 치킨집의 간판에 한글이 적혀있거나 K-등의 상호가 붙여져 치킨이 판매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트램에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 광고 모습 [Flickr] |
한국식 치킨은 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한식’으로 자리잡았지만, 정작 한국인의 절반 가량은 한식으로 보고 있지 않다.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5.1%는 “양념 치킨은 한식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치킨처럼 ‘한식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이 ‘낮은’ 메뉴로는 짜장면(35.0%), 갈릭 바게트 샌드위치(22.1%), 불고기 피자·불고기 버거(21.9%) 등이 있다. 반면 ‘한식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은 메뉴는 김치(99.7%)였다.
이번 조사에서 많은 한국인들은 김치나 비빔밥처럼 전통 메뉴만을 한식으로 보고 있었다. 외국인의 경우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고,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K-푸드’를 한식으로 보고 있다면 한국인들은 이보다 엄격한 입장이다. 이전부터 조상들이 먹어오던 ‘전통 한식’만을 한식으로 인정하는 성향이 강하다.
치킨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다. 한국식 믹스커피나 한국식 핫도그, 한국식 만두 등이다. 무엇이든 한국식으로 재탄생시키는 손기술이 발달한 덕분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음식은 아니지만, 치킨처럼 한국식으로 변형된 간식들이 현재 K-푸드의 전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재탄생되거나 현지 입맛에 맞춰 개발된 분야 역시 K-푸드의 성장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코트라(KOTRA) 쿠알라룸푸르 관계자는 “한 국민의 고유한 음식도 결국은 여러 문화의 영향이 반영된 것이므로, K-푸드로 불리는 음식들 또한 한식으로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이 선호하는 한식을 발굴하는 일은 전통 한식을 포함한 ‘K-푸드 알리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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