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이 준비해야 하는 ‘포스트 브렉시트’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지난해 12월 말 영국과 유럽연합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탈퇴)이후 미래관계와 관련된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이로써 영국과 EU가 완전히 결별하는 올해 1월 1일 이후에도 상호 무관세·무쿼터(무관세 적용 상품 수량 제한 없음) 교역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우려하던 영국 식품 업계에서는 협상 타결을 반기고 있다. 영국 전국농민연합(NFU, National Farmers Union) 회장 미네트 바터스(Minette Batters)는 “무관세 협정은 영국 농민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고, 특히 육류와 생선을 제한없이 수출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초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없던 통관과 검역 절차를 시행하면서 식품 수출입 비용 상승과 유통 과정에서의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도매 협회장 콜린 스미스(Colin Smith)는 현지 매체를 통해 “신선 식품과 원료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복잡해진 행정절차와 서류 작업이 영국 공급망에 연쇄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것이 식품 가격 상승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증가하는 통관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상대적으로 소량의 식품을 취급하는 도매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식음료 연맹 회장 이안 라이트(Ian Wright)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영국은 여러 분야에서 환영할 만한 협상을 했지만, 식품 산업의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새로운 통관 절차와 값비싼 열처리 목재 팔레트 이용 등의 비합리적인 요구 조건은 식품 공급의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아일랜드와 영국 간의 식품 공급에는 이미 차질이 생기고 있다. 양국을 오가는 물류 수송 트럭들이 적합한 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통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브렉시트로 새롭게 만들어진 원산지 규정에 따르면 영-EU간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제품이 EU산, 영국산임을 증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EU산 식품이 영국으로 들어갈 때는 관세를 내지 않지만, 영국에서 아일랜드(EU)로 재유통 될 때는 해당 물품이 영국산이 아니므로 관세를 적용받는 것이다. EU 관계자는 “영국은 더 이상 EU의 유통 허브가 아니다. EU 기업들은 영국 허브에 의존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수출기업의 경우, 영국과 EU로 수출할 때 적용되는 FTA가 각각 다른 만큼 수입자의 인증수출자 소재국을 확인하고, 특히 한-영 FTA 상의 직접운송 요건 완화사항 등의 확인이 필요하다. aT 관계자는 “영국을 통한 EU 유통이나 EU를 통한 영국 유통 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도움말=임혜원 aT 파리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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