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육류는 ‘고기’라고 부르지 못하나
[리얼푸드=민상식 기자]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는 육류(Meat)로 표기할 수 없다.”
실험실ㆍ식물성 고기 등 인공육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미국 내 육류ㆍ축산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축산업계는 당장 연구실에서 동물세포를 증식해 만든 인조고기와 콩 등으로 제조한 식물성 고기를 사육 고기와 다르게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미국 주요 농업지역 주(州) 정부 10여곳이 대체 육류에 ‘고기’(Meat)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제재하고 나섰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가축을 사육해 얻은 육류만 고기라고 표기할 수 있게 한 것이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 애리조나 주와 아칸소 주에서 고기 품목 표시에 관한 법안이 제정됐습니다. 미주리 주의 경우에는 지난해 말 가축의 산물이 아닌 것을 고기라고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네브래스카 주도 인공육을 판매할 때 고기라는 용어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요. 표기법을 어기면 최대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매체는 축산농가들의 반발을 의식해 주 정부가 대체 육류 표기를 제재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네브래스카 주는 미국 최대의 축산물 생산지역으로, 2017년 한해 축산물 생산량이 121억 달러에 달합니다.
축산업계는 대체 육류 시장의 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인공 고기와 진짜 고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대체육류의 품질이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식물성 육류식품 시장은 15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전년보다 22% 증가한 수치이죠.
인공육류를 고기라고 표현하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게 축산업계의 주장입니다. 네브래스카 주 농민연합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인공육류를 고기라고 표기하면, 소비자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공육류 업체들은 이같은 법안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고기가 아닌 다른 표현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대표적인 대체육류 제조사 비욘드 미트의 공동 창업자인 에단 브라운(Ethan Brown)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식물성 성분으로 만든 육류를 고기로 부르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체육류 업계 관계자는 “신념이나 건강상 사육ㆍ도축된 고기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인공육류가 개발됐다”면서 “대체육류의 표기법을 제재하는 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