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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안하기 vs 햄버거 덜 먹기, ‘물의 날’ 물 절약 효과는?

-3월 22일 ‘세계 물의 날’, 지구의 담수 사용량은 식품에서 가장 높아

-‘물 발자국’ 가장 높은 것은 소고기, 가공식품은 초콜릿

-붉은 고기와 유제품만 줄여도 물 사용량 크게 줄일 수 있어

-WWFㆍWMO “기후위기는 물 발자국에 악영향 미쳐”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샤워를 하고 요리하면서 물을 절약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까. 흔히 물 사용을 화장실이나 주방에서만 생각하기 쉬우나 우리가 먹는 식품에는 그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이 들어있다. 식품의 생산부터 가공 및 유통, 심지어 폐기하는 과정에서도 사용되는 거대한 물, 즉 ‘물 발자국’ (Water Footprint)이다. 햄버거 한 개를 먹는 데 필요한 물 발자국은 2500리터(ℓ)이다. 이는 샤워를 30번 하지 않고 아껴야 하는 양이다.


콸콸 쏟아지는 물은 수도꼭지를 잠그기 마련이지만 식품에 들어간 물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가장 쉽게, 더 많이 사용한다. 이는 오는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식품의 ‘물 발자국’ 문제다.



가장 거대한 ‘물 발자국’ 소고기, 1㎏당 생수병 8611개 필요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 2012)에 실린 ‘인류의 물 발자국’ 연구(2012)에 따르면 전 세계 물 발자국 중 92%가 식품으로 인한 것이며, 산업 생산과 가정용수는 각각 4.4%와 3.6%에 그친다. 스톡홀름 환경연구소 보고서(2011)는 평균적으로 우리가 섭취하는 1칼로리를 생산하기 위해서 1리터의 물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우리가 어떤 식품을 먹든 그 과정에는 많은 물이 사용된다는 말이다.


세계 최대 비영리 국제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 관계자는 “지구 상에 있는 물 중에서 농경 및 인간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담수(Freshwater)는 약 2%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 자원을 더 오래, 잘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물 발자국이 큰 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먹은 음식 중 가장 물 발자국을 크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국제환경단체 ‘물발자국 네트워크’(Water Footprint Network) 자료에 따르면 가장 큰 물 발자국은 소고기이다. 소고기 1㎏을 만들고 소비하는 데 1만 5415리터(ℓ)가 필요하다. 쉽게 말하자면 소고기 1㎏을 덜 먹었을 때 1.8리터 페트병 8564개의 물을 아끼게 되는 셈이다. 동일한 양의 쌀과 비교할 경우, 소고기는 쌀보다 6배 가량의 물을 더 쏟아부어야만 한다. 단백질 양으로 비교해봐도 소고기 단백질 1g당 물 발자국은 콩류보다 약 6 배 높다.


소고기 다음 순위는 예상대로 돼지고기(5988ℓ/㎏), 닭고기(4325ℓ/㎏)의 육류가 차지한다. 동물성 식품은 일반적으로 농작물보다 물 발자국이 크다. 시금치 1㎏의 물 발자국 수치는 290 리터, 토마토는 214리터에 그친다.



가공식품은 초콜릿이 가장 높아, 가공과정·음식물 폐기에도 많은 물 사용

파인애플의 경우 1㎏당 물 발자국이 255 리터이나, 파인애플주스는 1300리터/㎏로 5배 가량 높다. 같은 파인애플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원인은 가공식품에 있다. 물 발자국은 식품을 가공할수록 높아진다. 우리가 즐겨먹는 가공식품 중에서는 초콜릿의 물 발자국이 가장 크다. 50g 초콜릿 하나를 씹어먹을 때마다 기분이 나아질지는 몰라도 가정용 욕조 2~3개 분량의 물(860ℓ)은 버려진다.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버릴 때에도 많은 물이 사용된다. 물 발자국 네트워크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13억 톤(t)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약 170조 리터의 물이 낭비되고 있다.



햄버거 한 개, 카페라떼 한 잔만 덜 마셔도…

물 발자국을 줄이고 싶지만 그렇다고 매번 음식을 먹을 때마다 수치를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행히 간단한 방법이 있다. 몸에 건강한 식품들과 친해지면 된다. 바로 동물성 식품과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현지 농산물을 먹는 일이다. 소고기 버거 한 개만 덜 먹어도 쌀 1㎏에 들어가는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소가 만들어낸 우유와 치즈 등의 유제품 역시 물 발자국이 크다. 커피 주문시 우유가 들어간 라떼 대신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물 발자국 사이즈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우유 한 잔(250㎖)당 물 발자국 지수는 255 리터이며, 블랙커피(250㎖)는 130 리터이다. 만일 카페라떼를 일반 차로 바꾸면 효과는 더 놀랍다. 차 한 잔(250㎖)의 물 발자국은 27리터에 그치므로 대략 10배 정도의 물을 아낄 수 있다. 다시 말해 점심에 햄버거 한 개, 카페라떼 한 잔을 덜 먹는 일은 집에서 수도꼭지를 빨리 잠그는 일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게다가 소고기와 유제품은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제품 생산 및 서비스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지표에서도 다른 식품보다 높은 수치를 보인다.



기후위기가 물 부족 현상을 악화시킨다

물 발자국이 전 세계적인 난제로 언급되는 것은 우리가 먹을 물이 점점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수자원이 오염되는 동시에 물을 사용하는 인구는 계속 늘어난다. 오는 2050년쯤 되면 물 수요가 20~30% 이상 증가하겠지만 깨끗한 물 공급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WWF가 지난해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Living Planet Report)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50년에는 인류의 51%가 심각한 수준의 물 부족 등 담수 위험을 겪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재의 물 부족 현상을 기후위기가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위기로 강우 패턴의 예측 불가능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물 부족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WWF의 지구생명보고서(2020)은 이러한 물 부족 사태가 세계 식량 무역 및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는 앞으로 더 많은 식량과 가뭄, 공해 등에 영향을 끼치겠지만 무엇보다 물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마치 바이러스처럼 특정 국가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그 악영향을 뻗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WWF 관계자는 “일상에서 식품의 선택과 소비를 통해 물 발자국 감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육식을 줄이고 채식 늘리기,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 구매하기 등의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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