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열풍!]②“동물실험 거친 화장품은 안써요”, ‘먹는 비건’에서 ‘입고 쓰는 비건’으로…

-비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다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고기는 물론 유제품도 먹지 않는 비건(vegan)이 아니어도 좋다. 동물보호와 환경 인식, 또는 건강을 위해 식물성 식품 섭취를 늘리려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상관없다. 호기심으로 트렌드를 쫓기 위해 기웃거려도 괜찮다. 이미 ‘비건’ 트렌드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비건이 단지 식품 트렌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뷰티나 패션, 생활용품을 비롯해 하나의 거대한 ‘라이프 스타일’로 흘러가고 있다. 비건 개념에는 개인의 건강은 물론 동물, 땅, 물, 생태계 등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존중하는 인식이 포함돼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초반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가 확산되면서 비건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비건 푸드, 건강한 음식으로 주목=‘비건 음식은 건강하고 윤리적이며, 환경 오염도 막을 수 있고, 품질도 좋다’는 인식이 일반인 사이에서도 높아지는 추세다. 해외에서는 계란없는 마요네즈 등 혁신적인 제품 개발이 활발하다. 미국의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 사가 개발한 식물성 고기패티의 버거는 미국 내 1000여개 레스토랑에 공급될 정도로 인기다. 국내에서도 트렌드가 일고 있다. ‘청와대 회의 요거트’로 유명세를 탄 비건 요거트 가게 ‘밀키요’나 식물성대체식품을 만드는 ‘더플랜잇’과 같은 스타트업들이 관련 식품을 개발 중이며, 다른 식품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내추럴기업인 올가니카는 비건 전문 셰프를 영입해 제품을 개발하고 비건 레시피를 동영상과 쿡북, 각종 행사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미국 ‘임파서블푸드’사의 인공패티 버거]

▶빠르게 성장 중인 유제품 대안식품=비건 푸드 시장에서는 유제품 대안식품의 성장이 눈에 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6월 기준으로 미국 유제품 대안식품의 매출이 1년 전보다 50% 나 늘었다. 비건 푸드 분야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몬드, 귀리 등의 식물성 우유가 인기다. 유제품 대안식품의 성장은 비건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 초콜릿 등 디저트나 스낵 제품의 개발로 이어진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 2017년 비건 푸드인 ‘바나나 피칸 파운드’를 시작으로 ‘그린 올리브 포카치아’ 등의 새로운 메뉴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비건 푸드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앞으로도 다양한 비건푸드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진=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비건 푸드 ‘바나나피칸파운드’]

▶동물보호에 관심 높아진 뷰티ㆍ패션=‘저자극 마스카라 입증용 실험으로 고통받는 토끼를 본다면?’ 소비자들은 점차 동물실험 화장품을 외면하기 시작했으며, 스쿠알렌이나 생선비늘 등 동물성 원료의 포함 여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뷰티업계에서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ㆍ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를 갖춘 비건 화장품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지난 4년 전부터 연평균 약 6.3%씩 증가하고 있으며, 오는 2025년에는 208억 달러(한화 약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사진=미국 ‘아워글래스’의 비건 화장품]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미국의 ‘아워글래스’(Hourglass)다. 아워글래스를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해외에서 시작된 비건 화장품 열풍이 국내로 이어지고 있으며, 관련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는 특히 겨울철 패딩에 RDS 인증(살아있는 동물의 깃털을 채취하는 등 다운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동물 학대 여부를 확인하는 인증)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RDS 국제인증기관인 컨트롤유니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RDS 인증을 받은 기업이 점차 늘어나 현재 블랙야크, K2, 네파 등을 비롯한 47개 기업이 RDS 인증을 받았다.

▶비건투어도 등장, 일상으로 파고 든 비건=비건 트렌드는 애완용품 등 분야에 상관없이 일상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여행자들이 직접 채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럽 채식 식당을 돌아다니는 스페인 ‘비건푸드투어’사의 여행상품도 나왔다. 최근 미국에서는 돼지뼈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은 신발이나 애완용품 등 약 4500여가지의 비건 생활용품을 모아놓은 ‘빌리언 비건스(Billion Vegans)’ 쇼핑몰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먹는’ 비건에서 ‘쓰는’ 비건으로 성장 중인 트렌드가 그냥 한번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신발, 애완용품등 총 4500여가지 비건 용품을 판매중인 미국 ‘빌리언 비건스(Billion Vegans)’ 쇼핑몰]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