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립!]‘설탕계의 현미’ 마스코바도를 아세요
“책을 통해서도 음식과 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것은 물론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보와 시각을 다룬 책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알짜 지식을 리얼푸드가 ‘북클립!’을 통해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공정무역 상품으로 다시 돌아온 설탕, 마스코바를 다룬 책, ‘흑설탕이 아니라 마스코바도’입니다.
마스코바도는 필리핀산 비정제설탕이다. 언뜻 보기에 흑설탕처럼 생겼다. 굵은 입자에 유분을 함유하고 있어 끈적거리는 점도 비슷하다. 마스코바도는 일반 매장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낯선 이름이지만 국내 주요 생협 매장에선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생협에서 중요한 공정무역 상품이기 때문이다. 공정무역 총 매출량에서 마스코바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20% 정도로 높다. 가장 수요가 많은 때는 매실청을 담그는 시기다.
‘설탕계의 현미’로 불리는 정제되지 않은 마스코바도의 역사는 필리핀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설탕이 세계상품으로 등장한 데엔 아메리카의 땅과 아프리카의 노예라는 희생이 있었지만 필리핀은 이 시기를 좀 비켜나 있다. 333년간 필리핀을 다스렸던 스페인은 18세기 말에서야 뒤늦게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도입한다. 식민지 경영비용을 현지에서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나무가 베이고 정글이 사라지고 가난한 임노동자들이 사탕수수 재배에 투입됐다. 필리핀은 다른 산업은 들어서지 못하고 설탕산업만 비대해지면서 미국 의존도가 커갔다. 그러나 입자가 고운 백설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마스코바도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필리핀의 공장도 근대식 제당공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더욱이 감미료들이 설탕을 대체하면서 국제 설탕가격은 하락하고 필리핀 설탕산업은 고꾸라지고 만다.
이제 마스코바도는 공정무역 상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은이는 제값을 치르고 사는 마스코바도가 필리핀 농부들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주목한다. 플랜테이션 농업을 기반으로 한 불균형한 판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공정무역을 통해 필리핀 농부들은 삶의 안정성을 갖고, 뭔가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탕의 쓰디 쓴 세계사와 함께, 공정무역 이용자 100만 시대에 ‘착한 무역’에서 보다 적극적인 운동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동남아전문가인 지은이의 제언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