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유행 아니었나? 여전한 인기인 ‘흑임자라떼’
-뉴트로 열풍으로 인기 메뉴 등극한 흑임자라떼. 꾸준한 인기 몰이
-친숙한 맛ㆍ시선끄는 블랙컬러, 건강 식재료 요소 갖춰
-커피전문가 “커피 맛과도 뛰어난 조화”
[리얼푸드=육성연 기자]반짝 유행인 줄 알았다. 흑임자라떼의 등장은 뉴트로(Newtro,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의 영향으로 잠시 등장했다가 소리없이 사라지는 메뉴로만 생각했다. 커피전문점의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메뉴들은 매우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예상과는 달리 흑임자라떼는 점점 더 많은 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뉴트로 트렌드와 더불어 블랙푸드가 가진 보기드문 강렬한 검은색과 건강한 영양소, 커피와 어울리는 고소한 맛 등의 요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트로 열풍은 이른바 ‘할매 입맛’을 고리타분한 취향이 아닌 트렌드적인 맛으로 바꿔놓았다. 전통 식재료인 흑임자는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미숫가루 음료가 아닌 서구의 커피와 어울리게됐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조합이다.
투썸플레이스의 ‘흑임자카페라떼’(좌)와 푸르밀의 ‘흑임자라떼’ (우) |
주목할 것은 여전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뉴트로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흑임자 카페라떼’는 지난해 봄 시즌 음료로 출시됐으나 꾸준한 인기를 얻으면서 이후 상시판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폴바셋 또한 지난해 선보였던 ‘흑임자 라떼’를 현재 메뉴로 유지하고 있으며, 푸르밀의 ‘흑임자라떼’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편의점으로 채널이 확대됐다.
흑임자의 친숙한 맛도 트렌드가 가장 빠른 커피업계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정화용 큐그레이더(Q-Grader, 커피감별사)이자 엔터하츠 커피전문점 대표는 “강릉의 한 카페에서 흑임자라떼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며 “소위 대박 메뉴 하나를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반짝 유행이 아니라 고정 메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별한 강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커피 메뉴 개발시 생소한 향신료보다 대중에게 익숙한 재료를 활용하면 주문이 보다 쉽게 이뤄진다”고 했다. 전통 식재료인 흑임자는 거부감없이 대중에 접근하면서 꾸준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건강한 영양소도 중요한 요인이다. 흑임자는 ‘블랙푸드’의 대표 식품으로 강력한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과 함께 비타민, 섬유소가 풍부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음료에서도 전통 원물을 활용한 건강 메뉴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흑임자라떼 또한 지속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음식에서 흔히 볼수 없는 흑임자의 검은색은 SNS(소셜미디어)에서 젊은 층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검은색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푸드 컬러 트렌드로 주목을 받아왔다. 미국과 일본, 베트남 등에서 검은색은 빵이나 아이스크림, 음료 등으로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흑임자라떼의 경우 흑임자의 검은 색과 우유의 흰 색, 그리고 커피의 갈색이 한 데 어우러지기 때문에 보기에도 좋다.
SNS에 올려진 흑임자라떼 [인스타그램 캡처] |
맛 또한 커피와 잘 어울린다. 정화용 큐그레이더는 “흑임자 특유의 고소한 맛과 향은 커피의 쓴 맛과 잘 어울린다”며 “흑임자라떼는 여기에 단 맛이 살짝 더해져 맛 밸런스가 더욱 좋아진다”고 했다. 특히 한국인은 커피의 신 맛보다 고소한 맛을 더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므로 흑임자의 고소함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화용 큐그레이더는 “한국의 전통 이미지를 가진 흑임자라떼는 익숙한 재료에 건강한 이미지, 조화로운 맛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음료로 지속적인 인기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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