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채식, 괜찮을까요?…“영양 불균형ㆍ학대, 논란 많지만…”
- 채미효 국제그린푸드레메디연구소 대표
-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비건펫푸드”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4~5년쯤 전이었어요. 입양한 유기견이 켄넬 코프(Kennel coughㆍ강아지 기관지염)에 걸렸는데, 그 때 저희집에 있던 다른 아이(강아지)들 네 마리가 모조리 전염돼 고생을 많이 했어요.”
계기는 단순했다. 국내 유일의 펫(PET) 재난관리사이자 비건(Veganㆍ완전 채식) 푸드 전문가인 채미효(41) 국제그린푸드레메디연구소 대표가 ‘비건 펫푸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다. 채 대표는 “의사 선생님이 이 정도가 되면 밥도 안 먹고 힘들텐데, 이렇게 밥을 잘 먹는게 희한하다고 했다”고 말하며 당시를 떠올렸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한 때였어요.”
[사진=국내 유일의 펫재난관리사이자 비건푸드 전문가인 채미효 국제그린푸드레메디연구소 대표] |
2017년 설립된 국제그린푸드레메디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일본 최대 규모의 로푸드 전문 교육 기관인 일본리빙뷰티협회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일본의 로푸드 교육 프로그램을 한국에 도입했다. 이곳에선 비건 푸드와 관련한 전 분야를 망라하는 교육기관으로 전문가를 양성하고 한일 자격증을 발급한다.
채 대표에 따르면 최근엔 ‘비건 펫푸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채식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대된 비거니즘을 따르는 애견인들 중엔 반려동물의 채식도 고민하거나, 채식을 시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펫푸드 산업에서도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한 채식 사료가 늘어나는 추세다.
“비건 펫푸드는 아직 논란이 많은 분야예요. 보호자의 의지로 시작하는 채식이기에 학대라고 보는 견해도 많고, 영양 불균형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요. 현재는 연구도 부족해 한 사람이 목소리를 내면 그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경계를 하면서 봐야할 필요가 있어요.”
[사진= 채미효 대표는 “펫푸드라고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과 동물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영양불균형과 학대 논란…반려동물의 채식, 괜찮을까?
반려동물의 채식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영양 불균형’의 문제다. 채 대표는 이에 대해 국제동물권단체의 조사를 인용해 설명했다.
“페타(PETA)에서 24년간 300마리의 개를 추적해 조사한 연구 결과가 있어요. 채식을 5년 이상 한 경우 비건인 개의 82%, 베지테리언(유제품과 달걀 허용)의 경우 77%가 더 건강해지거나 건강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영양 불균형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이런 집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만큼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채 대표는 스스로를 ‘산증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다섯 마리의 반려동물과 함께 채식을 하고 있다. 채 대표는 그 어떤 동물성 식품도 섭취하지 않는 비건이지만, 반려견들은 생선은 먹는다고 한다. 사료 대신 직접 만든 건강한 채식을 제공하자, 아이들의 변화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키우고 있는 강아지 중 샤페이가 있어요. 그 아이는 그동안 피부병을 달고 살았어요. 물집도 끊이지 않았고요. 그런데 채식을 시작한 이후 싹 사라졌어요. 구취나 눈물도 사라지고, 이상적인 상태의 배변을 보고요.” 채 대표의 샤페이는 시금치 반쪽, 사과 반 개도 거뜬히 먹는다고 한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몸집이 작아 녹황색 채소를 생으로 먹을 경우 결석의 위험이 있다는 점이죠. 이런 부분은 보호자가 공부를 하면서 잘 조절해야 해요.”
채 대표는 “영양 불균형이라는 것은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나 가공식품의 섭취가 지나치게 많을 때에 오는 것이지 채식을 한다고 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채식으로 인한 특정 영양소의 섭취 부족은 식물성 식품으로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이나 비타민B12 섭취 부족의 우려도 좋은 식재료로 대체할 수 있다. 채 대표는 “우주식량으로 꼽히는 스피루리나는 소고기의 3배나 되는 양질의 단백질이 들어있다”며 “찝찔한 맛이 있어 아이들이 도리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비타민B12 역시 김이나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로 대신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채식에 논란이 거센 또 다른 이유는 보호자의 판단으로 채식을 시작하기에 동물학대라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 대표의 생각이 다르다.
“아이들이 과도기에 있을 땐 저 역시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 년에 한 두 번 스테이크를 주기도 했어요. 그건 너무 쉬워요. 고기 한 덩어리 구워주면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못 주겠더라고요. 제겐 고기를 주는 것이 오히려 학대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에요.”
[사진=지난 1월 열린 비건페스타에서 국제그린푸드레메디연구소에서 선보인 다양한 비건푸드] |
■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하는 비건푸드”
채식을 하기 전엔 채 대표 역시 별난 취향을 자랑하는 육식 애호가였다. “남들이 먹지 않는 부위까지 찾아 먹을 정도였어요.” 단 한 순간에 채식을 하게 된 것은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보게 된 도축 영상 때문이었다.
“이토록 비윤리적으로 고통받는 동물들의 영상을 보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올 정도의 감정을 일 년 가까이 경험했어요. 그 이후론 먹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제 채식은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흐름이고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물론 동물, 환경을 위해서요.”
모두가 어우러지는 삶을 이상적으로 꼽는 채 대표가 만드는 음식들은 특정 대상만을 염두하지 않는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하는 비건푸드”라고 그는 강조한다.
“사람만을 위한 것도, 동물만을 위한 것도 아니에요. 사람도 먹어도 되는 펫푸드를 만들고 있어요. 10여년 전 미국에 있을 때 자주 갔던 펫 베이커리가 있어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곳 고객의 70%가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이라는 점이에요. 펫푸드라고 해서 동물들만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도 먹는 펫푸드를 만드는 만큼 영양과 건강을 함께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먹을 수 있어야 정말 좋은 음식이죠.”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