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건강을 지켜주고 싶다면
양창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
며칠 전 친구에게 정기 모임 참석이 힘들다는 연락을 받았다. 키우던 강아지가 심장 판막질환 진단을 받은 것이 약속 취소의 이유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강아지 소식을 전하는 친구를 위로하면서 동물을 대하는 사람의 방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음을 새삼 실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우리나라 반려동물 사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952만 가구의 29.4%인 574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시장은 6조 원으로 커졌고 가구 내 지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의료 분야다. 현재 반려견의 평균 수명은 14세 정도, 사람으로 치면 대략 70대에 해당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장소가 집 밖에서 집 안으로 이동하고, 사료와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보호자들이 늘면서 수명은 늘었으나, 과연 건강하게 오래 살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실제로 반려동물 보험도 인기 급상승이다. 선진국에선 첨단기술이 반영된 반려동물의 셀프 놀이기구 제작사업이 붐을 이루는데 투자자들 주로 보험회사들이라고 한다. 반려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무병장수해야 보험료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반려견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해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동물병원 진료기록을 기초로 반려견의 주요 폐사 원인과 질환 유병률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품종별 수명과 체중의 관계, 주요 폐사 원인 등을 분석해 국민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반려동물 산업화 지원 연구를 추진 중인 농촌진흥청은 2017년부터 우리나라 반려견의 질병 발생 현황을 조사해 왔다. 연구진이 서울과 전주, 11개 동물병원을 찾은 반려견의 실제 진료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질병 발생률은 피부염·습진, 외이염, 설사, 구토 등의 순으로 높았다. 나이별로는 3살 이하에서 설사와 구토 발생 비율이 높았고, 4살 이상은 피부염습진, 외이염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7살 이상은 심장질환, 신부전, 유선종양, 부신피질기능항진증 등 진행성, 퇴행성 질환 발생이 크게 늘어, 이에 대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동물병원에서 쓴 카드 결제액은 7864억 원으로 전년보다 1058억 원 늘었다고 한다. 반려견의 진료기록에 대한 분석자료를 활용한다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반려견 나이대별로 주의해야 하는 질병을 미리 챙길 수 있다. 또한, 수의사는 진료에 참고할 수 있으며, 관련 연구와 산업에 활용한다면 반려견 노령화에 따른 사회, 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은 반려동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작은 이상 신호가 감지될 때 즉시 치료할 수 있도록 보호자들의 관심을 당부 드린다. 아울러 반려견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건강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생명존중 연구에 초점을 맞춰나가겠다는 말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