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와 땅콩이 굶주린 아이들을 살린다
바나나와 땅콩은 흔하면서도 영양가가 풍부한 건강 식품이다.
최근 이 두 식품이 지구촌의 굶주린 아이들을 살리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양실조 아동의 성장과 발육에 풍부한 성분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영양실조에 빠진 12~18개월 사이 방글라데시 아동 68명과 일부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바나나, 병아리콩, 땅콩과 같은 식품이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촉진해 뼈나 뇌, 신체 발육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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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영양실조 아동의 장내 미생물군이 불완전하거나 미성숙하기 때문에 성장이 더딘 것으로 판단하고, 건강한 또래 아동의 체내 미생물을 분석해 이에 특화된 식품을 찾았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효과가 나타난 것은 바나나와 콩, 땅콩을 섞은 음식이었다. 이 식품들을 섭취한 아동에게서는 뼈와 뇌 발달뿐만 아니라 면역력 향상 효과도 나타났다.
바나나와 땅콩과 같은 식품들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라는 점에서 연구 결과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연구를 이끈 제프리 고든 워싱턴대 교수는 "(바나나와 땅콩 등으로 이뤄진) 배합이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서 장내 미생물을 가장 잘 회복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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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나 렌틸콩을 주재료로 삼은 실험에서는 효과가 작거나 오히려 미생물에 손상을 입히기도 했다.
연구진은 특정 식품이 더 좋은 효과를 내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나나와 땅콩 등이 아동의 키와 몸무게에도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고든 교수는 "장내 미생물은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아동이 성장한 후에도 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작동 원리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5세 미만 어린이 가운데 1억5000만명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연구진은 "방글라데시 외의 국가에서는 또 다른 식품이 바나나와 콩 등과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