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수가 없어” 중독성 높은 음식들
-음식중독, 뇌의 보상중추가 활성화 된 상태로 마약과 같은 중독성 보여
-비만과 건강 악화, 우울 등 정신적 문제까지 발생될 수 있어
-피자나 초콜릿, 케이크 등 달고 기름진 인스턴트식품이 중독성 높아
-‘심리적 허기’의 원인을 분석해 대체 방법을 찾거나 전문가와의 상담 필요
[리얼푸드=육성연 기자]무언가에 홀리듯 자꾸만 손이 간다. 초콜릿을 비롯해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 감자칩 등의 음식을 먹을때 특히 그렇다.
문제는 배가 불러도 계속해서 먹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배가 꽉 차있어도 끊임없이 음식이 떠올라 먹고 있거나 특정 음식을 과도하게 먹는다면 음식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정신과전문의인 유은정 서초좋은의원 원장은 “설탕, 밀가루등 정제탄수화물을 먹을때 나오는 도파민은 뇌 전체로 전달돼 쾌감을 유발하는데, 이 과정이 다른 중독현상과 비슷하다”며 “음식중독 환자의 뇌를 살펴보면 마약중독, 게임중독처럼 특정 행동을 취했을 때 나타나는 보상중추가 활성화 돼있다”고 말했다. 즉 음식 자체가 쾌락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먹는 것을 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음식중에서도 유독 중독성이 높은 음식들이 있다.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초콜릿을 먹으면 뇌에서 자연환각물질인 ‘엔케팔린’의 분비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미국 미시간대 알렉산드라 디펠리시안토니오(Alexandra DiFeliceantonio)의 연구(2012)도 있다. 연구진은 “엔케팔린은 음식을 더 먹고 싶게 만든다”며 “초콜릿을 먹어서 늘어난 엔케팔린이 초콜릿 섭취 욕구를 키워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콜릿 외에도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중에는 중독성이 강한 음식들이 많다. 대부분 건강에도 좋지 않은 채 ‘맛있어서 문제인’ 인스턴트 식품들이다.
미국의 생명의학연구소인 ‘스크립스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가 과학전문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2010)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실험쥐에게 치즈케이크, 베이컨, 소시지 등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한 결과 실험쥐들은 약물중독과 비슷한 음식중독 성향을 드러냈다. 인스턴트 식품에 중독된 쥐들은 기분나쁜 전기충격을 가해도 인스턴트 식품을 뿌리치지 못했다. 이러한 중독 증상은 해당 음식을 끊은 뒤에도 2주간 지속됐다. 연구진의 폴 케니(Kenny) 박사는 “고칼로리 인스턴트 음식들이 마약처럼 뇌의 보상 중추를 지나치게 자극해 쾌락을 유발함으로 인해 먹지 않고는 못견디는 강박섭식장애(compulsive earing disorder)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에는 뇌신경과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고칼로리 인스턴트식품에 중독되는 것은 마약에 중독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연구가 실리기도 했다.
특히 피자는 초콜릿보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연구(2015)에 따르면 실험참가자 518명을 대상으로 35가지 식품 목록에 대한 음식중독을 분석한 결과, 피자의 중독성 수치(4.01)는 초콜릿 등 다른 식품보다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초콜릿과 감자칩이 동일한 점수(3.73)였으며, 쿠키 (3.71), 아이스크림 (3.68), 감자튀김 (3.60), 치즈버거 (3.51), 탄산음료 (3.29), 케이크 (3.26), 치즈 (3.22) 순이다.
순위에서 알수 있듯이 중독성이 강한 음식들은 설탕, 지방이 많은 고열량 인스턴트식품들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음식들의 맛이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해 도파민과 비슷한 화학물질을 분비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햄버거, 피자를 먹을 때 좀처럼 손에서 놓기 힘든 이유가 이것이다. 이런 음식들은 과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맛을 들이면 계속 먹게되는 ‘단짠’(달고 짠) 음식의 유행도 이러한 현상과 연관돼 있다. 반면 오이(1.53)나 당근(1.6), 콩(1.63), 사과(1.66), 현미(1.74), 브로콜리 (1.74), 바나나 (1.77)와 같은 천연식품들은 실험에서 중독성이 가장 낮았다.
이러한 인스턴트 식품들은 단지 칼로리로 인한 체중증가나 단순한 과식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있다. 미각을 통해 우리의 뇌를 자극하는 문제다. 유은정 원장은 “음식중독을 내버려두면 비만, 고지혈증 등이 생기는 건강 문제와 더불어 폭식증과 같은 식이장애 위험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우울이나 공황, 불면 등 정신적 문제도 나타나기 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식중독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에 이상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내버려두지 말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이를 위해서 자신의 ‘심리적 허기’의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심리적 허기란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먹을 것을 찾거나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이 오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유 원장은 “특정 시간에 자꾸 먹을 것을 찾게 되는 조건화된 폭식의 경우 새로운 자극이 들어와서 악순환을 끊게 하는 방법이 있다”며 저녁시간 배달앱을 보지 않고 산책하기 등을 예로 들었다. 또한 쾌락중추를 잠재우기 위해 샤워하기나 전화하기 등으로 음식에 대한 집착을 환기시키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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