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기만 해서는 안 된다…‘차’도 먹는 시대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차(茶)의 나라’ 중국에서 이른바 ‘먹는 차’가 인기다. 간편한 식사 대용으로도 즐길 수 있는 ‘차’가 등장해 중국 차 음료 시장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레드오션으로의 전환기를 맞고 있는 중국 차 음료 시장에서 ‘곡물차’가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중국 차 시장은 과열 경쟁에 놓여 있다. 중국 최대 음식배달 앱(APP) 메이투안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차 음료 판매점은 총 18만 개가 문을 열었고, 같은 숫자의 점포가 폐업했다. 개업률과 폐업률이 동일하다는 것은 그만큼 업계가 치열하다는 의미다. 인기 제품이 등장하면 너도 나도 미투 상품을 출시해 이윤율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이 중국 차 음료 업계의 특징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곡물차’ 브랜드인 ‘차구띠(茶谷地)’가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차구띠에선 중국의 전통차를 재해석한 음료를 내놓고 있다. 차 음료에 ‘건강에 대한 관심’과 ‘곡물의 인기’를 더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중국의 SNS인 웨이보(微博)에선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차 음료로 주목받았다.
차구띠(茶谷地)의 주요 제품은 팥, 보리, 오트밀 등 18가지 곡물들을 차음료에 토핑으로 쓴 곡물차다. 이 제품들은 음료 잔에 담긴 팥빙수와 닮았다. 곡물차와 팥빙수의 차이점이라면 곡물 토핑 아래 얼음 대신 차가운 녹차나 홍차, 요거트 음료가 담긴다는 점이다.
차구띠는 ‘중국의 유튜브’로 불리는 단편 UGC 플랫폼 틱톡(Tiktok)을 통해 곡물차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질 좋은 탄수화물이 들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제 차는 ‘마시는 것’이 아닌 ‘먹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에 간편하고 건강한 식사를 찾던 젊은 소비자들의 니즈가 부합하며 새로운 ‘왕홍차(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차)’로 등극했다.
중국 식품업계에선 곡물차의 등장을 통해 차 음료 시장이 6세대로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차 음료의 1세대는 대만에서 시작돼 대륙으로 진입한 ‘버블티’였다. 버블티는 한국, 일본 등 해외까지 진출하며 중국 차 음료의 대명사가 됐으나, 경쟁이 과열되면서 원가 하락을 위해 차 가루에 물을 타고 식감이 나쁜 타피오카 버블을 사용하며 2세대 차음료인 ‘과일차’에 추월당했다.
2세대인 ‘과일차’는 상온 또는 저온의 차에 과일가루와 커피 등을 혼합했다. 1세대인‘ 버블티’보다 다양한 색감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생과일이 아닌 과일가루나 시럽을 과다 사용하며 칼로리가 높고 건강에 좋지 않은 차로 인식돼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3세대는 ‘신선차’의 시대였다. 소비자가 신선한 과일을 직접 고르면 곱게 갈아 차에 우유와 함께 넣어 마신다. 식재료의 계절성에 따른 제품 구성의 한계와 신선과일 보존 등 유통비용 상승의 문제로 위기를 맞았다. 4세대는 ‘유제품차’였다. 차에 우유, 치즈, 크림 등 유제품을 혼합하여 따뜻하게 마시는 차다. 기존의 제품과 구분되는 차별성으로 화제가 됐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향과 맛 때문에 현재는 적은 소비층만이 남았다.
5세대 ‘밀크티’는 1세대 버블티의 음료인 밀크티에 커피, 과일, 요거트 등 여러 재료를 혼합했다. 다양한 소비자 기호와 대중적인 선호도로 현재까지 인기를 끌고 있으나 유사 제품의 난립으로 시장은 포화상태에 도달하고 있다.
6세대로 떠오른 ‘차구띠’의 성공 요인은 두 가지다. 차 음료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그 첫 번째다. 기존의 차 음료는 마시는 데에 그쳤지만, 곡물차는 ’먹는 차‘라는 인식 전환을 통해 건강한 식사 대용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aT 관계자는 “바쁜 일상 속에서 간단한 식사를 원하면서도 건강을 챙기고 싶은 모순된 니즈를 가진 젊은 소비자들에게 ’차 한 잔으로 원기를 보충해준다‘는 차구띠 곡물차의 광고 문구는 효과적으로 각인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TV나 신문이 아닌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저비용 고효율 광고가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 젊은 세대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aT 관계자는 “UGC 플랫폼을 활용한 동영상 광고는 중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의 많은 식품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될 만한 마케팅 창구”라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