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도심에 되살아난 ‘참기름 방앗간’…모두에게 열린 공간
[리얼푸드=민상식 기자]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근처에 독특한 모양의 건축물이 생겨났다. 공항 관제탑이나 돌탑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아래가 좁고 위가 넓은 참기름 버킷(들통)을 쌓아 올린 모양이다.
이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 참기름을 짜는 방앗간이기 때문이다.
참기름 스타트업 ‘쿠엔즈버킷’(queens bucket)이 도심형 방앗간인 오일 팩토리의 이달 개관을 알렸다.
서울 중구 광희동에 문을 연 오일팩토리 [쿠엔즈버킷 제공] |
2012년에 설립된 쿠엔즈버킷은 국내산 참깨ㆍ들깨를 ‘저온압착’ 방식으로 착유하는 기업이다. 고온(통상 270℃ 이상)에서 깨를 볶고 기름을 짜내는 방식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 유해 성분이 생성되는 반면, 저온(145℃)에서 짜낸 기름은 건강하며, 특유의 탄내가 없어 다양한 요리에 활용이 가능하다.
도심형 방앗간에서는 갓 짜낸 저온압착 기름을 맛볼 수 있다. 쿠엔즈버킷은 찾아오는 소비자들에게 건물을 개방해, 정제 과정을 보여줄 계획이다.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 [쿠엔즈버킷 제공] |
쿠엔즈버킷은 이번에 문을 연 오일팩토리 외에도 서울 역삼동과 전라북도 익산에 제조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의 기름은 이미 품질을 인정받아 국내 주요 백화점 및 대형마트, 신라호텔 등을 비롯해 해외 미슐랭 레스토랑에 제품이 공급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이 2017년 인수한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 마켓’에도 입점이 논의 중이다.
오일팩토리 기름 정제 시설 [쿠엔즈버킷 제공] |
오일팩토리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기름 제조 공정을 형상화했다. 건물은 지상 4층, 옥상, 지하로 구성돼 있다. 1층에는 판매전시장, 2ㆍ3층은 공장, 4층은 쿠킹체험장, 지하는 재료창고로 활용된다.
오일팩토리 1층의 판매전시장 [쿠엔즈버킷 제공] |
건물 꼭대기에 올라 아래로 내려오면서 깨를 씻고, 로스팅, 압착, 추출, 필터링까지 모든 정제 과정과 기름을 활용한 요리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하루 약 1000병 분량의 기름 생산이 가능하다.
이 건물의 설계를 맡은 문훈(문훈발전소 대표) 건축가는 “방 하나 크기의 작은 공간에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다섯 개의 버킷이 겹쳐진 형태를 구상했다”면서 “천장이 넓고 사이사이 빛이 내려오는 채광창을 설치해 내부에 들어서면 넓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일팩토리 4층 쿠킹체험장에서 조리된 참기름 샐러드 [쿠엔즈버킷 제공] |
쿠엔즈버킷은 향후 열린 공간으로서의 도심형 방앗간 장점을 극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박정용 대표는 “방앗간의 장점은 열린 공간에서 제조되고 소통하면서 바로 소비된다는 점”이라면서 “도심형 방앗간을 새롭게 구성해 ‘보여지는 공간’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