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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소비, 지구환경ㆍ인공지능과의 신공존법이 핵심…

-인간ㆍ지구ㆍAI와의 공존…인문학 토크콘서트로 내년을 엿보다

-헤럴드경제 2019 컨슈머포럼서 열띤 토크콘서트

-소비심리 양극화에 따른 다양한 소비패턴 보일 것


“올해는 가성비, 가심비의 해였는데, 내년은 ‘나심비’가 키워드로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내년엔 가정간편식(HMR) 전성시대가 될 겁니다. 그런데 그만큼 고급 외식시장도 커질 겁니다.”


“내년 지구환경 문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으로 다가오고, 신약개발 등에서의 인공지능(AI) 활용이 본격화 될 겁니다.”


데이터 분석가, 영화평론가, 다이어트 전문가, 셰프, 제약업체 대표, 화장품 회사 대표 등이 한자리에 뭉쳤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20일 주최한 ‘2019 컨슈머포럼’ 토크콘서트 자리에서다. 이들은 인문학적 지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2019년 소비트렌드와 그에 따른 사회 각 분야의 변화상을 짚었다. 공통된 목소리는 소비자와 지구, 인공지능이 신공존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밀레이엄 서울힐튼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패널로는 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가나다순), 배영우 메디리타 대표이사, 이진수 아모레퍼시픽 헤라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 정지욱 영화평론가, 조은주 터치더스카이 수석 셰프, 최금실 핑크원더 대표가 참여했다. 사회는 김영상 헤럴드경제 소비자경제섹션 에디터가 맡았다. 2019 소비트렌드 전망을 지상 중계한다.

2019년 소비트렌드를 예측하는 ‘헤럴드경제 2019 컨슈머포럼’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패널들이 ‘인간, 지구 그리고 AI를 말하다’ 주제의 인문학콘서트에서 열띤 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2019년 소비트렌드를 예측하는 ‘헤럴드경제 2019 컨슈머포럼’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패널들이 ‘인간, 지구 그리고 AI를 말하다’ 주제의 인문학콘서트에서 열띤 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김영상 소비자경제섹션 에디터(사회)=2019 컨슈머포럼에선 2019년을 달굴 소비 이슈로 인간(소비자), 지구, 그리고 AI를 꼽았는데요. 먼저 내년 경제와 소비시장 전망을 해본다면.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얼마전 무디스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최근 기획재정부 있으신 분이 중동에 가셨는데, 얘기 중에 우리나라가 실제로 위기상황에 왔다고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을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들었다. 시장 뿐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위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럼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전례를 참고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1991~2011년까지 20년간 지속된 불경기 기간 동안 소비계층은 크게 3가지로 나타났다. 첫째가 소비취약계층. 이들은 사고 싶어도 못사는 사람들이다. 둘째 이성소비층으로, 발품 팔아서 사는 사람들이다. 세번째로 지성소비층이 있는데 이들은 소비 횟수를 줄인다. 다른 통계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두드려지게 나타난다. 가계 소비지출은 백화점, 일반 소매점, 신사복, 보석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디스카운트 스토어는 3.6%~10%까지 늘었고, 쇼핑몰 등 통신판매로 소비가 급격히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슈퍼마켓 매출이 늘고, 캐쥬얼 브랜드가 대폭 성장했다.


특이한건 해외여행자수가 급격히 늘었다는 점이다. 왜 불경기 때 해외여행이 늘었을까. 대체적으로 72%가 한국과 동남아 등 가까운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것은 자기 충족 효과로 접근할 수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일본의 20년은 ‘하이 앤 로우’라고 할 수 있다. 잘되는 것은 소비가 줄지 않고 중간은 없어지고 밑으로 생기는 시대다. 우리 경제도, 소비자들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실질 소득이 줄어들었고, 우리도 그렇다. 결국 소득도 소비도 하이 앤 로우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우선 올해 어떤 소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자면 아무래도 여성이 두드러지지 않았나 싶다. 틈새시장을 노렸다고 볼 수 있는데, 여성이 중심이 됐던 영화로는 올초 개봉됐던 리틀 포레스트가 있다. 젊은 여성의 이상향, 다시말해 독립해 살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소비하며 자기 삶을 꾸리는 여성상이 그려졌다. 이후 여름에는 타샤 튜더가 개봉했는데, 30만평 정원을 꾸몄던 이야기를 다큐로 만들었다. 꽃에 대한 소비 관심이 높아졌다. 12월에는 ‘인생 후르츠’란 영화가 개봉한다. 80~90대 일본인 노부부 이야기인데 여성들의 소비생활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기에 올해도 그렇지만, 영화 쪽에서 보는 내년 트렌드가 있지 않을까 한다. 여성 쪽에 무게둔 영화는 올초 미투 영향일 수 있게다 싶은데, 강한 여성의 모습은 내년 영화 트렌드에도 이어질 것 같다.


▶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올해 소비트렌드였던 가성비, 가심비에서 내년은 ‘나심비’가 되지 않을까 본다. 가심비에서 분모가 빠져버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가격에 무관하게 소비하는 것이다. 저는 직업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이들의 소비트렌드 변화를 보면 본인이 만족하고 원하는 것에 대해선 돈에 개의치 않고 확실히 소비한다는 점입니다. 레고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에코백을 들면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를 바로 구매하기도 한다. 지인 중 하나는 럭셔리호텔을 돌아다니며 주말에 호캉스에 취해 있다. 가격이 상당한데도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한 일상의 보상’이라고 얘기한다. 2019년의 대표적인 모습은 다이소 봉투를 들고 조던 리미티드 운동화를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젊은이들이 아닐까.


▶최금실 핑크원더 대표=제 회사는 제품 개발도 하지만 프로모션도 만들어야 하는데, MD나 대표가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고객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 고객의 니즈, 제형, 타입 등 얘기를 들어야 한다. 보통 10개월~1년 가까이를 100~150명의 고객과 함께 제품 하나를 개발하고 만든다. 나아가 패키지 디자인도 고객 의견을 듣는다. 소비자와의 소통은 올해도 유효했지만, 내년에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인플루언서 영향력에 대해서도 우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형석=크라우드 소싱과 같은 맥락인 듯 하다. 소비자 의견을 수용해서 만드는 것인데, 사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막강하고, 더 막강해질 것이다.


▶최금실=그런 측면에서 내년에는 제품 판매만을 위한 게 아니라 감성을 주고받는 마켓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본다.


▶조은주 터치더스카이 수석셰프=올핸 근무시간 단축, 소확행, 워라밸 등 화두가 많았다. 사회적으로 1인가구가 늘고 있고, 여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냐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는 게 간편식 시장이다. 앞으로 이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셰프를 영입하고, 상품을 개발하면 이 시장 위주로 외식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간편식과 반대되는 개념은 소확행이다.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만족감을 주면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보면 호텔이나 고급레스토랑의 매출이 늘고 있다. 40~50대 분들이 주요 소비층이었는데, 이제는 20~30대도 한끼 정도는 제대로 식사를 하려 한다. 내년엔 문화와 식사가 어우러진 테마형 관광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시장은 양면화 돼서 가장 싸게, 가장 고급스럽게 먹을 수 있는 시장이 발전할 것이다.


▶배영우 메디리타 대표이사=산업 쪽으로 내년 소비 트렌드를 봐야한다. 인공지능은 내년이 되면 일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거품이 꺼질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인공지능은 AI스피커 정도인데, 내년이면 스피커에 눈이 달릴 것이다. 이미 나왔지만, 더 보편화된다. 눈이 달려서 AI스피커가 우리가 누군지 알아볼 것이고, 활용하는 서비스도 등장할 것이다.


제가 몸담고 있는 헬스케어, 바이오 쪽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신약개발 등 실패들이 밑바탕이 돼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활용하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또 맞춤 약이 나오고 이미 쓰이곤 있지만, 내년에는 가시화돼서 더 활용될 것이다. 나에게 맞는 약을 사용해 병 없이 오래살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년을 기점으로 본다.


▶강태은=소비는 인간의 욕구와 직결된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을 보면 생존 욕구, 의식주 안전 욕구, 사랑하는 사람과 모여사는 사회적 욕구, 인정ㆍ과시의 욕구, 최상의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사람들은 결핍의 니즈로 소비하고, 결핍이 충족되면 소비를 멈춘다. 내년에도 성장의 니즈는 계속될 것이며, 소비는 다양화될 것이다.


▶이진수 아모레퍼시픽 헤라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메이크업 쪽에서 핫한 트렌드는 ‘인플루언서 영향력’이다. 저도 최근 인플루언서와 컬래버레이션을 했는데,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입소문 효과가 굉장하다. 그런데 정보 홍수 속에서 메이크업에 있어서도 새로운 니즈, 유니크한 메이크업을 요구하는 시대가 왔다. 우리 회사에서도 인디브랜드 개념으로 레어카인드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는데, 이 브랜드는 말도 안되는 컬러의 립스틱과 립글로스를 개발했다. 입술에 말도 안되는 글로스 형태의 펄을 함유한 제품인데, 이 브랜드의 콘셉트를 굉장히 유니크하고 처음 접해보는 제형과 컬러 소비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유니크를 추구하는 시대가 소비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김영상=화두를 환경 문제로 옮겨볼까 한다.

왼쪽부터 강태은 부원장, 배영우 대표, 이진수 아티스트, 이형석 원장, 정지욱 영화평론가, 조은주 수석 셰프, 최금실 대표, 김영상 에디터.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왼쪽부터 강태은 부원장, 배영우 대표, 이진수 아티스트, 이형석 원장, 정지욱 영화평론가, 조은주 수석 셰프, 최금실 대표, 김영상 에디터.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배영우=지구온난화도 그렇지만, 바이오 쪽은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 플라스틱은 굉장히 위협적이다. 몸에 흡수가 되느냐 봤더니 흡수가 되지는 않는다. 몸에 들어가면 장에 머무른다. 신진대사의 교란이 일어난다. 인류가 진화를 거듭해 환경에 적응하면서 유전자가 온(ON), 오프(OFF)되는 것들이 있다. 뱃속에 있을 때 ON/OFF가 일어나는데, 어떤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의 유전자 구조를 바꾸는게 아니라 이같은 ON/OFF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여러가지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때다.


▶정지욱=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다큐멘터리를 보면 대부분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것이다. 상업 영화의 경우 옛날에는 재난영화를 생각했지만, 이제는 미세먼지를 다룬다. 올 여름 국제영화제에 인더더스트라는 작품이 상영됐다. 미세먼지 때문에 고난을 겪는 가족에 관한 내용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 특히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재난이 상업 재난영화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조은주=회사 차원에서 분리수거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레기 등이 다 다르다. 이걸 가정으로도 가져가야 한다. 간편식 때문에 생활 쓰레기가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이걸 생산하는 업체에도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도록 법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최금실=스킨케어 쪽은 과대 포장이 많았다. 최근에는 시대적 당위성인 필환경에 맞게 에코 패키지로 많이 줄어들고 있다. 화장품의 환경 트렌드의 변화로 패키지 간소화를 엿볼 수 있다.


▶이진수=소비자 니즈에 따라서 환경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제품의 패키징에 감귤류, 해초류 같은 지류를 사용한다. 인쇄를 할 때도 콩기름 인쇄를 통해 환경을 생각한다. 클렌징 폼 튜브 같은 것에도 식물류를 활용한다.


▶김영상=환경 문제는 인간 스스로 사회적책임으로의 학습화가 전제돼야 조금이라도 풀릴 문제가 아닐까.


▶배영우=인공지능 하면 떠올리는 것이 로봇인데, 로봇이 많이 발전해서 사람과 상호작용하게 됐을 때 위협이 되는 시장이 애완동물 시장이라고 한다. 1~2인가족, 고령 가족 모두 외로워서 반려동물을 키운다. 로봇이 학습 가능하고, 상호작용이 가능하면 애완동물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일본 소니에서는 로봇 강아지가 나오고 있고,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감성 로봇을 지목하기도 했다. 컴퓨터가 나왔을 때 우려됐던 바가 ‘단절’인데, 그러나 SNS 등장으로 오히려 소통이 강화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올바른 소비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스마트하기 때문에 스마트한 소비를 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강태은=소비자들이 많이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은 믿고 살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누가 제공하느냐에 혼돈과 결정장애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내가 만들어 내는 재화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갖는다면 소비시장도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박로명ㆍ이유정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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