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식물의 ‘미량 영양소’가 줄어든다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오는 2050년 기후변화로 사망할 수 있는 숫자는 최대 53만명. 영국 전염병학자 앤드루 헤인스 박사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을 통해 공개한 논문에서 2050년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부족만으로 성인 52만9000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먹거리를 바꾸고 있다. 우선 생산량의 감소가 있다. 미국 워싱턴 대학의 연구(2009)에 따르면 쌀과 옥수수와 같은 주요 곡물 수확량은 오는 2100 년까지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표면 온도 증가에 따라 20-40 %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먹거리 종류도 줄어든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 초콜릿이나 연어, 커피, 조개류, 와인, 감자 등 수많은 농작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먹을 양과 종류의 감소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농작물의 영양학적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경고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작물인 쌀, 기후변화로 영양소 결핍 우려=지난해 국제과학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는 기후변화와 쌀 영양소를 다룬 연구가 실려 주목을 끌었다.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청(ARS)과 일본 교토대학교 등 각국의 과학자들이 모인 공동연구진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배출될 경우 쌀의 단백질, 철, 아연 그리고 비타민 B 함유량이 현재보다 감소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동 연구진은 일본과 중국 실험농장에서 현재 속도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경우 이번 세기 말 나타날 농도(568~590ppm)에서 코시히카리 등 18개 쌀 품종을 재배했다. 그 결과 재배된 쌀의 4가지 비타민 B(B1, B2, B5, B9) 수치는 현재 수준보다 최고 30.3% 감소됐다. 비타민 B1 (티아민) 함량은 현재 재배된 쌀보다 17 % 낮았으며, 비타민 B5 (판토텐산)은 13 % 감소, 그리고 비타민 B9 (엽산) 은 무려 30 % 적은 수치를 보였다. 단백질 역시 현재 재배된 쌀보다 평균 10 %가 감소했으며, 철은 8 %, 아연은 5 % 낮았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벼가 흡수하는 탄소량이 증가하면서 토양에서 흡수하는 질소 등과의 균형이 무너져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쌀은 전 세계 20억명의 주된 식량 공급원이므로, 이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잠재 인구 수는 최소 1억3800만명에서 최대 14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량 영양소 결핍, 건강에 치명적=영양 결핍의 발생은 쌀에 의존하는 빈곤 국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어린아이나 임산부의 건강에는 더 치명적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의 관련 연구도 잇다. 오는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 수치가 너무 높아져 쌀이나 밀 등 농작물의 영양가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약 1억7500만 명이 아연 결핍증에, 1억2200만 명이 단백질 결핍증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약 14억 명의 임신부와 5세 이하의 어린이가 철분 결핍증에 걸리며, 이로 인해 빈혈증 등 질환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비타민과 아연, 철분 등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말하는 미량 영양소(micronutrient)는 우리 몸에서 요구되는 양이 소량이지만 결핍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생명을 유지할뿐 아니라 최적의 생리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성분이기 때문이다. 철분이 결핍될 경우 빈혈, 피로, 호흡 곤란 또는 가슴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부전증 및 발달 지연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아연 결핍은 상처 치유 장애 및 면역 기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연은 또한 성장과 발육을 돕기 때문에 임산부와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영양소다. 비타민 B 역시 신경계를 조절하고,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며, 감염과 싸우는 신체의 핵심 기능에 필요한 성분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의 사무엘 마이어스 박사는 “기후변화로 영양 부족의 작물이 재배되면 수많은 사람들의 영양 결핍이 악화되면서 미래 인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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