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속 ‘짜파구리’ 레시피, 해외 입맛도 사로잡을까
[리얼푸드=육성연 기자]“8분 뒤 도착하니까 짜파구리 해주세요. 우리 다송이가 제일 좋아하는 거니까. 냉장고에 한우 채끝살 있을 텐데 그것도 좀 넣고.”
영화 ‘기생충’에서 연교(조여정)가 가정부 충숙(장혜진)에게 전화로 말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등장한 ‘짜파구리’는 영화에서 빈부격차를 상징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저렴한 가격의 라면에 가장 고급스런 한우가 올려지면서 상반된 조합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짜파구리’가 최근 해외에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무려 4관왕을 차지하면서 더욱 기세가 높아진 분위기다.
이에 농심은 지난 11일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짜파구리에 대한 해외인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짜파구리 조리법 소개 영상을 만들고 11개 언어로 자막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 극장에서 제품과 조리법 책자를 나눠주고, 세계 11개 언어로 만든 조리 영상까지 만들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농심이 공개한 '짜파구리' 레시피 영어 자막 |
짜파구리는 농심이 공개한 영어 자막에서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으로 번역됐다. 일반 ‘라면’보다 면발이 굵은 제품을 잘 표현했으며, 더 참신한 단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생충’의 인기덕분에 농심은 라면 수출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영화 개봉후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짜파게티 매출은 477억9800만원, 너구리는 230억2500만원으로 한 분기만에 매출이 각각 20억원 증가했다.
농심에 따르면 짜파구리는 지난 2009년 농심이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자신만의 이색 레시피로 소개하며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13년 TV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 가수 윤민수 씨의 아들 윤후가 짜파구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전국적인 유행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만 잘 알려졌던 레시피였지만 이제는 영화 ‘기생충’의 인기로 해외에서까지 집중관심을 받게됐다.
실제로 짜파구리는 영화를 본 뒤 세계 관객이 가장 궁금해하는 맛이 됐다. 세계 각지에서 ‘기생충’이 개봉할 때마다 현지 요리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SNS)에서 인기 있는 라면 레시피로 떠오르고 있다.
한식 요리를 전하고 있는 인기 유튜버인 ‘망치’도 ‘소고기 짜파구리’라는 영상을 게재하며 라면 레시피를 공개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통해 단어의 어원까지 설명하면서 말이다.
인기 유튜버 '망치'가 짜파구리 레시피를 전달하고 있다. |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 또한 얼마전 짜파구리 인증샷을 공개했다.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짜파구리를 먹으며 오스카 시상식을 즐긴 파티 현장을 전달해 주목을 끌었다.
주한미국 대사관에서도 즐긴 짜파구리 |
‘짜파구리’는 ‘기생충’ 수상 다음날 CJ ENM의 구내식당 메뉴로도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기생충’의 콘텐츠제작 기업인 만큼 이번 메뉴는 수상을 자축하기 위한 특별 메뉴로 선보여졌다. ‘기생충 버전‘으로 ‘소등심’을 넣은 고급 짜파구리이다.
CJ ENM의 구내식당 메뉴로 등장한 한우 올린 짜파구리 |
농심도 기대를 하고 있듯이 짜파구리 레시피는 이번 기생충 수상소식과 한류 라면 열풍 덕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짜파구리 외에도 '기생충' 에 등장한 음식 코드들이 또 하나의 푸드 한류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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