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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 프리는 정말 좋을까?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글루텐-프리’(gluten-free)는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식품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트렌드 중 하나다.


글루텐은 밀, 보리, 귀리 등에 들어 있는 글루테닌(glutenin)과 글리아딘(gliadin)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성분이다. 물에 녹아 풀어지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불용성 단백질’이다.


글루텐 성분은 이스트나 베이킹파우더에 의해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빵이나 케이크 등을 부풀게 한다. 또한 쫄깃한 면과 빵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밀로 만든 모든 식품에는 글루텐이 들어 있다. 다른 곡물보다 월등히 뛰어난 가공 능력으로 인해 활용도가 특히나 높다. 

그런데 최근, 글루텐 프리 시장의 성장세가 놀랍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의 글루텐프리 식음료 시장은 2011~2017년 사이 연평균 8.2%의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6%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내 글루텐프리 식품 시장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품목은 스낵류로, 전체 시장의 23~24%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제빵류(11~14%), 소스ㆍ양념(9~10%), 유제품(5~13%)이 그 뒤를 잇는다.


■ 글루텐 프리, 좋을까?


현재 글루텐 프리 식품은 건강한 다이어트 식품의 대명사로 소비되고 있다. 실제로 글루텐 프리 식단의 이점도 많다.


한 연구에선 글루텐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는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gluten-free diet)가 신경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셰필드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파나기오티스 지스 박사는 손 또는 발이 저리고 아픈 ‘글루텐 신경병증’(gluten neuropathy)이 있는 사람은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로 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글루텐 신경병증 환자 60명(평균연령 70세)을 대상으로 신경 통증의 강도와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지를 물었다. 그 결과 통증이 없는 그룹은 56%, 통증이 있는 그룹은 21%가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성별, 정신건강 등 다른 관련 요인을 감안할 경우 엄격한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글루텐 신경병증이 나타날 위험이 89%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루텐 민감증이 있으면 글루텐을 섭취했을 때 배에 가스가 차서 더부룩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 중 일부는 증상이 손, 발의 신경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글루텐이 두통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메디컬 센터에서 진행한 연구(2012)에선 글루텐 과민증을 앓고 있는 사람 중 56%가 만성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에 글루텐 프리 식단을 환자들에게 제공하자 두통의 빈도나 강도가 눈에 띄게 개선되는가 하면 아예 사라지기도 했다.


■ 글루텐 프리, 좋기만 할까?


글루텐 프리 식단이 소화가 잘 되고,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는 통설에 대한 반대의 연구 결과들도 있다.


학술지 소화기학에 실린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과 호주 모나쉬 대학의 연구에선 비셀리악 글루텐 과민성이 있다고 호소하는 59명의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선행 연구에서 비셀리악 글루텐 과민성이 글루텐이 아니라 과당의 중합체인 ‘프룩탄’(Fructan)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글루텐 포함 음식, 프룩탄 포함 음식, 아무 것도 포함되지 않은 음식을 7일간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글루텐 그룹과 위약 대조군은 증상의 차이가 없었지만, 프룩탄 실험군에서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하게 복부 불편감이 높았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프룩탄이 비셀리악 글루텐 과민성의 진짜 원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루텐 프리 식품이 도리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지난해 유럽소아소화기영양학회에서 스페인 식품연구소는 빵, 파스타, 과자, 시리얼 등 대표적인 글루텐 프리 식품 654종과 글루텐이 포함된 동일 종류의 일반 식품 654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글루텐 프리 식품은 일반 식품에 비해 단백질 함유량은 2~3배 낮은 반면 지방 함유량이 2배 높게 나타났다. 글루텐을 뺀 대신 ‘지방’으로 채운 글루텐 프리 식품이 많았던 것이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벤자민 레브홀 영양학 교수는 “글루텐 프리 식품이 영양학적으로 떨어진다는 기존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연구 결과”라며 “글루텐 프리 과자나 시리얼 등을 많이 먹는 성장기 아동의 경우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20년 이상 축적된 20만 명의 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글루텐을 기피하면 당뇨병 등 만성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이섬유 섭취를 차단해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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