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음료' 마일로의 배신...말레이시아에서도 '설탕 논쟁'
최근 마인드밸리(Mindvalley)의 CEO인 비셴 라키아니(Vishen Lakhiani)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마일로(Milo)의 설탕 함량에 관한 내용을 담은 영상을 올려 말레이시아를 발칵 뒤집었다. 말레이시아의 국민 음료 '마일로'는 현지 어린이들이 아침 식사를 대신하거나 운동하기 전에 자주 마시는 음료다.
영상에서 비셴 라키아니 CEO는 마일로는 ‘헬시어 초이스(Healthier Choice)’라는 마크를 달고 있으나 실제 설탕 함량은 40%나 된다고 폭로했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커졌다. 그간 광고 등을 통해 마일로를 건강 음료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보건부와 네슬레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며 '설탕 논쟁'이 커졌다.
사실 말레이시아는 아시아에서 가장 뚱뚱한 나라다. 지난해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아세안의 비만에 제동을 걸다'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비만 인구는 전체의 13.3%이고 과체중인 인구 비율은 38.5%나 된다. 주로 운동 부족이 원인이지만, 음식 섭취 패턴 역시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립 보건 질병 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말레이시아 성인의 30.3%가 고혈압이며, 47.7%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17.5%는 당뇨병을 진단받았다. 2020년에는 말레이시아 국민 5명 중 1명꼴인 21.6 %의 성인이 당뇨병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마일로 영상은 건강하지 못한 국민 식단 개선과 건강한 식생활 장려의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가 말레이시아 영양협회가 네슬레, 멜론, 펩시, 페스코, 테이트앤라일과 같은 기업들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편향된 보고서를 써주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던 것도 설탕 소비에 제동을 걸었다.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비만이 사회적 비용을 일으킨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말레이시아 소비자들 역시 스낵 하나를 선택할 때도 건강과 기능성을 고려하는 추세로 접어들었다.
정부에선 이에 따라 기존의 건강에 관한 인식증진 차원의 가벼운 정책에서 법규를 통한 강경한 정책으로 노선을 변경하고 있다. 음식점 운영시간 제한이나 인공감미료 첨가 음료에 대한 소비세 도입 등 식습관 변화를 위한 정책들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 말레이시아 건강식품과 건강 스낵시장의 잠재성을 본다면 한국 식품업체들도 이를 강조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건강한 이미지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슈가프리, 헬씨 키워드를 통한 마케팅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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