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투자하는 퍼스널푸드컴퓨터(PFC)…
PFC의 기본 개념은 2015년 말 테드(TED) 강연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칼렙하퍼 MIT대 교수는 강연에서 자신이 고안한 재배방식을 소개하며 “이것(PFC)이 나의 새로운 트랙터이자 곧 콤바인”이라고 소개했다. 농업에 쓰이는 중장비가 컴퓨터 안으로 들어왔다는 의미였다.
하퍼 교수는 대학교 내 전자공학실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한 데이터값으로 기후 변수를 조절하고 각종 센서로 작물 생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연구했다. 처음에는 식물 한 포기당 센서가 30개나 들어갈 정도로 거대한 규모였다. 제작 비용도 10만달러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 같은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개발된 것이 PFC다. 하퍼 교수와 연구팀은 비용을 낮춘 것은 물론 PFC를 제작하는 방식을 오픈소스로 외부에 공개했다.
MIT 오픈AG에서 개발한 푸드서버 [출처=MIT 오픈AG] |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PFC에 관심이 맞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들어 각자가 제작하는 PFC를 공유하고 서로 질문을 주고받고 있다. PFC는 최초 하퍼 교수 등을 통해 탄생했지만 세계 각국의 ‘너드파머’들이 참여하며 집단지성의 힘으로 성장해온 셈이다. 국내에도 참여자가 늘며 PFC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MIT 오픈AG에서 최근 선보인 신형 PFC 제작 키트 [출처=칼렙 하퍼 교수 SNS] |
PFC 확산에 글로벌 기업들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누텔라, 페레로로쉐 등의 초콜릿 상품을 판매하는 페레로 그룹은 PFC 등을 연구하는 MIT 오픈AG 미디어랩 스폰서이기도 하다. 페레로 그룹은 이미 세계적인 호두 소비업체이기도 해서 이 그룹이 PFC 연구에 투자하는 것과 높은 관련이 있다. 또 세계 최대 섬유 회사 중 하나인 인도 웰스펀도 미디어랩 스폰서다.
구글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오픈AG의 후원사로 나서고 있다. PFC 연구에서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작물 생장 알고리즘을 만드는데 여기에 머신러닝 등의 AI가 활용되고 있다. 구글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이밖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유니레버, 타깃(미국 종합 유통업체) 등도 후원사로 등록돼 있다.
제작 키트로 최종 작업한 새로운 형태의 PFC [출처=칼렙 하퍼 교수 SNS] |
MIT에서는 PFC와 함께 대형장비 크기로 키운 ‘푸드서버’를 통해 작물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또 PFC와 푸드서버에서 생성되는 자료를 모으는 작물데이터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하퍼 교수는 “현재는 식량 생산지와 소비지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구조라면 앞으로는 세계 곳곳에서 PFC와 푸드서버가 각각 점을 형성하며 데이터센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작물 재배 노하우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인트루이스)=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