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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도 발아하면 소화 더 잘돼요”…비건푸드 ‘리틀엔팬트리’

-국내 최초 배양발아 메밀ㆍ견과류를 이용한 비건푸드 ‘로우놀라’ 판매

-배양 발아ㆍ저온건조 과정으로 소화력과 영양소 높여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오드득~마치 영양제를 챙겨먹듯 여기저기서 견과류를 씹어먹는다. 바야흐로 견과류 열풍시대다. 하지만 아무리 몸에 좋은 견과류라도 소화를 못시켜 체내 흡수율이 떨어진다면 어떨까. 슈퍼푸드도 비건(vegan, 엄격한 채식) 푸드도 소화가 가장 먼저다.


“견과류를 먹고나면 소화가 잘 안된다거나, 아예 못 먹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소화를 돕기 위해 견과류와 메밀을 배양발아시켜 시리얼을 만든 비건 푸드 스타트업이 있다. 한동룡(43)ㆍ허진경 (39) 공동대표가 운영중인 ‘리틀엔팬트리’(littleandpantry)는 지난해 8월 이와 관련된 특허출원을 마쳤다. 소화 잘 되는 시리얼의 이름은 ‘그래놀라’가 아닌 ‘로우놀라’다. 국내 최초로 로우놀라를 판매중인 리틀엔팬트리의 이야기를 듣고자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을 찾았다. 

허진경 ‘리틀엔팬트리’(littleandpantry) 공동대표 [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허진경 ‘리틀엔팬트리’(littleandpantry) 공동대표 [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리틀엔팬트리’를 운영중인 한동룡ㆍ허진경 공동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리틀엔팬트리’를 운영중인 한동룡ㆍ허진경 공동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소화 잘 되고 영양소 높인 ‘로우놀라’=회사에 들어서니 다정한 한 쌍의 부부가 주문받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한 쪽에는 발아과정을 마친 아몬드와 브라질너트 등이 쌓여있었다. 견과류를 발아시킨다는 생각이 기발해 상품 개발의 계기를 묻자 허진경 대표는 장 건강이 좋지 않아 고생했던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장이 안 좋아서 밀가루 음식만 먹어도 탈이 났어요. 그래서 가공을 최대한 줄인 자연 식물식 식품 (plant based)에 대한 관심은 늘 있었죠. 뉴질랜드 NSIA 요리학교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어느날 마켓에서 발아시킨 메밀을 접하게 됐어요. 바로 책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로우놀라를 공부하면서 레시피를 개발했습니다.”

물에 불려 배양발아한 아몬드[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물에 불려 배양발아한 아몬드[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지인에게 자주 만들어주던 로우놀라 레시피는 2017년 귀국후 소규모로 시작한 사업 아이템이 됐고, 지난해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로우놀라는 ‘로우’(Raw)와 ‘그래놀라’(Granola, 오트밀과 견과류ㆍ건과일 등을 혼합해 만든 것)의 합성어로, 열을 가하지 않고 만드는 시리얼의 한 형태다. 호주나 영국등에서는 이미 판매되고 있으며 만드는 방법은 꽤 다양하다. ‘리틀엔팬트리’의 로우놀라는 메밀과 씨앗, 견과류를 모두 배양 발아하고, 이를 저온 건조한다는 2가지 특징을 지닌다. 허 대표는 배양 발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곡류나 견과류의 외피에는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피트산 성분이 있는데, 이는 체내에서 소화를 방해합니다. 이 피트산을 벗기는 작업이 엑티베이팅(activating), 즉 배양발아입니다. 발아현미처럼 물에 불리는 방식을 통해 소화흡수율을 높이는 방식이죠. ”

‘리틀엔팬트리’의 ‘로우놀라’는 배양발아와 저온건조를 통해 소화력과 영양소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리틀엔팬트리’의 ‘로우놀라’는 배양발아와 저온건조를 통해 소화력과 영양소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배양발아는 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견과류마다 발아 시간이 다르며 시간도 오래 걸린다. 껍질이 단단한 아몬드나 브라질너트의 경우 8시간, 부드러운 캐슈넛은 2시간, 피칸이나 호두 등은 4~6시간 정도다. 이렇게 발아과정을 거친 메밀이나 견과류는 축축한 형태가 되는데 이를 바삭하게 만들면서도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는 방식이 바로 섭씨 46도 이하에서 건조시키는 저온건조다. 특히 건조과정에서는 식품이 습도나 온도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상하기도 쉽다. 한동룡 대표는 “하나의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복잡한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소화력과 영양소를 높인 것은 큰 장점”이라고 자신했다. 

=스무디볼에 넣은 ‘로우놀라’ [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스무디볼에 넣은 ‘로우놀라’ [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속 편하다는 반응, 재구매율 높아=배양발아를 통해 높아진 영양소는 실제 국내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결과이다. 숙명여자대학교 연구 논문(2009)에 따르면 항산화제인 루틴(rutin)과 퀘르세틴(Quercetin), 비타민 C등의 함량은 일반 메밀보다 발아시킨 메밀의 형태에서 훨씬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허 대표는 메밀에 대해 “해외에서 글루텐프리 대체제로 많이 이용되는 식재료”라며 “단백질 함량(100g당 13.6g)도 높다”고 했다. 이어 “아몬드 역시 단백질(100g당 18.6g)이 많은 대표 견과류로, 이들을 발아시키면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발아현미와의 차이가 있다면 로우놀라는 발아후 식감이 부드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온건조과정을 마치면 오히려 튀기지 않았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바삭함이 유지된다. 눅눅해지지 않기 때문에 우유 등에 넣어 먹는 시리얼로는 적합한 특징이다. 각종 베리류에 로우놀라를 넣은 스무디볼을 직접 맛보니 마지막 한 스푼까지 바삭거리면서도 섭취후 소화가 잘 됐다. 



“배양발아에 대한 이론만 믿고 시작했는데 실제 고객들의 반응을 접하니 효과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생겼어요. 소화가 어려운 노년층도 좋아합니다. 한 중년 여성은 소화때문에 견과류를 못 먹었었는데 로우놀라는 속이 편하다며 한참을 얘기하더군요. 배변활동이 좋아졌다는 고객도 있어요. 지금은 지방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재구매율이 매우 높습니다.” 


종류도 다양하다. 견과류와 햄프씨드 등이 들어간 ‘씨드앤넛츠’를 비롯해 ‘오렌지앤진저’, ‘카카오앤베리’, ‘코코넛라떼’ 등이 있다. 아몬드에 대추야자와 핑크솔트 등을 넣어 둥글게 빚은 ‘로우 에너지볼’도 인기다. 탁구공만한 크기에 아몬드가 20알이나 들어있어 영양소도 풍부하다. 기자가 먹어본 에너지볼은 쫀득한 식감에 천연 재료만이 가진 깊이있는 고소함을 가졌다. 모두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다. 이외에 ‘아몬드버터’와 ‘캐슈넛버터’도 있다.

아몬드에 대추야자와 핑크솔트 등을 넣은 ‘로우 에너지볼’ [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아몬드에 대추야자와 핑크솔트 등을 넣은 ‘로우 에너지볼’ [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동물성 식품이 들어가지 않은 ‘아몬드버터’[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동물성 식품이 들어가지 않은 ‘아몬드버터’[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리틀엔팬트리’는 향후 전라도로 이전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맛있으면서도 소화 잘 되는 건강 먹거리는 얼마든지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남다른 아이템으로 까다로운 식품업계 시장에 뛰어든 두 공동대표의 바람이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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