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실패하는 근본적 케이스 두 가지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는 천 가지가 넘는다.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똑같은 실수’는 아니라도 그놈의 사촌 동생이 수천 개가 넘는 것이 문제다. 엇비슷한 실수가 계속 찾아와서 사람을 괴롭힐 것이다. 근본적인 실패의 경우를 굵직하게 두 가지로 나눠보자.
- 첫째, 투자 자체가 실패한 경우다. 어떤 가설들을 세웠는데 (혹은 세우지 않았는데) 보기 좋게 틀린 것이다.
- 둘째, 가설이 틀리지 않았는데 물려 있는 (설령 물려 있지 않더라도) 그 기간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경거망동해 최초의 계획을 실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다.
과도한 단순화지만 핵심은 전달될 것이다. 물론 애초에 가설도 없고 생각도 없고 기간도 생각하지 않았다면 두 경우를 모두 혼란의 도가니처럼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에 기본기가 이뤄졌음에도 계속 헷갈린다면, 이 두 가지의 차이를 분간하기 힘들어서인 경우가 많다. 둘에 대한 처방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투자 자체가 실패한 경우
인정하자. 애인을 잘못 만났건, 돈을 잘못 꿔줬건, 결과가 이미 드러나 있는 상황에선 어떤 이유에서건 그걸 되돌리기 힘들다. 틀렸으면 틀린 거다. 안 틀렸다고 치고 더 기다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뿐더러, 냉정하게 생각하면 현재 같은 시간을 투자하기에도 더 좋은 투자처가 많을 것이다. 1억이 500만 원이 되더라도, 단순히 기다리는 것보다 500만 원을 투입하기 더 좋은 투자처가 주위에 분명 있다. 기회비용을 생각해 다시 시작하는 것이 대체로 답이다.
하지만 투자 자체가 실패한 경우를 없애는 방법도 많다. 예컨대 주식 시장 전체 인덱스에 투자한다면 투자 자체가 실패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개별 종목은 파산하거나 경영 실패로 폭락하더라도 전체 주식 시장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 분석을 많이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투자 자체의 실패 가능성을 여러모로 줄이는 것이 좋다. 자신이 없으면 인덱스로 투자하자.
물려 있는 기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
실제로 더 애매한 상황이다. 나쁘지 않은 투자를 했는데 중간에 급하게 끊어버리거나, 아니면 반대로 물릴 수밖에 없는 타이밍에 들어가서도 무조건 수익이 나기를 기대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이 경우의 처방은 애초에 그 ‘기간’을 합리적으로 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외로 이 기간을 생각하고 투자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심지어 투자서적에도 이 부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수능을 보려면 최소한 1년을 공부해야 하고, 의사가 되려면 5년 이상 공부해야 하지 않겠는가. 부동산을 샀으면 일주일 만에 수익이 날 수는 없는 일이다. 기간을 채울 생각이 없다면 무의미한 투자가 있다.
인덱스 등 큰 시장은 큰 수급의 사이클을 탄다. 수년간 원래 가치보다 비싸게 거래되기도 하고, 수년간 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인덱스 투자를 한 이상, 5년 이상의 시간을 각오하고 투자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일본이나 한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10년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투자를 하는 순간 이미 10년 이상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반드시 자신이 기대한 가격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기다리지 못하고 끊으면 ‘물린 것을 참지 못하고 끊은 것’에 불과하다. 약간 수익이 나는 상황에서 초조해서 익절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억하시라, 지난 200년간 아무 때나 주식 인덱스에 30년간 투자를 해서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수익률을 (실질 수익률 마이너스) 기록한 적은 없다. 장기 투자하면 채권보다 안전하면서 수익률이 높은 것이 주식이다. 그것은 주식의 특징이다.
사자마자 운 좋게 수익이 나는 사람들의 경우에 현혹되지 말자.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원래 그 투자의 취지가 아니다. 부동산을 사고 한 달 만에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이 없듯, 주식을 사고 한 달 만에 수익이 나길 기대해선 안 된다. 그런 경우가 더 흔치 않다.
모든 투자 전략은 그에 맞는 고유의 시간이 있다
요는 주식에 무조건 장기투자하자는 게 아니다. 어떤 전략은 3초를 위한 전략이고, 어떤 전략은 3일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 이런 전략에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하루밖에 못 기다리는 것도, 모두 문제다. 전략의 의미를 이해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틀렸을 때 끊어내지 못하는 것도 더 이상 전략으로서의 의미가 없다. 뭐가 됐건 맞는 기간과 방법론이 존재한다. 다만 자신 없으면 장투에 걸맞는 전략으로 장투하자는 것이다.
모든 투자가 실패하는 이유가 있듯이 모든 투자가 성공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가설이 그냥 들어맞은 경우와, 사이클을 제대로 활용해서 인내를 통해 수익을 낸 경우다. 성공한 투자자들의 사례들을 잘 보시라. 가설을 잘 맞추기도 하지만, 정확한 투자의 기간을 이해해 참을 때 참고 끊을 때 끊을 줄 안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핀테크 스타트업 (주)두물머리를 창업한 기업가 천영록입니다. 선물옵션 트레이더 출신이라 투자나 금융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두물머리는 온라인으로 투자를 안내해드리는 ‘불리오’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죽기 전에 전 국민의 평균 투자 수익률을 5% 이상 높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것이고, 사회가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