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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허름한 가게에 대한 착각

일본의 허름한 가게에 대한 착각

드라마 '심야식당'의 한국 버전

작년에 <심야식당>이라는 일본드라마가 한국드라마로 각색되었는데, 음식값에 대한 작은 소동이 있었다고 한다. 반찬까지 곁들여서 잘 주는 한 상의 한식이 겨우 천 원이었다는 것이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한 가지 착각에 대한 것이다.

프랜차이즈와 작은 가게가 공존하는 일본

이미 10년 전 내가 일본에 살기 시작할 무렵 일본은 프랜차이즈 천지였다. 일본은 지하철역 앞에 상권이 발달하곤 하는데, 그 역전에 가보면 어딜 가나 풍경이 같아 보일 정도로 비슷비슷한 프랜차이즈로 도배되어 있었다. 요즘은 한국도 여러 가지 프랜차이즈 가게가 생겨났다. 일본의 20년 전쯤을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일본의 허름한 가게에 대한 착각

시부야 역 앞.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그럼 일본에서는 개인이 하는 커피숍이나 음식점은 다 죽었는가. 그렇지는 않다. 골목 여기저기에 살아남아서 커피를 팔고 우동을 팔고 돈까스를 팔고 초밥을 팔고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런 가게들은 협소하고 초라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심야식당> 드라마 속 가게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내가 말한 착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앞에서 초라하고 협소하다는 부분을 보고 많은 한국 사람들은 그런데도 살아남은 것을 보니, 그들이 화려하고 세련된 프랜차이즈 가게들에 비해 더 저렴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물론 절대적으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개는 개인이 하는 식당들이 오히려 더 비싸다. 훨씬 더 비싼 경우도 있고, 약간 비싼 경우도 있으며,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더 싼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심야식당>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식당이 허름하니까 가격이 더 싸야 한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심야식당>에 나오는 음식이 물론 서민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싼 음식을 원한다면 프랜차이즈 식당에 가는 게 더 싼 것만은 확실하다. 라면 가게나 햄버거 가게 등 어떤 프랜차이즈 가게들은 24시간 하는 곳도 있다. 일본에 가서 허름하다고 여기가 더 싸겠지하고 들어가면 대개는 바가지를 쓴 것처럼 느끼고 나오게 된다.

싸지도 않은데… 왜?

협소하고 초라한데도 더 비싼 가격으로 음식과 거피를 판다면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한국사람들에게는 더욱 미스테리일 것이다. “싸지도 않은데 왜 그런 곳에 가?”라고 질문을 던질 법하다.

 

일본의 작은 개인 가게들이 살아남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개성과 역사 그리고 공동체다. 개성과 역사는 한 지역에서 가게를 오래 함으로써 만들어진다. 때문에 삐까번쩍한 프랜차이즈보다 주인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커피를 만드는 가게의 전문성이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요인은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허름한 가게에 대한 착각

편집자가 다녀온 교토의 단골 많은 작은 카페…

일본 사회는 한국과 다르다. 다른 사람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덕목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사회라, 때로 외롭고 싶어도 외로울 수 없게 단체로 끌고 가는 한국사회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밥을 혼자 먹는다. 그들은 누군가를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만날 사람도, 가족도 없다.

 

그런 사람들이 동네의 가게를 중심으로 작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즉 그들은 식당이나 커피숍에 혼자 가서 그 주인이나 그 가게의 단골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인간적인 온기를 채운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사고, 프랜차이즈 햄버거가게에서 햄버거를 사면 더 싸지만, 주인이 자기를 기억해주고 자기가 아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제2의 가정 같은 가게를 만들어 그런 가게라면 기꺼이 더 비싼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떤 가게인가는 일본판 <심야식당>에 잘 그려져 있다. 그러니까 그 허름한 가게가 파는 것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다. 공동체 서비스요, 소소한 대화의 시간을 파는 것이다. 바건, 커피숍이건 점원들은 손님과 친구처럼 한정 없이 대화를 나눠주고 인사를 던져준다. 그래서 어떤 개인 가게는 프랜차이즈 가게보다 훨씬 더 비싸다. 일본은 인건비가 비싼 나라다. 당신이 대면접촉을 많이 하는 가게를 원한다면 낮은 가격을 기대할 수 없다.

일본의 허름한 가게에 대한 착각

'심야식당'의 한 장면. 단골들끼리는 다 알아본다.

프랜차이즈에는 없는 친밀함과 온기를 팔아야 한다

한국이 시간이 지나면 일본과 비슷해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르다면 달라서, 같다면 같아서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우리가 이런 가게들이 가지는 인간적인 역할에 대해 무관심할수록 한국 사회는 프랜차이즈 가게로 완전 뒤덮히게 될 것이다.

 

그런 나라에는 역사도, 개성도 기대할 수 없다. 교토를 스타벅스로 채우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의 한옥마을은 사실 이미 어느 정도 그렇게 되어 있다. 개성과 추억을 스스로 죽이고 있다. 자기 고향과 마을에 대해 가지는 추억은 그 고향의 오래된 가게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한국도 점점 1인가구가 늘어간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고 해도 점점 일본 못지 않은 외로운 나라가 되어 간다. 프랜차이즈 본점의 횡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가 망하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

 

나는 개인가게가 제공해야 하는 기능이나 상품에 대한 착각이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냥 우리 치킨을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더 싸게 팔면 될 거라는 생각으로는 부족하다. 광고비에 인테리어에 기업식으로 메뉴를 개발하는 기업을 같은 방식으로는 이기기 어려울 테니까.

 

음식 맛, 커피 맛 하나만으로 버티기는 힘든 시대다. 백종원이 마술처럼 이리저리 레시피를 가하면 일류 쉐프와 똑같지는 않아도 거의 버금가는 맛의 음식이 나오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초고가의 비싼 음식이 아니고서야 맛으로는 프랜차이즈와 승부하기 어렵다. 그 말은 프랜차이즈 가게를 하면 본점에 많은 돈을 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신의 경쟁력은 프랜차이즈 본점에서 나오고 있으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메뉴얼화 할 수 없는 부분, 그리고 불행하게도 사람들이 점점 외로워지면서 요구가 커져가고 있는 부분을 공략해야 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단골식당의 아늑함 같은 것이다. 그런 식당은 때로는 음식과 무관히 식당 그 자체를 즐기고자 찾게 된다. 손님들은 식당의 일부를 이룬다. 음식의 맛과 가격이 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개인 가게를 여는 데 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프랜차이즈 시대에 가게란 무슨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필자 격암 (트위터)

"나를 지키는 공간"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 강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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