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골목의 작은 카페가 살아남는 법
집 앞, 인적 드문 골목에 카페가 새로 생겼습니다. 관심 두지 않으면 못 보고 지나칠 위치였습니다. 한동안 발걸음이 향하지 않았지만 색다른 곳에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곳을 찾았습니다. 오픈 후 6개월이 흘렀다 했습니다. 3평 남짓의 작은 가게에는 6개 테이블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습니다. 가득 채워도 15명이 채 되지 않을 작은 카페였습니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에 등장할 만한 트렌디한 스타일의 카페도 아닙니다.
이런 카페가 오래갈 수 있을까 갸우뚱거리며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라는 사실을 머지않아 깨달았습니다.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은 적었습니다. 예상했던 그림입니다. 구석진 카페는 눈여겨보지 않고서는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조용한 분위기가 맘에 들었지만 사장님도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카페의 정적을 깬 건 헬멧을 쓰신 분의 등장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준비 다 됐나요?"
"안녕하세요. 5분만요!"
익숙한 상황이 묻어난 인사를 음료 제조에 바쁜 사장님은 고개를 숙인 채 받았습니다. 이 상황은 카페에서 머무르는 동안 반복되었습니다. 헬멧을 쓴 분들은 10분에 1번꼴로 카페에 들어왔고 사장님이 건네는 비닐봉지를 든 채 짧은 인사만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처음 겪는 경험이라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필요했습니다. 추가로 주문을 한 뒤 카드를 건네며 사장님께 상황을 여쭤봤습니다. 사장님의 대답 속에는 “배달의 민족” 단어가 담겨 있었습니다.
커피와 디저트도 배달하는 시대
음식 배달의 범위는 점차 넓어집니다. 배달 서비스는 치킨, 피자 같은 배달 음식점 중심으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배달 음식점이 아니더라도 배달비만 추가로 지불하면 일반 음식점의 음식은 물론, 나아가 이젠 커피와 디저트 같은 B&F(Beverage and Food)까지 배달이 가능합니다.
카페에서 지켜본 배달 니즈는 다양했습니다. 그룹 스터디 도중 간식 타임을 위해 배달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고, 따뜻한 날씨에 소풍을 즐기는 연인이 공원으로 배달시키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공부 도중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한 주문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대다수 고객은 앱으로 주문했습니다. 앱으로 주문하면 결제와 동시에 가게로 주문이 들어옵니다. 배달 업체에도 자동으로 배달이 요청됩니다. 몇 분 후 배달원은 가게에 들러 주문한 커피와 디저트를 픽업한 뒤 배달했습니다. 단골로 보이는 분들은 카페에 직접 전화로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과정은 앱 주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전화로 주문을 받은 뒤 배달 업체에 배달을 요청합니다. 배달 직원은 현장에서 배달비까지 포함된 금액을 받고 카페와 배달 업체는 수익을 나눕니다.
이처럼 배달의 영역이 넓어질 수 있었던 점은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가게가 직접 배달 직원을 고용했습니다. 인건비 부담에 치킨, 피자, 중국 요리와 같이 배달이 필수인 음식점에 한해서만 배달 직원을 고용하고 음식을 배달했습니다. 커피와 디저트를 배달 음식처럼 배달받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메쉬코리아, 배민라이더 등 배달을 핵심 비즈니스로 삼는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모든 것을 배달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고객이 배달비만 지불하면 어떤 것이든 배달 가능합니다. 물론 주문을 받고 준비한 뒤 배달 직원에게 음식을 건네야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문 배달에 동의한 사업자만 가능합니다.
메쉬코리아 같은 배달 스타트업의 활성화가 ‘배달 시대’를 열었다 |
배달에서 기회를 본 영세 사업자는 이곳에 올인합니다. 인적이 드문 골목의 작은 카페라도 ‘배달’을 통해 입지가 좋고 인테리어가 깔끔한 카페보다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고 실내 인테리어에 수천만 원을 투입하는 것보다 상품에 집중하고 배달을 통해 숨은 고객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똑똑한’ 소상공인이 늘어났습니다. 결국 이 카페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고객’이 아니라 ‘커피와 디저트를 배달시키는 고객’을 위한 카페였던 것입니다.
디저트도 하나의 음식, 디저트에 특화
음료만으로는 배달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커피 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카페가 생겨났고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 맛을 고민한 결과 음료의 맛은 상향 평준화되었습니다. 집 앞의 카페나 멀리 있는 카페의 ‘맛’ 차이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배달까지 해서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에 집 앞 카페로 향합니다.
하지만 기회를 본 카페는 있었습니다. 새로 공략한 카테고리는 바로 ‘디저트’. 디저트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습니다. 예전의 카페 문화가 커피를 두고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디저트까지 확장되었습니다. 더 독특하고, 더 맛있는 디저트가 있는 카페에 관심을 가집니다. 제가 간 카페에도 ‘디저트 전문점’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이제 디저트를 단순한 ‘디저트’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음식으로 보는 분이 많습니다. 맛있는 디저트 가게를 가기 위해 맛집을 찾듯이 정보를 모읍니다. 지인에게 추천을 받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스크린샷을 찍기도 하죠. 직접 가지 않고도 디저트를 먹을 방법이 바로 배달입니다. 배달비만 지불하면 집에서 편하게 디저트를 먹을 수 있습니다. 나갈 준비를 하고 교통수단으로 이동하고 카페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가 필요 없습니다.
배달을 위한 카페가 ‘디저트’를 다루는 것은 필수로 보입니다. 음료는 판매 단가가 낮고 음료만 배달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음료와 함께 먹을 디저트까지 배달을 요청하거나 디저트만 주문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이 카페는 똑똑하게 ‘디저트 전문점’을 내세우며 배달의 민족 디저트 맛집으로 자리 잡아갔습니다.
고정비를 줄여야 한다
모든 사업은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이 잘될 때는 고정비가 걱정 없지만 조금이라도 내리막을 걸으면 고정비는 큰 비용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공유’로 풀어집니다. 하나의 장소를 같이 사용하거나, 하나의 서버를 같이 이용하는 식입니다. 월마트가 물류센터를 다른 사업자와 공유하고, 아마존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카페의 고정비는 그야말로 최소로 보였습니다. 적은 유동 인구는 높지 않은 임대료를 만들었고, 3평 남짓 매장은 인테리어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적은 고정비에 온라인, 그것도 배달에 집중해서 10분에 1번씩 대량 주문이 들어오는 카페로 탄생한 셈입니다.
오픈한지 얼마 못 가 ‘임대 문의’가 붙는 카페를 보며 늘 아쉬웠습니다. “첫째는 입지, 둘째는 유동인구, 셋째는 인테리어” 라는 창업 불변의 원칙이 폐업을 불렀습니다. 고정비를 최소화하고 매장 만을 사업 영역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확장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 원칙도 바뀌는 법입니다. 이제는 입지가 좋지 않아도 맛만 좋다면 어떻게든 찾아가는 시대입니다. 유동인구가 없더라도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은 뒤 배달 업체를 통해 배달이 가능합니다. 인테리어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작은 매장도 얼마든지 큰 매장 못지않은 매출을 거둘 수 있습니다.
물론 입지가 좋고, 유동인구가 많으며, 규모가 크고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는 그렇지 않은 카페보다 잘 될 확률이 큽니다. 하지만 위기는 한순간에 찾아옵니다. 잠시의 주춤은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 되기도 합니다. 작은 카페라면 10달을 버틸 수 있을 ‘주춤’이 좋은 조건의 카페는 2-3달로 단축되며 곧바로 적자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페 리뷰와 소통이 중요하다
블로그 리뷰를 믿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진짜 리뷰가 아니라 리뷰를 가장한 상업적 포스트가 많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도 점점 오염됩니다.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광고를 진행하며 카페 사진을 올려달라는 일은 빈번합니다. 이들은 카페에 가보지도 않은 채 사진만을 받은 채 인스타그램에 올립니다. 결국, 피해는 사용자에게 다가옵니다. 상업적 콘텐츠를 피하기 위한 셀프 필터링 비용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배달 앱 리뷰도 어뷰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제 음식을 배달시켰던 이용자만 리뷰를 남길 수 있어 한 번의 필터링이 이뤄집니다. 또 ‘도움 순’으로 리뷰 정렬도 가능합니다. 사용자는 도움이 되는 리뷰에 ‘도움 돼요’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주문할 때 도움이 되는 ‘좋은 리뷰’를 써주신 분께 표현하는 일종의 ‘좋아요’ 입니다. 이를 통해 결정에 도움이 리뷰를 찾을 수 있어 두 번째 필터링이 가능합니다.
배달 앱을 보며 머물렀던 카페의 리뷰를 살펴보며 좋았던 점은 손님과 사장님의 1:1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사용자가 리뷰를 남기면 사장님은 그 리뷰에 대댓글을 달았습니다. 빈번하게 목격하는 닉네임 사용자는 ‘단골’이라 불렀고 “다음 주문 시에 잊지 않고 서비스를 드리겠다”는 댓글도 있습니다.
모든 리뷰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사장님 |
사장님이 직접 대댓글을 남기는 걸 본 사용자는 리뷰를 남깁니다. 확실한 피드백이 있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리뷰든 부정적인 리뷰든 모든 댓글에는 답변이 있습니다. 리뷰를 남길 생각이 없던 사용자도 사장님의 피드백을 보며 리뷰를 남기고 싶어집니다. 특별한 대우를 받는 ‘단골’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서비스에는 팬이 중요합니다. 큰 규모의 브랜드도 작은 카페도 팬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고객입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하며 가게의 팬과 단골이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는 가게 소식을 친구에게 전달할 수 있게 했고 배달 앱 리뷰는 게시판 역할로 손님과 사장님 간의 커뮤니티가 되었습니다. 작은 가게라도 어떻게 팬을 만들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지는 시대가 왔습니다.
마치며
유동인구가 없어도, 입지가 안 좋아도, 매장 규모가 작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은 작은 골목 안 가게일지라도 ‘발견’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모든 오프라인 사업자가 생각해야 할 지점입니다.
요식업을 한다면 배달을 이용하는 손님에게 제공할 새로운 경험은 없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카페를 한다면 가게 안 손님뿐 아니라 온라인 속 잠재 손님을 생각해야 합니다. ‘배달’을 전략으로 삼아 가게 매출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제가 갔던 카페를 포함해 더 많은 작은 가게가 새로운 기회와 나름의 전략을 만나 더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 엔딩을 보면 다음 예고편보다 브랜드 협찬정보에 더 눈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