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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역 엉터리 ‘안중근 동상’ 철거하라

최근 의정부시청이 의정부역 앞 근린공원에 세운 안중근 의사 동상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아 보인다. 우선 동상의 얼굴이 안 의사를 전혀 닮지 않았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같은 분들은 생존 당시 그린 초상화가 없어서 정확한 얼굴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작가가 대상 인물의 성격, 풍모, 신분, 업적 등을 고려하여 제작한, 사실상 창작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안중근 의사는 근대인물이어서 사정이 다르다. 활동 당시 찍은 사진은 물론 의거 후 재판과정에서 찍은 사진도 여럿 남아 있다. 그런데도 의정부역 앞에 세워진 동상은 골상 등 그 어디로 봐도 안 의사의 얼굴이 아니다. 역사 인물의 초상화나 동상은 철저한 고증이 생명이다.

의정부역 엉터리 ‘안중근 동상’ 철거

의정부역 앞에 세워진 동상의 얼굴 등 전면부 모습

의정부역 엉터리 ‘안중근 동상’ 철거

거사 직후 체포된 안의사

문제는 또 있다. 이 동상은 안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위해 뛰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안 의사가 법정에서 진술한 공판기록에 따르면,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할 당시의 상황은 아래와 같다.

“내가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이토가 탄)열차가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음악이 연주되었고, 병대(군대)가 경례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차를 마시면서 ‘하차하는 것을 저격할까, 아니면 마차에 타는 것을 저격할까’ 하고 생각했는데 일단 상황이라도 보려고 나가 보니 이토는 기차에서 내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영사단 쪽으로 병대가 정렬한 앞을 행진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뒤쪽에서 같은 방향으로 따라갔지만 누가 이토인지는 분별이 가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군복을 입은 것은 전부 러시아인이고 일본인은 모두 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중 맨 앞에서 행진하는 사람이 이토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러시아 병대의 대열 중간쯤 지점으로 갔을 때 이토는 그 앞에 열 지어 있던 영사단 앞에서 되돌아 왔다.

 

그래서 나는 병대의 열 사이에서 안으로 들어가 손을 내밀고 맨 앞에서 행진하고 있는, 이토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향해 십 보 남짓의 거리에서 그의 오른쪽 상박부를 노리고 세 발 정도를 발사했다. 그런데 그 뒤쪽에도 또 사복을 입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혹시 이토가 아닌가 생각하고 그 쪽을 향해 두 발을 발사했다. 그리고 나는 러시아 헌병에게 잡혔다..”

 

ㅡ ‘안중근 외 3명 제1회 공판시말서'(1910.2.7, 관동도독부 지방법원) 출처 :《안중근가 사람들》(정운현.정창현 공저, 역사인, 2017)

의정부역 엉터리 ‘안중근 동상’ 철거

뛰어가고 있는 형상을 한 의정부역 앞 동상의 옆모습

위 증언에서 보다시피 안 의사는 이토를 저격하기 위해 뛰어간 적이 없다. 그랬다면 거사도 하지 못한 채 붙잡혔을 것이다. 거사 당일 안 의사는 오전 7시쯤 하얼빈역에 도착했다. 다행히 정거장 구내 출입에 별다른 제한이 없어 구내찻집으로 들어간 안 의사는 연거푸 차를 두세 잔 마시며 이토가 탄 열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9시경, 문제의 기차가 도착하자 안 의사는 찻집에서 나와 플랫폼으로 접근하여 러시아 경비병들의 등 뒤에서 기다렸다. 이토가 사열을 마치고 되돌아오자 불과 ‘십 보 남짓의 거리’에서 침착한 자세로 사실상 조준 사격을 한 셈이다. 따라서 안 의사가 눈을 부릅뜨고 외투를 휘날리며 뛰어가는 형상은 사실과 다르다.

결론

안 의사의 얼굴과 다를뿐더러 의거 당시의 상황과도 다른 이 동상은 철거해야 마땅하다. 안 의사에 대한 모독이요, 또 하나의 역사 왜곡이다.

의정부역 엉터리 ‘안중근 동상’ 철거

순국 직전 수의를 입고 있는 안 의사

필자 정운현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20여 년간 중앙일보,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오마이뉴스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3년여 동안 국가기관과 공기관에서 임원으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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