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네 가지 열쇠
※ 책 『협상의 한 수』에서 발췌, 요약한 글입니다.
협상, 쉽게 설명하면 ‘상대방을 내 뜻대로 움직이는 기술‘이다. 이때 중요한 건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협상을 다른 커뮤니케이션과 구분 짓는 기준이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순 있지만 물을 강제로 먹일 순 없다고 했다. 하물며 사람은 오죽할까? 권유건 설득이건 강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억지로 따르게 하면 결국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
어떻게 해야 상대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이 어떤 경우에 행동하는지 알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 설득을 당하느냐는 말이다.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껏 보고, 듣고, 컨설팅한 수많은 사례를 연구한 끝에 사람이 움직이는 원인을 네 가지로 압축했다.
1. 이익
첫 번째, 이익이 따를 때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익이 생길 듯한 기대감이 들 때 우리는 행동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자. 엄마가 성적이 오르면 원하는 신발을 사주기로 했을 때 평소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않았는가? 비즈니스라고 다르지 않다. 거래처와의 협상에서 깎아 주더라도 파는 게 더 이익일 때 가격을 양보한다. 이익은 줄지만 다른 고객을 소개해줄 것 같을 떄, 혹은 이번 계약에선 손해가 예상되지만, 길게 보면 더 큰 이익이 기대될 때 상대 조건을 기꺼이 수락한다.
이걸 수락하시면~~ (쏼라쏼라)(솔깃솔깃)(팔랑팔랑) |
따라서 상대를 설득해 움직이려면 그들이 얻을 이익을 어필하는 게 기본이다. 사업 제안을 따낼 때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면 우리 제품, 우리 서비스의 우수성보다 상대가 얻을 결과물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사람은 이익에 따라 관계를 맺고,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사람들은 남을 돕는 일조차도 철저히 이해관계를 따지며 행동한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기 때문에 그렇다(내 얘기가 아니라 동양 사상가 한비의 말이다).
이익은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기초적 요인이다. 협상에서는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내 요구를 들어주는 게 상대방에게도 득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미국의 샤피로 협상 연구소 로널드 샤피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최고의 방법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얻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2. 손실
사람을 움직이는 두 번째 열쇠는 ‘손실‘이다. 상대방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손해가 예상될 때 우리는 움직인다. 판매자는 깎아 주지 않으면 사지 않을 것 같을 때 값을 양보한다. 구매자는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팔려 버릴 것 같을 때 선뜻 지갑을 연다. 홈쇼핑 화면에 ‘마감 임박’이 뜨면 매출이 급상승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회를 잃을 것 같을 때 사람들은 망설이던 선택을 결정한다. 인사고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봐 상사의 말을 잘 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상대방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가 잃을 것을 찾아주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이걸 거절하시면…… (쏼라쏼라)(흠칫흠칫)(섬뜩섬뜩) |
이때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잃을 게 생긴다는 얘기를 돌려서 표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협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박은 현명한 협상 방법이 아니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단가를 낮춰주지 않으면 거래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른 거래처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는 정보를 은근슬쩍 흘리는 게 더 효과적이다.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조건을 끌어내는 현명한 협상이다.
이익과 손실 두 가지는 이미 잘 알 것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이론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여기서 잠깐, 협상에서 당근이 효과적일까, 채찍이 효과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후자가 더 유용하다. 사람은 얻었을 때 기쁨보다 잃었을 때 고통이 더 크다고 느낀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손실 회피 성향‘이라고 부른다.
3. 사람
사람을 움직이는 세 번째 열쇠는 바로 ‘사람‘이다. 내게 득이 되지 않더라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누군가의 말을 따르는 경우가 있다. 그저 그 사람 말이라면 크게 따져보지 않고도 설득당한다. 이유가 뭘까? 바로 ‘신뢰’ 때문이다. 밑바탕에 ‘믿음’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이 깔렸기 때문이다. 신뢰는 협상의 뼈대와 같다. 서로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조건은 따져보지도 않고 협상을 접는다.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영업사원에게 신뢰가 가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가격은 좀 높아도 약속을 잘 지키고 인간미 있는 거래처와 함께 일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협상뿐 아니라 모든 관계가 그렇다. 이미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평소에 좋은 평판과 인품을 쌓아라. 이게 안 되면 어떤 협상 기술도 무용지물이다.
길이 남을 명언입니다. 출처: 네이버 웹툰 송곳 |
4. 가치
마지막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요인은 ‘가치’다. 상대 요구가 내게 가치 있는 일일 경우에 우리는 행동한다. 이익이나 손실이 예상되지 않아도, 말하는 사람이 좋아서도 아니다. 그렇게 결정하는 것이 내게 가치 있을 때 따르게 된다.
‘봉사’와 같은 일들이 그렇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내게 가치 있기 때문이다. 수익금으로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미술 작품이라면 좀 비싸더라도 산다. 탐스 슈즈는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기부하는 시스템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상대방이 어떤 일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를 사전에 잘 파악해 접근하면 그를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정리하며
사람이 움직이는 요인에 대해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수천수만 가지도 넘는다. 하지만 설득과 협상을 잘하기 위해 이 네 가지는 반드시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협상 전략, 협상의 기술은 결국 이런 데 초점을 맞추어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목표와 상황에 따라 적절한 요인을 포착해 시나리오를 계획하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다. 상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일이 협상가의 역할이다.
필자 오명호 (페이스북)
협상 전문가. ‘열린협상연구소’ 소장. '협상'이라는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하는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