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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과 아이돌

백종원과 아이돌

출처: MBC

사실 미디어나 경제 현상을 대하는 여론을 잘 살펴보면 백종원 프랜차이즈와 아이돌을 비난하는 논리는 어느 정도 유사함을 아실 수 있다. 우선 백종원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는 “골목상권을 위협하는가 하면, 획일적인 레시피가 맛을 지배하게 된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한편 아이돌에 대해서는 “아이돌이 자꾸 연기 쪽으로 진출하니 바닥부터 올라오는 배우들이 살 수가 없다”는 식이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나, 이 논리가 완전히 정당화되기 어려운 이유는 짚어 보아야 할 포인트가 조금 있기 때문이다. 백종원 프랜차이즈의 득세는 결국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상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하나씩 짚어 보도록 하자.

 

1. 첫째로 한국은 대기업에 재직할지라도 전무이사 이상의 직위에 오르지 못하는 이상 노후를 대비하기가 매우 힘든 나라라는 점이다. 또한 1차 퇴직 후 재취업 역시 매우 어렵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면서 중년층 구직자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2. 어쨌든 자녀에게 모든 돈을 쏟아부은 은퇴세대는 이제 자신이 먹고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옛날처럼 퇴직금을 은행에 예금하고 이자를 수령하며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질적으로 제로금리 시대이기 때문이다. 주식과 펀드는 경험도 없으며 리스크가 너무 크고, 재취업은 쉽지 않다.

 

3. 남는 선택지는 자영업, 그중에서도 항상 일정 수요가 존재하고 운영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요식업이다. 그러나 요식업도 맛이 없고 운영이 서툴면 금방 망한다. 한국의 자영업 폐업률을 굳이 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4. 그런데 프랜차이즈라는 수단이 요기 잉네? 프랜차이즈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레시피라는 것이 있어, 이것만 따라 하면 기본은 갈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본사라는 게 존재하니 어쩐지 비빌 언덕도 있어 보인다.

 

5. 그런데 최근 요리 간단하게 잘하는 것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방송도 많이 탄 백종원이라는 사람이 프랜차이즈를 한다네?

백종원과 아이돌

출처: SBS

사실 백종원 프랜차이즈가 득세해서 골목상권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먹고살 길로 백종원 프랜차이즈를 선택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관점이라고 생각된다. 아주 간단한 수요공급의 법칙일 뿐이라는 뜻이다.

 

그럼 기존에 터를 잡았던 골목상권은 왜 밀리는가? 결국 이 같은 과정 때문에 가격이 됐든 맛이 됐든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것이다. 당장 한국인의 와인 소비량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동네 고깃집은 콜키지의 개념조차 모르는 곳이 태반이다.

 

그렇다고 백종원 프랜차이즈가 천년만년 갈 것인가 하면 당연히 그것도 아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우리는 카페베네라는 존재를 아주 잘 안다. 어차피 유행은 또 지나가게 마련이고, 그때가 되면 이제 어떤 요식업이 득세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백종원은 그저 요리 연구가이자 사업가일 뿐이고, 결국 그의 사업 전략 자체가 지금 한국의 경제구조와 아주 잘 들어맞을 뿐이라는 거다.

백종원과 아이돌

어차피 백종원 프랜차이즈의 도움을 받아 점포를 차리는 사람들도 결국 골목상권의 한 구성원이며 자영업자의 하나다. 때문에 백종원 프랜차이즈가 사세를 넓히는 것과 백종원 씨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도태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사이에는 사실 별다른 논리적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경제적 현상은 그 현상만을 갖고 선악을 구분할 수 없다. 결국 그 수요와 공급이 어디서 오느냐를 정확하게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오히려 백종원 같은 사람은 더 많아야 한다. 그러면 다양성도 보존될 것이다.

필자 김현성 (페이스북)

직장인 5년차 주니어. 경제와 국제정세, 금융시장과 원자재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법률과 예술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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