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커트 1만 5,000원의 비극
1.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미용실이 곡소릴 낸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확실히 미용업계는 한국의 서비스비용, 인건비, 자영업 문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업계가 아닌가 싶다.
출처: 뉴스1 |
커트가 1만 5,000원쯤 하는 평범한 동네미용실 대가르시아 헤어샵이 있다고 해 보자. 접객, 커트, 샴푸, 뒷정리 등 해서 대강 한 시간쯤 걸린다 치면… 하루 8시간을 꼬박 일해야 들어오는 돈이 12만 원꼴. 이렇게 월 25일을 일해야 300만 원. 임대료나 기타 비용을 정산하면 남는 게 없다.
물론 실제 미용실은 커트만 해서 먹고살지도 않고, 모든 커트 손님을 한 시간 동안 봐주지도 않는다. … 다만 여기에서 하고 싶은 얘긴 커트 비용이 비현실적으로 싸다는 거다. 사실상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가 싶은.
2.
조금 다른 맥락의 이야기인데, 일본에서는 ‘돈가스 가게의 비극’이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값싸고 질도 좋아 손님들을 끌어모으던 노포들이 하나둘 폐업하고 있다는 것.
그 이유인즉슨 이렇다. 이들 노포들은 대부분 노인이 운영했다. 이제 그 노인들이 은퇴할 때가 되어 가게를 인수할 젊은 후계자를 찾아야 하는데, 정작 이 젊은이들이 따져보니 이 노포들은 제대로 된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럼 이 노인들은 어떻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는가 하니… 연금이 있었기 때문에. 가게의 수익은 넉넉찮지만 연금으로 부족한 몫을 보충할 수 있었고, 그들은 삶의 보람 및 재미를 찾고자, 또는 관성적으로 가게를 계속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3.
자영업자는 어차피 각자도생이고, 노동법 같은 강력한 규제나 지원을 적용할 수도 없고… 이걸 나라가 나서서 뭘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미있는 게, 일본 생활을 하고 돌아온 사람들 가운데 그런 얘길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이 한국보다 살기 훨씬 좋다, 식당도 더 싸고 서비스도 좋다…, 같은 이야기.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소득 수준 차이를 생각하면(약 20~25%) 좀 이상한 이야기더란 말이다. 자영업들이 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미용실 같은 경우에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비싸고.
무척 사소한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 착한 가격, 좋은 서비스, 가벼운 장바구니 물가 같은 말 속에는 사회의 모순이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노인 연금이 떠받쳤던 일본의 노포들이나, 극단적인 경쟁과 저임금 위에서만 성립 가능한 한국의 커트 가격이나.
따져보면 턱없이 모순적이다. 하지만 여기에 주목해주는 사람은 잘 없다. 연대하기에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이 너무 각박하다. 서로 경쟁하기에도 바쁘다. 하물며 그들의 세상은 노동 시장, 취업 시장 중에서도 가장 벼랑 끝인지라, 그리 주목받지도 못하고 공론화되지도 못한다. 더욱이, 공론화해봤자 해결책이 난망이고.
그럼 쌓여가는 그들의 절망과 분노는 어떻게 보듬어줄 것인가. 앞으로 자영업 구조조정은 필연적이고, 서비스 비용은 비싸질 것인데, 그래서 자영업 수가 정말 줄어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 아수라장에서 서로가 서로에 대해 화를 더하지만 않아도 다행일 것 같다.
노동자의 세상을 꿈꾸는 (전 편집장 겸) ㅍㅍㅅㅅ 노조위원장. 그러나 과업에는 태만하고 두목에게 술이나 뜯어먹고 다닌다는 첩보가 입수된 바 있다. 경쟁매체 슬로우뉴스에서도 세작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