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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어스 북숍’은 어떻게 맨해튼의 명물이 되었나?

보통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의 매력을 아무리 설명해도 책에 흥미를 갖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책이 있어 읽어보니 재미있더라’는 체험을 한 적이 없다면 책의 세계에 깊게 발을 들일 수 없겠죠. 때문에 책방의 역할은 그 ‘최초의 한 권’과의 만남을 좀 더 매력적으로 연출하는 것입니다. 보통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을 알리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작은 수법이 필요합니다.

발상의 전환과 작은 수법. 『앞으로의 책방』을 읽고 가만히 돌아보니 그런 사례가 꽤 눈에 띈다. 이를테면 네덜란드의 서점 셀렉시즈 도미니카넌(Selexyz Dominicanen)은 ‘뻔한 건물 대신 네덜란드에서 제일 오래된 교회에 지점을 내보자’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이후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소개되면서 전 세계 독자의 발길을 끌었다.

셀렉시즈 도미니카넌. / 출처: The Way, I See It.

1990년, 잉글랜드의 제임스 던트(James Daunt)가 서점을 오픈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대목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서가를 꾸며야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런 고민의 결과로 나온, 모든 책을 국가별로 분류해 진열하자는 아이디어는 충분히 이례적일뿐더러 참신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덕분에 던트 북스(Daunt Books)는 독립서점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던트 북스. / 출처: Secret London

그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건 미스터리 소설의 편집자이면서 작가인 오토 펜즐러(Otto Penzler)가 맨해튼에 문을 연 작은 서점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의 장소였던 서점을 직접 경영하는 것은 펜즐러의 오랜 바람이었다. 그 꿈의 장소를 사람들은 ‘미스터리어스 북숍(Mysterious Bookshop)’이라 불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펜즐러의 삶을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해준 것은 미스터리어스 북숍을 방문한 고객들의 다정한 말 한마디였다.


하지만 반스 앤 노블 같은 대형 서점 체인이 무차별적으로 책값을 할인하고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하자, 사람들은 동네 서점 대신 대형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마존닷컴의 출현으로 상황은 점점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마치 필름 카메라 대신 디지털카메라가 시장을 석권하는 것 같은 시대의 변화처럼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스터리어스 북숍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


고민 끝에 펜즐러는 친분이 있는 미스터리 작가들에게 짧은 이야기 한 편을 써달라고 청탁한다. 이때 편집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그냥 이야기여서는 안 되고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1. 미스터리적 요소를 포함할 것.
  2.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일 것.
  3. 공간적 배경은 ‘미스터리어스 북숍’일 것.

펜즐러와 미스터리어스 북숍을 아끼던 에드 맥베인, 로렌스 블록,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처럼 쟁쟁한 작가들은 무려 17년 동안 차례로 익살스러운 이야기와 긴장감이 넘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보내주었다.

미스터리어스 북숍. / 출처: Piccola New Yorker Special Trips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단골은 물론이거니와 평소에 별 관심이 없던 독자들도 이 팸플릿을 손에 넣겠다는 일념으로 서점에 방문해 책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덕분에 펜즐러의 미스터리어스 북숍은 대부분의 어려움을 극복해 지금은 맨해튼의 명물이 되었다. 실로 멋진 이야기 아닌가 생각한다.

필자 북스피어 마포 김사장 (블로그, 페이스북)

태권V와 같은 해에 태어났고, "아웃사이더" 출판사에서 사회과학 잡지와 단행본을 만들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무렵에 딴지일보 최내현 편집장과 함께 출판사를 차리고 현재까지 한 종의 열외 없이 장르문학을 만들어 오고 있다. 출판으로는 돈을 못 벌지만 한겨레, 시사인, 경향 등에 잡문을 기고하고 이런저런 출판 강의를 하며 SBS "책하고 놀자"에서 장르문학을 소개하는 걸로 겨우 먹고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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