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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고 인정하면 비로소 누릴 수 있는 것들

※ Behavioral Scientist의 「The Benefits of Admitting When You Don’t Know」를 번역한 글입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얘들아.

홀수와 짝수의 개념에 관해 토의하는 초등학교 3학년 수학 시간에 한 학생이 반 전체를 향해 말했습니다. 이 남학생은 숫자 6이 동시에 짝수와 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학생이 반대 의견을 말하자 그 학생은 친구의 의견을 잠시 생각해보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이 3학년 학생은 자기 지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다른 학생의 통찰력을 높이 평가하는 지적 겸손을 보였습니다. 자신감이 높게 평가되고 실수는 손가락질받는 문화에서 이 학생이 인정한 부분은 칭찬할 만합니다. 하지만 이런 지적 겸손이 배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까요?

모른다고 인정하면 비로소 누릴 수 있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별로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배운 사람들이라고 하는 대학교수들은 일반적으로 지적으로 겸손하다고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룬 성공한 과학자들, CEO, 박사, 예술가, 정치가들에게서도 역시 지적 겸손함이 그다지 보이지 않습니다.

 

천체물리학에서 노벨상을 받은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는 ‘내가 분명 옳을 것이다’는 확신, 달리 말하면 지적 겸손의 부족은 발견과 배움 및 성장을 방해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 궁금증이 생긴 저와 동료는 지적 겸손이 학습 성과와 실증적으로 연관되어 있는지 실험을 했습니다.

 

우리는 먼저 고등학생들의 지적 겸손을 측정했습니다. 고등학생들에게 “나는 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이를 인정합니다” 혹은 “나는 다른 사람이 어떤 주제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때 이를 인정합니다.”와 같은 문장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평가한 지적 겸손과 학생들의 학습 동기 및 학습 방법, 그리고 점수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나아가 ‘선생님들은 지적 겸손이 각기 다른 다양한 학생들 간에 차이를 인지할까?’와 같은 질문의 답을 알고 싶었습니다.

 

실험 결과, 지적으로 더 겸손한 학생들은 학습 동기가 더 높았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높았다는 뜻입니다. 이들은 스스로 시험 문제를 내서 자신의 이해도를 측정하는 등 효과적인 메타 인지 학습 전략을 세워 실천에 옮기는 확률도 높았습니다. 학년 말이 갈수록 이런 학생들의 수학 성적도 높아졌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지적 겸손에 대한 설문 결과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선생님들은 지적으로 겸손한 학생들이 학습 태도가 더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모른다고 인정하면 비로소 누릴 수 있

이 실험은 연구실 환경에서 계속되었습니다. 일시적으로 지적인 겸손을 갖추게 된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적으로 취약한 영역에 도움을 받으려고 할까요? 우리는 실험 참여자의 절반에게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의 유익함을 설명한 짧은 기사를 읽게 하여 지적 겸손을 유도하였습니다. 다른 절반에게는 아는 지식을 상당히 확신할 때의 이점에 대한 기사를 읽게 한 후에 지적 겸손을 측정하였습니다.

 

겸손의 유익함에 대한 기사를 읽은 그룹의 참가자들이 지적으로 겸손한 태도를 보였고, 후속 실험에서 참가자들의 85%가 지적으로 취약한 부분에 대해 추가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대조적으로 확신의 이점에 관한 기사를 읽은 참가자들은 65%만이 취약한 영역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본 실험은 지적 겸손의 증가는 학생의 학습 행동에 실제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실험 결과를 종합해볼 때 학교에서 배우는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다수의 결과와 지적 겸손이 연관되어 있으며, 지적 겸손의 장려가 학습에 유익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적 겸손이 배움을 증폭시킬 수 있음을 관찰한 후, 지적 겸손함을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지능도 변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growth mindset)을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반면 지능은 타고나는 것으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도 있겠죠(이들의 태도를 성장에 대한 믿음과 반대로 “fixed mindset”라 부릅니다).

 

지능이 성장한다는 믿음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이 지적으로 더 겸손하리라고 가정하는 것이 이치에 맞습니다. 사람들이 성장한다는 믿음을 받아들이게 되면 지금은 잘 몰라도 앞으로 배울 수 있으며, 지식을 확장할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자신은 더 똑똑해질 수 있다고 믿으며 지적 겸손은 똑똑해지는 데 필요한 태도라고 확신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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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고자 실험을 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지능이 성장한다는 믿음을 유도하자, (적어도 일시적으로) 참가자들의 지적 겸손이 깊어졌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이 결과는 학생들에게 지능은 성장하고 확장한다, 즉 “너도 똑똑해질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이 지적 겸손과 관련된 학습의 유익함을 증대시키는 하나의 방법임을 보여줍니다.

 

지적 겸손과 성장에 대한 믿음 간의 연관성을 볼 때, 지적 겸손이 학습 과정에 어떤 독특한 유익함을 제공하는지, 아니면 이런 이점은 모두 성장에 관한 생각에서 비롯되는지 궁금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지적 겸손이 단지 성장에 대한 믿음 이상으로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여길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의견이 서로 다를 때 지적 겸손은 반대 관점에서 배우려는 열린 마음을 갖게 하고 독단적인 생각을 줄일 수 있다는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지능이 성장한다는 믿음만으로는 이런 태도를 갖추기 어렵습니다.

 

물론 지적 겸손에 대해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급증하는 실증적 연구 결과들은 지적 겸손이 학습에 유익하며 어쩌면 이념적 차이를 해소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학생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가끔 말하는 자세를 배울 때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 뉴스페퍼민트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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