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을 가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7가지
요즈음 비엔티안 시내 중심가에 한국인 관광객을 심심찮게 본다. 방학이면 해외 봉사 명목으로 대학생이 크게 늘어나고 건기에는 단체 관광객이 주를 이룬다. 가끔 혼자나 둘이서 단출히 라오스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많은 사람들이 라오스를 찾는다.
아마도 ‘꽃보다 청춘’ 방송 이후 더 많은 사람이 라오스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페루는 너무 멀어 큰 결심이 필요하지만 사실 라오스는 그냥 마음먹고 출발하면 된다. 그만큼 가깝다. 5시간 정도면 온다. 아래는 라오스 여행에 대한 소회다. 그리고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기도 하다.
1. 라오스, 왜 오려고 하는가?
얼마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라오스로 오는 옆자리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둘이 앉았다. 궁금해서 라오스는 처음이냐고 물었다. 당연히 처음이었고 표준화된 코스인 방비엥-루앙프라방-비엔티안을 일주일 정도 여행하는 초보 여행객이었다. 그중 하나는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다. 왜 라오스를 오는지 무척 궁금했다. 비엔티안 시내에서 마주치는 관광객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질문이기도 했다.
탓루앙 사원. 사진과는 다르게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사원의 크기는 그 지방의 부와 비례하는 듯하다. |
사람들은 라오스에서 뭘 기대할까? 공허함? 다녀갔다는 사람들이 라오스가 좋다고 해서? 사실 소매치기나 사고만 안 당하면 어느 나라든 여행은 거의 다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러니 다녀왔다는 여행자의 평가는 크게 믿을 게 못 된다. 사람들이 순수해서 좋다고 하기도 한다. 조용하고 편안해서… 이건 라오스만의 특징일까?
좋은 풍경과 문화, 역사적 깊이와 유적, 여기는 이런 것을 기대하는 관광객이 올 곳은 아니다. 쾌활함, 상상력, 기발함, 역동성, 이런 것도 라오스와는 거리가 멀다. 음식도 거의 발달하지 않았다. 관광객이 갈만한 라오스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것이다. 좋은 먹거리를 맛보기 좋아하는 관광객 역시 실망할 것이다. 서양식 레스토랑만 이용하다 갈 가능성도 많다.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 라오스는 아직 비싼 여행지다.
뉴욕타임스에서 죽기 전에 방문해야 할 곳 중 하나라고 했다는 광고를 보고 오는 사람도 많다. 그게 언제적 이야기였는지는 모르는 것 같다. 유럽을 제집 드나들듯 뻔질나게 가고 일본, 태국, 중국 등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미국인 눈에는 라오스 정도는 거론해줘야 여행 전문가처럼 보였을지도.
라오스를 오는데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는 믿을 게 못 된다. “시간이 멈춘 곳”, 이곳도 시간은 흘러간다. 느리지만. 사람들이 때가 덜 묻은 것 같다고? 그걸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라오스는 적당한 곳이다. 물론 내가 다녀본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골은 그랬다.
그 비행기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이제 이 나라를 떠났을 것이다. 처음 올 때처럼 기대하는 것을 얻었을까? 편안함, 낯섦, 순수함. 라오스에 다녀갔으니 이제 어떤 나라로 여행을 가도 신날 준비는 되어 있을 것이다.
2. 뚝뚝이는 쳐다보지도 마라
뚝뚝이는 결코 값싼 교통수단이 아니다. 가장 비싸고 대책 없는 교통수단이다. 속도도 없고 낭만도 없다. 소음과 바가지, 땀 냄새와 매연만 있을 뿐이다. 이 나라는 택시가 길거리에 다니지 않는다. 몇 대 없어서 전화로 불러야 온다. 물론 라오플라자 호텔 근처에 가면 노란색 택시가 몇 대 서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택시는 그냥 자가용처럼 생겼다.
라오스는 대중교통이 거의 없다시피 한 나라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그렇지만 수도에서는 도요타의 육중한 PRADO를 더 쉽게 마주칠 것이다. 라오스가 가난하다고? 우리 관점에서 그렇지, 결코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뚝뚝이를 타면 바가지가 뭔지, 뻔뻔스러움이 뭔지를 확실히 경험하게 된다. 택시로 1,000-2,000원이면 가는 거리를 대개는 1만 원 정도 부르면서 시작한다. 깎는다고? 운이 좋으면 5,000원 정도까지는 깎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뚝뚝 기사들은 어리숙한 관광객들만 노리는 사냥꾼들이다. 길도 잘 몰라서 아무 곳에 떨구기 십상이다.
얼마 전 혼자서 온 여자 여행객은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7~8불이면 올 거리를 20달러 가까이 주고 왔다고 한다. 물론 원하는 게스트하우스까지 찾아가지도 못하고 대충 한국 식당 앞에 놓고 가버렸다. 그 여행객은 더운 날 여행 가방을 끌면서 지도를 보고 있었다. 보다 못한 한국인 청년이 다행히 게스트하우스까지 안내해줘서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다. 뚝뚝이 기사에게 바가지 당하는 것은 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라오스의 순수함을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에게 뚝뚝이는 그것마저 엉망으로 만들 것이다.
루앙프라방의 꽝시폭포, 실제로 보면 장관이다. |
3. 공항에서 시내로 올 때는 택시를 타라
여행을 많이 다녀 본 나도 항상 새로운 나라로 갈 때는 긴장된다. 그래서 다른 준비는 하지 않아도 공항에서 숙소를 찾아가는 방법은 꼼꼼하게 챙긴다. 여기서부터 낭패를 보면 모든 게 다 틀어지기 때문이다. 관광 가이드 북에서 어떻게 소개했든 상관없다. 비엔티안 공항에서는 무조건 택시를 타라.
도착 출구를 나와 제일 오른편으로 가면 출입문 바로 옆쪽에 택시 카운터가 있다. 사람 한둘이 항상 서 있고, 누군가를 소개시켜 주는 게 보일 것이다. 택시 기사이다. 그곳에 가서 시내의 행선지를 말하면 6만 6,000낍(8달러 정도)을 받고 영수증을 끊어 준다. 그러면 옆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기사가 자기 택시가 서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그냥 타고 가면 된다.
뚝뚝이를 타서 요금을 절약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 종일 먹잇감을 노리는 뚝뚝이에게 협상이란 씨알도 안 먹히는 일이다. 뚝뚝이 기사는 여행자의 약점을 파고든다. 최소한 어리숙하고 더운 날씨에 지친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아예 바가지를 각오하고 타는 것도 좋다. 최소한 속은 안 쓰리니… 그렇지만 너무 심하게만 당하지는 말아주었으면. 다음 여행자가 힘들어진다.
4. 스마트폰에 지도 어플은 깔고 와라
낯선 곳에서 길을 찾느라고 헤매는 것은 언제든 즐거운 추억이 아니다. 더군다나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는. 그러니 지도 어플은 하나씩 깔고 다니자. 가장 좋기로는 구글 지도다. 그렇지만 데이터가 필요하니 문제가 있다. 물론 오프라인으로 일정 부분을 다운해서 올 수는 있다. 세밀하기로는 구글 지도가 갑이지만 라오스 지도는 여전히 듬성듬성하다. 구글마저도.
그 다음으로 CityMaps2Go나 Maps with Me를 깔고 라오스 지도를 다운 받아서 오는 게 좋다. 둘 다 미리 맵을 다운로드 받으면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럼 자신만의 내비게이션이 되는 것이다. 절대 길을 헤맬 걱정은 없다. 물론 라오스 지도가 너무 부실해서 좀 문제이기는 하다. 그래도 대부분은 길을 찾는 데 도움을 받는다.
5. 숙소는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곳을 잡아라
비엔티안에서 숙소는 남푸(Namphou)에서 메콩강변을 따라 있는 지역에 있는 곳을 잡아야 한다. 라오스는 대중교통이 아주 열악한 곳이다. 조금이라도 먼 곳에 잡으면 아마도 많은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타원 부분이 관광객이 머무르기 적당한 지역. 강을 따라 지도 왼편 끝까지는 숙소를 잡아도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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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도인 비엔티안은 오래 머물만한 관광지는 아니다. 도착하면 바로 루앙프라방이나 방비엥으로 떠나는 일정을 잡는 게 좋다.
6. 라오스는 기대하고 오는 곳이 아니다
여기는 뭔가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 오는 관광지는 아니다. 놀라운 자연경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 유적이 있지도 않다. 음식 문화가 발전하지도 않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중교통은 불편하고 길거리 음식은 배탈 나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조용하고 투박하다. 없는 것도 많지만 우리 관점에서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없다. 다른 나라의 여행지를 먼저 다녀보는 쪽을 추천한다. 아마 여행이 지겨워질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이 라오스에 온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을 것 같다.
방비엥의 블루라군. 탐푸앙캄 동굴 앞에 있는 개울이다. 풍경은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듯하다. 크기를 보면 좀 실망할 수도 있다. |
라오스를 방문하는 유럽 사람들은 대개는 장기간 머무른다. 태국이나 베트남을 들렀다가 잠시 들르기도 한다. 유럽 사람들의 여행 방식은 우리와는 좀 다르게 주로 낯선 나라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식이다. 그럴 경우 라오스는 저렴하고 잘 쉴 여행지일 수 있다. 주변에 서양식 레스토랑도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분명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생김새도 크게 다르지 않고 사는 방식도 많이 다르지 않다. 좀 덜 이국적이라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는 아랍권, 남미, 아프리카, 유럽이 좀 더 이국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7. 여행은 시간과 돈의 함수다
여행 비용은 시간에 반비례하고, 이동 속도는 돈에 비례한다.
버스를 타고 도시를 이동하는 것은 참 고역이다. 여기는 우리나라에 비해 같은 거리를 2~3배의 시간을 들여서 가야한다. 낭만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가능하면 비행기를 타고 루앙프라방을 가는 게 좋다. 헌데 라오항공은 항공료가 비싸다. 그러다 보니 대개는 방비엥(4시간)을 들렀다가 루앙프라방(3시간 이상)으로 버스를 이용해서 간다.
사실 두 곳을 빼면 시간과 돈 들여서 관광객이 갈만한 곳은 아직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에 도착하면 많은 여행사가 있다. 오기 전에 어디를 갈지 너무 준비하고 올 필요는 없다.
방비엥의 보트계류장,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방비엥은 석회암 지대로 경관이 훌륭하다. 물론 베트남의 탐콕이나 하롱베이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
아직도 사람들이 왜 라오스를 오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왜 이곳을 왔는지 물어본다. 아마도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지. 아마도 아직은 라오스가 덜 알려져서 그런지 자신만의 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듯하다.
여행은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사는 나라로 가는 게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그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좋은 자연경관과 고유한 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미지의 나라, 저개발 국가도 좋을 것 같다.
라오스를 수많은 관광 대국 대신에 선택해서 오는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람이란 어느 한곳에 오래 살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실 무덤덤해지기도 한다. 앞으로 몇 개월 정도 이곳에 더 머무르는 동안 이곳을 잘 소개할 뭔가를 찾고 싶다. 정말 발견하고 싶다.
『기후대란, 준비 안 된 사람들』의 저자이자 블로그 ‘에코타운’의 운영자다. 우리나라가 좀 더 과학적인 사회가 되었으면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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