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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의 의미와 기원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 NPR의 「Brunch Query: What Does It Really Mean To ‘Go Dutch’?」를 번역한 글입니다.

출처: NPR

일요일 아침 친구들과의 브런치 모임,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웨이터가 테이블로 다가와 묻습니다. “한꺼번에 계산하시겠어요? 아니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칩니다. “따로따로 계산할게요!” 각자 자기가 먹은 것을 계산하는 이른바 ‘더치페이’는 이제 현대인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식사를 하고 계산서를 나누는 행위가 언제나 규범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초기 영국 사회에서는 친구를 외식에 초대하고 음식값을 내지 않는 것을 매우 이기적인 행동으로 여겨졌죠.


근대 초기의 유럽을 연구하는 시카고대학교의 역사학자 스티븐 핀커스는 1651년에 막을 내린 잉글랜드 내전 후, 영국인들은 일상을 되찾기 위해 애를 썼다고 전합니다. 일상의 회복이란 계급적 위계와 선한 크리스천으로서의 교양을 드러낼 수 있는 일정한 규범들을 따르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사람들에게 환대를 베풀어 자신의 신사다움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죠. 후하게 베풀지 않는 것은 왕실과 신에게 누를 끼치는 행위로 여겨졌습니다. ‘더치페이’라는 단어의 기원은 약간 복잡하지만, 우리는 핀커스와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의 사전 편찬 전문가인 캐서린 마틴의 도움을 받아 그 어원을 따져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1600년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영국-네덜란드 전쟁 당시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사이에는 무역과 해상의 권력을 두고 다양한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적대적인 관계는 영어에서 네덜란드를 뜻하는 ‘더치’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다양한 관용구를 낳았죠.

네덜란드의 메드웨이 기습. / 출처: Wikimedia Commons

‘네덜란드인의 용기(Dutch courage)’는 폭음에서 비롯된 헛된 용기를, ‘더치식 계산(Dutch reckoning)’은 사기를 당해 지불한 터무니없는 가격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영국인들이 네덜란드인을 무역상의 적으로 간주했기 때문이고, 나아가 그들의 도덕성을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국인들은 네덜란드인을 자본주의에 대한 신념 때문에 완전히 타락한 사람들로 여겼죠.


전쟁이 끝난 후, 영국인들은 내부 질서 정비에 전념하기 시작합니다. 왕실이 재건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이죠. 그러나 영국이 유럽 각지의 영향력을 받아들이고 도시화해가면서, 다양한 규범 역시 자연스럽게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더치’가 들어가는 표현들은 여전히 외국의 것을 비하하고 배척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더치식 파티(Dutch Feast)’는 호스트가 손님들 앞에서 엄청나게 취해버린 파티를 의미했고, ‘더치 과부(Dutch widow)’는 창녀를, 심지어 ‘더치식 행위(Doing the Dutch act)’는 자살을 의미했죠.


이것이 실제로 잉글랜드에 살던 네덜란드 사람들과 관계가 있는지, 아니면 영국인이 도시적인 것, 외국 문물, 또는 뭐든지 나쁜 것을 무조건 네덜란드의 것이라 불렀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캐서린 마틴은 특정 인종이나 국적이 들어간 표현 자체가 특수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무단이탈(Absence without leave)을 ‘프렌치 휴가(French leave)’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죠. ‘아이리시 굿바이(Irish goodbye)’는 아무한테도 작별 인사를 하지 않고 파티를 떠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러시안룰렛(Russian Roulette: 목숨을 건 게임)’ ‘차이니즈 번(Chinese burn: 팔 비틀기)’ ‘인디언 기버(Indian giver: 보답을 바라고 베푸는 사람)’ 등 찾아보면 그 예는 다양합니다. 영어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닙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참석자들이 각자 음식을 가지고 오는 포틀럭 파티를 ‘미국식 파티’라고 부른다고 하죠.

역시 국가디스전의 역사는 유구했던 것이다(…)

이런 표현이 실제로 해당 문화권과 긴밀한 연관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표현에 사용된 문화권보다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문화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경우가 더 많죠.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타자와 어떤 식으로 구분 짓는지를 보여주니까요.


물론 규범이 바뀌듯이 우리의 자기 인식도 변화합니다. 친구들의 밥값을 항상 내주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표현이 처음 생겼을 때는 어땠는지 몰라도, 네덜란드식 밥값 계산법은 꽤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필자 뉴스페퍼민트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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