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책상을 어지럽혀야 하는 이유
※ Herbert Lui의 「Why You Should have a Messy Desk」를 번역한 글입니다.
어수선한 책상이 어수선한 마음 상태를 상징한다면, 텅 빈 책상은 뭘 상징할까?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크 트웨인(Mark Twain),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스티브 잡스(Steve Jobs). 이 세 ‘선지자들(visionaries)’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작업 공간이 매우 엉망이었다‘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과 그의 책상. 출처: Office Snapshots |
트웨인, 아인슈타인, 잡스는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판도를 뒤바꾼 사람들(game-changers)’로 다수가 가는 길을 졸졸 따라가지 않고 언제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즐겼다. 독특한 방식으로 어지럽혀진 그들의 책상에서 우리는 그들만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남들은 미쳤다고 할지 몰라도 그들의 무질서에는 나름의 질서가 존재했다.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종이, 잡지, 다양한 물건들의 이면에는 창조자(creator)만이 구사할 수 있는 구성 감각(sense of organization)이 깔려 있다.
책상을 어지럽히기로 유명했던 창조적 인재들의 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기로 하자. 우선 페이스북(Facebook)의 창립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어질러진 책상에 앉아 작업에 열중하는 장면이다.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책상. 출처: Office Snapshots |
다음은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Zappos)의 CEO인 토니 시에(Tony Hsieh)의 책상이다. 책에서부터 카우보이모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이 수북이 쌓여 있다.
토니 시에와 그의 책상. 출처: Complex |
페이팔(PayPal)의 공동 설립자이자 전 최고 기술책임자(CTO)인 맥스 레브친(Max Levchin)의 책상 역시 어지럽다.
맥스 레브친의 책상. 출처: Complex |
이밖에도 책상이 어지럽기로 소문난 창조적 인재로는 프로그래머이자 암호 해독자인 앨런 튜링(Alan Turing),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Sir Alexander Fleming),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등이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의 창조성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는 환경이다. 최초의 폴리오 백신을 개발할 때 의학자이자 바이러스 연구자인 조너스 소크(Jonas Salk)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자 백팩 하나만 달랑 둘러메고 이탈리아의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그는 나중에 ‘환경 변화가 백신 개발의 일등공신이었다’고 회고했다.
창의성을 자극하기 위해 늘 그런 거창한 변화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책상 앞에 앉아서도 얼마든지 더 창조적인 마음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미네소타 대학교의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책상이 어지러운 사람은 창의성이 높고 위험부담(risk taking)을 하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책상을 깨끗이 정리하는 사람은 엄격한 규정을 준수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으며 위험부담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구를 지휘한 캐슬린 D. 보스(Kathleen D. Vohs) 박사는 ‘무질서한 환경이 전통과의 단절을 촉진하고, 이는 새로운 통찰력의 원동력이 된다’고 결론지었다.
1. 적절한 조절: 창의력 추구형 vs. 능률 추구형
책상을 어지럽히는 것이 모든 경우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책상을 늘 어질러 놓기보다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정리·정돈 상태를 바꾸는 것이 도움 된다. 즉 ‘완전한 무질서’와 ‘완벽한 정리·정돈’을 스펙트럼의 양극단으로 생각하고 창조성 요구 정도에 따라 어지럽힌 정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좋다.
포스퀘어(Foursquare) 창립자이자 CEO인 데니스 크롤리(Dennis Crowley)의 책상. 출처: Complex |
미네소타 대학교 연구진의 실험에 의하면 책상이 깨끗한 응답자들은 초코바보다 사과를 선호하고 새로운 솔루션을 추구하기보다는 기존의 확립된 솔루션을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거나 프로젝트의 콘셉트를 잡아야 하는 경우 책상을 어지럽히는 것이 좋다. 이와 달리 생산성을 높이고 싶거나 특정한 과제를 달성한 이후거나 이미 만들어진 콘셉트를 실행하는 경우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창의성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해 보라. 다 읽은 잡지는 곧바로 내팽개치거나 책꽂이에 꽂아 두지 말고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놓아라. 언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불쑥 떠올라 잡지를 뒤적일지 모른다. 그뿐 아니라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몸 가까이에 두어라.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한 가지 있다. ‘무질서’와 ‘더러움’은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스 박사는 NY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질서와 불결함은 다르다. 책상을 어지럽힌다고 해서 먹고 남은 바나나 껍질과 더러운 접시를 일주일 동안 책상 위에 놓아두면 안 된다.”
2. 사회적 인식
하지만 창의성은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인재파견 회사인 아데코에 의하면 직장의 동료와 상사들은 ‘책상의 정리·정돈 상태’를 기준으로 당신의 됨됨이를 평가한다고 한다. 아데코(Adecco)의 채용 담당자인 제니 데데(Jennie Dede) 부사장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책상을 지속적으로 어지럽혀 놓으면 그들은 당신을 게으름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책상. 출처: Timelife Blog |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기 위해서도 때로는 정리·정돈이 필요하지만, 책상을 지속적으로 어지럽히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업무의 성격(창의성을 요하는 업무 vs. 능률을 요하는 업무)을 고려하여 스펙트럼의 양극단(무질서 vs. 정리·정돈)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
정리·정돈 상태가 동료와 상사들에게 주는 인상을 의식하되 책상을 어지럽힌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 자리에서 다양한 일화나 연구결과 등을 동원하여 당당히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3. 맺음말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과 잠자리를 말끔히 정리·정돈하도록 훈련받아 왔다. 그러나 우리 부모들은 큰 실수를 하신 것 같다. 이상의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무질서한 환경은 우리의 인생을 약간 느슨하게 만듦으로써 창의력을 향상시킨다.
잡스와 그의 책상. 출처: time magazine |
필자 양병찬 (페이스북)
직업은 약사, 좌우명은 좌우지간 착하게 살자. 대표 번역서로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아트 오브 메이킹 머니』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