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결혼은 무서운 일이다
흔히들 결혼하는 여자들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두려움이며, 타당한 감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혼은 남자에게도 매우 두려운 일이다.
결혼이 두려운 첫 번째 이유는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봉건시대의 결혼은 그저 부모님이나 중매쟁이가 정해주는 대로 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그저 운명이려니 생각하며 같이 살다 보면 정도 든다. 게다가 인생도 짧아서 대부분 60세 이전에 끝나니 더더욱 다른 고민을 할 여지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특히 요즘에는 결혼의 품질을 따지기 시작하면서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 이 세상에는 좋은 결혼과 나쁜 결혼이 있는데, 좋은 결혼이란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하는 것이고, 평생을 가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남들보다는 더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 반면 나쁜 결혼은 그렇지 못한 결혼이다.
문제는, 실제로 저질러 보기 전에는 지금 하는 결혼이 좋은 결혼이 될지 나쁜 결혼이 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사랑을 한번 밖에 안 해본 사람이라면 무엇이 좋은 결혼인지 분명하다. 바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결혼이 좋은 결혼일 테니까…
하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많은 사람과 각각 서로 다른 로맨스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중에서 어떤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해야 진짜 오래 갈 수 있을지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별로 대단치 않은 연애경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 속의 주인공 찰스(휴 그랜트)도 같은 선택의 고민에 빠져있다.
얼빵이 찰스(휴 그랜트). 이때는 참.. 풋풋하다. |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선택의 고민에 빠져 있을 때는 괜히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심리가 나타난다. ‘못 올라갈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은 그 내면에 못 올라갈 나무일수록 더 쳐다보고 싶어지는 사람의 마음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찰스가 케리(앤디 맥도웰)에게 필이 꽂힌 이유도 이런 심리로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영국 토박이인 찰스에게 그녀는 먼 나라 미국에서 온 생소한 여성이고, 게다가 남의 여자가 될 여성이니 말이다.
근데 이놈 참 운도 좋다. |
운이 참 좋다!! |
선택의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두 번째 실수는 ‘모 아니면 도’라는 태도다. 진정한 연인은 저 멀리 있어 이루어질 수 없으니, 이젠 아무하고나 해도 상관이 없다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찰스 역시 같은 심정으로 아무하고나 결혼하기로 해버린다. 문제는 운명의 연인이 다시 그를 찾아왔다는 점이다.
자신이 이미 선택을 해버린 이후에야 진짜 운명의 연인을 만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이것이야말로 보통 남자들이 결혼에 연관 지어 상상하는 최악의 악몽이다. 찰스는 그나마 다행이다. 비록 식장에서 주례와 모든 하객이 보는 앞에서 거절당한 신부에게 크게 한 방 맞긴 하지만, 평생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나마도 벙어리 동생이 나서지 않았으면 그냥 결혼했을 찰스… |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에겐 그런 기회조차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결혼은 언제나 두려운 것이다.
참, 이 영화에는 미스터 빈도 나온다. |
게다가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도 나오고, 스팔타커스에서 야비한 노예상인으로 열연한 양반도 나온다. |
사랑과 결혼에 대해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봐도 좋을법한 영화이다.
필자 장근영 (싸이코짱가) (블로그)
심리학자, 글쟁이, 그림쟁이, 영화, 게임, 드라마 등 영상 중독자, 밀리터리 애호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청소년심리로 석사학위, 한국과 일본의 온라인 게임 유저 라이프스타일 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