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미는 김고은! 도달가능미는 장이수?
지금 MZ는 추구미에 몰입 중!?
“앞사람이 빵을 다 사가서 너무 럭키하게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야! 완전 럭키비키잔앙~🍀“와 같이 초긍정 마인드 신드롬을 일으킨 원영적 사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를 시작으로 유명 연예인들의 사고방식이 화제가 되며 독기 가득한 ‘희진적 사고', 어떤 일이든 여유롭게 생각하는 ‘동원적 사고' 등 그들의 이름을 딴 ‘OO적 사고’라는 밈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는 인기 있는 연예인들의 외적인 면에서 더 나아가 취향과 가치관, 성격까지 닮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건데요. 특정 인물을 정해 닮고자 하는 이 욕구를 ‘추구미'라고 부른대요! 핀터레스트를 통해 자신의 추구미를 찾거나 각종 SNS에 ‘오늘 내 추구미는 OOO’이라는 말과 함께 사진을 업로드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죠. 이젠 자기소개를 할 때 MBTI는 기본이고 자신이 추구하는 대상, 사고방식, 분위기 등까지 이야기하는 게 당연한 정도라고 하는데요. 그럼 MZ 세대가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 추구미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 MZ 세대가 이끄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 추구미
‘추구하다'와 아름다움을 뜻하는 한자 ‘미(美)’가 합쳐진 추구미는 자신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미적 스타일이나 이미지를 나타날 때 사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아이돌의 데일리 룩이 마음에 든다면 따라 하고 싶은 구체적인 느낌의 이미지와 함께 ‘요즘 내 추구미'라고 표현하거나 성적을 잘 받고 싶을 땐 ‘이번 학기 내 추구미 A+’라고 말할 수도 있죠.
추구미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모습이라면 이와 반대로, 그보다 못 미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습을 나타내는 도달가능미라는 신조어도 함께 등장했는데요. 추구미에는 김고은 사진을, 도달가능미에는 장이수 사진을 놓고 비교하는 등의 다양한 밈으로 자신의 추구미를 재미있게 표현하며 키워드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어요.
그렇다면 추구미는 대체 언제부터 사용되던 말일까요? 궁금해진 팝콘, 추구미의 기원을 찾아 올라가다가 한 가지 신기한 점을 발견했어요.🔍 추구미라는 단어는 2022년도부터 X(구. 트위터)에서 스멀스멀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할 당시에만 해도 자신을 향해 쓰는 말이 아닌, 좋아하는 아이돌을 묘사할 때 사용되는 단어였더라고요. 예를 들면 좋아하는 아이돌이 새로운 콘셉트로 컴백하면 ‘이번 추구미 레전드'라고 칭찬하거나 ‘OO(아이돌 이름)이의 추구미는 천상 아이돌인데 현실은 그저 막내애기' 처럼 관심 있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분석 할 때만 한정적으로 추구미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타 매체보다 팬덤 활동이 활발한 X에서 추구미의 언급량이 폭발적으로 많았던 거고요.
이렇게 아이돌 한정으로 사용되던 추구미가 23년도부터 메이크업, 패션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에 추구미를 붙여 업로드하는 콘텐츠가 X뿐 아니라 블로그,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어요. 썸트렌드에 따르면 23년 12월, 추구미가 유명 연예인의 옷이나 액세서리를 따라 사는 걸 뜻하던 ‘손민수’를 역전하며 2024년 3월 기준, 추구미의 언급량이 전년도 동기간 대비 10배 이상 상승했어요. 이처럼 추구미는 반짝하는 유행 수준을 넘어 MZ 세대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며 그들의 개성과 취향을 대변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새롭게 떠오른 키워드라고 하는데 왜인지 모르게 익숙한 향기를 풍기지 않나요? 맞아요. 언뜻 보면 따라 하고 싶은 이미지, 닮고 싶은 대상을 의미한다는 부분에서 이전부터 사용하던 이상향, 롤모델, 손민수 같은 단어와 유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추구미는 그보다 더 확장된 의미를 띠고 있어요. 롤모델은 가치관, 삶의 태도 등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물을 표현할 때, 손민수는 누군가의 외형을 따라하는 모습을 일컫을 때 사용하고 있는데요. 추구미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롤모델, ‘물질적 대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손민수의 개념과 맥락을 넘어 메이크업, 패션 스타일 등 더 사소한 분야에서 자유롭게 활용되고 있어요.
또한 회사에선 ‘말 잘하는 외향형’을, 집에선 ‘활동 반경 1m 내향형'을 추구하는 것과 같이 추구미는 반대의 성향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설정하고 다채롭게 수집할 수 있는 특징 덕분에 패션, 뷰티는 기본이고 대중문화와 취미까지 그 대상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소비로 이어지는 MZ 세대의 추구미
MZ라면 추구미 하나쯤은 정해 놓는 게 당연해진 요즘! 이처럼 추구미가 팬덤 문화를 넘어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개성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성향이 한몫했어요. 몇 년 전부터 유행을 좇기보다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게 ‘힙’하다고 인식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외형을 꾸미는 MZ들이 늘어났잖아요.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MZ에게 개성이란 외적인 부분을 남다르게 표현하는 일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었어요. 그랬던 이들 앞에 추구미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하며 외적인 것에 머무르던 시야를 내면으로까지 확장해 준 거죠. MZ 세대가 추구미를 통해 이상향이나 가치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시작하며 추구미가 본격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답니다.
추구미가 하나의 트렌드로 확산되면서 MZ 세대에게 다시 주목받는 3가지 소비 키워드가 있는데요. 추구미와 함께 떠오른 소비 행태를 살펴보자면;
개인의 취향이나 요구에 맞게 제품을 수정하거나 개조한다는 뜻이에요. 개성을 중요시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MZ 세대는 ‘나만을 위한 아이템'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DIY 제품에 빠져들었습니다.
➋ 디깅소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깊이 파고들며 관련 제품이나 영역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성향을 뜻해요. 단순히 유행처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취향을 탐색하고 이를 반영한 소비를 한다는 면에서 추구미와 결이 비슷하죠.
➌ 디토소비 ‘마찬가지’를 뜻하는 영단어 ‘ditto’에서 유래된 용어로, 자신의 비슷한 취향을 가진 유명 스타를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에요. 대상을 정해두고 이를 추종한다는 점, 같은 제품뿐 아니라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 행태를 띈다는 점에서 추구미와 일맥상통해요.
이처럼 소비자들은 추구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소비에 긍정적으로 연결 짓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업계에선 1020세대의 추구미를 대표하는 인물을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하거나 추구미를 타깃 한 제품 출시, 브랜드의 추구미를 기반으로 한 공간 구성 등의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어요.
추구미에 빠진 MZ 세대 사로잡는 방법
타 브랜드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룰루레몬! 요가복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며 선두의 위치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브랜드의 페르소나입니다. 론칭 당시, 연 소득 10만 달러에 콘도를 소유하고 있으며 여행과 패션을 좋아하는 32세의 전문직 미혼 여성을 뮤즈로 잡았어요. 그들은 요가복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타깃 하지 않고 많은 여성 소비자들이 동경하는 ‘세련된 취향을 가진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에게만 집중했죠.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룰루레몬의 페르소나와 추구미가 맞는 2~40대 여성들의 선택을 받는 데에 성공했고 이후 룰루레몬은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어요.
최근,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은 스탠리 텀블러 또한 마찬가지에요! 원래 스탠리는 내구성과 기능성을 갖춘 제품으로, 등산이나 캠핑을 좋아하는 소비자들 위주로 인기를 끌던 브랜드였어요. 그러던 중, 전소한 자동차에 놓인 스탠리 텀블러 틱톡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바이럴 되기 시작했고 이후, 여성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타겟을 남성 노동자에서 여성 청소년으로 발 빠르게 변경했습니다. 다양한 파스텔톤의 컬러를 출시하거나 텀블러를 꾸밀 수 있는 부가 아이템을 선보이며 젠지 유행템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스탠리는 운동 중 수분 섭취에 그리고 공부 혹은 일하는 중 휴식에 꼭 필요한 제품으로 자리 잡으며 열심히 사는 사람은 스탠리 텀블러를 쓴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어요. 인플루언서들을 향한 MZ 세대의 추구미가 스탠리의 이미지와 맞닿으면서 스탠리 텀블러의 대유행 시기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6월, 성수동에서 열린 브레이 팝업스토어 ‘LOOKING FOR COOL WOMEN’은 브랜드의 추구미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공간이었어요. ‘COOL WOMEN NEVER DIE’라는 슬로건 아래 출시한 립슬릭 제품을 선보이며 ‘wearing coolness zone’에는 가방, 안경, 모자 등의 아이템을 배치해 립 제품과 어울리는 쿨한 패션 코드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했습니다.
브레이는 팝업스토어 내 포토존, 소품, 분위기 등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힙스러움과 쿨함의 이미지를 알렸고 자신의 소비자들을 ‘쿨우먼’이라고 칭하며 브랜드와 소비자의 추구미를 동일시해 두터운 팬층을 만들었어요.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중요시하는 추구미 트렌드에 맞춰 많은 브랜드들은 획일적인 것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특색 있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요. 지비츠 참으로 꾸미는 크록스와 주문 제작할 수 있는 폰 케이스, 스티콘(스티커+이모티콘)을 바꿔 낄 수 있는 가방 등의 맞춤형 제품으로 MZ 세대를 공략하고 있죠. 추구미 트렌드로 새로운 소비 행태를 띄고 있는 MZ 세대에게 본인의 취향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DIY 제품은 점점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단순히 희소성 있는 ‘나만의 물건'을 갖는다는 개념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셀프 브랜딩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추구미에는 집단적 취향보다는 자기만의 이상향을 드러내고, 서로 다른 취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담겼다고 말했는데요. 추구미는 개인의 색깔이나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며 개별적인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초개인화'를 나타내는 키워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