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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피클코

4년 만에 철밥통 차고 나온 서른 살 5급 공무원 “사직서 낸 이유는요”

고용 불안정 시대에 본인이 제 발로 나가지 않는 이상 ‘평생직장’개념의 공무원은 꿈의 직장으로 불립니다. 취업 문턱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공직 진출을 꿈꾸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 올해 4월 치러진 9급 국가직 공무원 필기시험에는 19만 8000명이 몰렸습니다. 무려 35대 1의 경쟁률이죠. 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취준생 기간에 들인 돈도 적지 않습니다. 구인·구직사이트 재작년 기준 공시생들의 월 생활비가 주거비와 식비, 독서실비 등을 포함해 약 116만원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놨는데요.


이처럼 채용 정원에 들어가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노력하는 무리도 있지만, 정작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공직 탈출을 희망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노후 및 정년이 보장된 직업을 얻게 됐음에도 왜 수많은 공무원이 공직 탈출을 꿈꾸는 걸까요? 꿈의 직장을 박차고 나오려는 이들이 입 모아 말하는 개선해야 할 공무원 업무방식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생과 졸업생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취업하고 싶은 곳에 대해 설문을 벌인 결과 공무원이 대기업 사원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는데요 . 코로나  19 이후 권고사직 , 임금삭감 , 무급휴직 사례가 심심찮게 들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공무원직에 대한 선호도는 한층 더 올라가고 있습니다 .


이처럼 외부에서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행렬이 죽 늘어서 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공직 탈출’을 꿈꾸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요.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980~2000년대 젊은 공무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MZ세대에 해당하는 신입 공무원 10명 중 6명은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직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넘어서 실제로 사표를 쓰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요 . 공무원연금공단이 공개한 자료로는 , 재작년 사표를 쓴 재직기간  ‘5년 미만 ’의 공무원은  6664명에 달합니다 . 이는  2018년 당시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 특히  ‘1년 ’도 채 다니지 못하고 퇴사한 때도  1769명에 달하는데요 .

그렇다면 신입 공무원들이 퇴사를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지난해 첫 입사 했다는 공무원 박 모 씨는  “얼마 전 보고서를 올렸더니 보기 좋은 보고서가 내용도 좋은 거라며 정작 내용은 읽지도 않고 자간이랑 여백을 수정해서 다시 프린트해오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라며  “형식도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 너무 비효율적인 업무방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라고 토로했는데요 .


또 다른 공무원이 씨도 보고서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부장이 환경보호를 위해서 전체 보고서 분량을 2장 이상 넘기지 말라고 공지했지만, 국장은 노안 때문에 잘 안 보인다며 앞으로 글자크기를 키우고 줄 간격도 넓히라는 정 반대의 요구를 해온 것이죠. 이 씨는 “요즘은 부장, 국장 스타일에 맞게 각각 출력해서 보고드리고 있다”라며 “결국 부장의 의도대로 환경보호와는 멀리 떨어지게 된 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젊은 공무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나친 보고서 양식 꾸미기에 신물이 난다고 토로하는데요 . 젊은 공무원을 상대로  ‘공직사회 보고방식 가운데 가장 개선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를 묻는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6%가 보고서 양식 꾸미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꼽기도 했습니다 .

2016년 중앙부처  5급 사무관으로 공직에 발을 들인  A 씨는 지난해 퇴직 절차를 밟았는데요 . 꼬박  3년을 준비해 어렵게 붙은 행정고시이지만 민간기업에 취업해 투자처를 찾는 일을 하는 지금의 직업에 더 만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


A 씨 역시 공무원 조직의 지나친 형식주의를 비판했는데요. 그는 “사무관들 사이에서 오죽하면 일하는 동안 얻게 되는 전문성은 한글 프로그램 사용기술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라며 “윗분들이 하루에도 워낙 많은 보고서를 읽으니 가독성이 좋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단지 보기 좋은 보고서를 위해 야근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 공무원이 보고서 형식 맞추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나중에 해당 업무 관련해 문제가 생겨 감사 등을 받게 될 시 이를 근거 자료로 활용하기 위함이라는 측면도 있는데요 . 그럼에도 형식 맞추기에 급급해 정작 가장 중요한 일인 행정서비스나 정책 결정이 지체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게 업계 내부의 시각입니다 .

이에 대해 서울 소재 모 대학의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의 재량권 남용을 막는다는 측면에서는 형식에 집착하는 그들이 문화가 긍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면서도  “하지만 지금 우리의 공직 사회를 돌아보면 형식에 집착하느라 행정비용이 더 드는 악순환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고 지적했습니다 . 지금까지 외부에서는 철밥통 , 신의 직장으로 불리지만 , 내부에선 형식에 대한 집착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공직 사회의 일부분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 여러분은  “보기 좋은 보고서가 진정한 좋은 보고서 ”라는 명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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