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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못 벌어도 1억' 한때 목욕탕 사장님들이 지역 유지였던 이유

물가 지표로 활용됐던 목욕요금

명절이면 온 가족이 찾았던 목욕탕

연 매출 1억 5천 기본, 순수익 8천만 원

인기 업종으로 꼽혔던 목욕업, 현재는?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오랜 기간 영업을 이어온 목욕탕 업장들.

시대가 흐르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트렌드가 있듯 창업, 사업에 있어서도 그 흐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최근 한 분석에 의하면 2020년 소매업의 경우 온라인 쇼핑을 중심으로, 외식업은 스낵, 분식 등 휴게음식이 떠오를 것으로 추측되었는데요. 이외에도 주 52시간 근무제,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운동, 취미와 관련된 서비스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과거 한 대중 목욕탕의 요금표.

한편,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힘입어 과거에는 월 매출 1억을 기록할 정도로 성행했던 한 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명절이 되기 전 온 가족이 함께 들렸던 목욕탕인데요. 최근에는 손님이 급감하며 극심한 경영난에 휩싸일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오늘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목욕탕 사업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매출 및 수입에 있어선 어떤 상황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물가 지표로 활용됐던 '목욕 요금'

전통 목욕탕에서 볼 수 있었던 옷장 열쇠 / chosun

현재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하지만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아파트가 자리 잡기 전인 1980년대 대부분의 서민들은 목욕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목욕탕을 찾곤 했습니다. 특히 명전 전후로 목욕을 할 수 있었죠.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목욕 요금은 생활 물가의 지표로 활용되기도 했는데요. 명절, 선거를 앞두고 정부에선 직접 목욕료, 미용료, 숙박요금 등의 비용을 단속할 정도였죠. 90년대 이후 대중 서비스 요금 자율화로 목욕 요금은 가격 책정에 자유가 생겼습니다. 1992년 서울과 수도권의 목욕 요금은 1,900~2,000원 사이였습니다.

월 매출 1억? 대형 목욕탕 전성기

이후 2000년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상황이 조금 달라졌는데요. 동네마다 있던 작은 대중목욕탕들은 극심한 경영난에 휩싸였습니다. 집집마다 목욕시설을 갖추게 된 것은 물론, 서비스나 규모에 특별한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기마다 상승하는 물가, 유가의 영향 역시 고스란히 목욕탕 운영에 반영됐죠. 반면, 24시간 사우나, 불가마, 찜질방 등 대형 목욕탕은 매달 상수도 사용량이 수백 톤씩 늘어날 정도로 손님이 붐볐습니다. PC방, 노래방 등 각종 용역업체가 업장 내부에 들어오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유입됐죠.

당시 공개된 목욕탕 창업에 필요한 평균 비용은 10~30억 원대.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경우, 지출된 땅값, 건축비, 시설비, 세금 등의 비용에서 융자와 용역업체 보증금, 임대료 등으로 충당할 수 있는 수입을 빼면 25~30억 원이 필요했습니다. 신규 건축 상가를 분양받아 찜질방을 운영한다면 10~13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죠.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2~3년에 투자금액 회수가 가능하기에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관심을 보였는데요. 평일 700명, 휴일 1,500명 기준 입장 수익만 월 1억 5천에서 물값, 전기료, 가스료, 인건비 등의 원가 40%를 제하면 8천만 원 이상의 월 순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업장에 해당하는 수익은 아니며 대형, 소형 업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죠. 업계에선 획일적인 규제 완화로 인한 결과라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목욕 시장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초기 진입 비용이 크며 업종 전환 역시 쉽지 않아 폐업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죠. 때문에 시장 진입에 있어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한데요. 외환위기 탈출을 앞세워 목욕업의 모든 규제를 풀어 공급 과잉을 유발한 정부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는 것입니다. 시설업자들의 무분별한 투기까지 성행하게 된 상황을 지적했죠.

수도세 수백만 원, 휴업·폐업 연달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전국 목욕업소 수

2010년~현재까지 목욕탕 업장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대중목욕탕, 온천탕, 찜질방 등을 포함하는 목욕탕 업체 개수는 20년간 9,950개에서 6,740개로 줄었습니다. 특히 이전에 경영난에 휩싸였던 소규모 목욕탕은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였죠. 이러한 결과는 과거에 비해 사라지고 있는 목욕 문화가 주요한 원인입니다. 또, 여타 색다른 문화 공간, 취미 활동 관련 서비스가 떠오르며 목욕탕을 찾을 이유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목욕탕 1개 업장 기준 물세는 한 달에 500만 원~1,000만 원 이상까지 규모에 따라 다양했습니다. 이외에도 난방비, 각종 세금 등의 비용을 감당해야 했죠. 스파와 함께 대형 업소에서 워터파크 개념으로 운영되는 찜질방의 경우 성인 기준 20,000~22,000원 사이, 일반적인 업장의 경우 평균 8,000~15,000원 사이의 요금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프리미엄 전략과 거리가 먼 소규모 목욕탕의 경우 입장료, 용역 업체의 보증금 등으로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사회를 넘어선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 코로나19 등의 바이러스 역시 목욕탕 매출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미세먼지 관련 뉴스량이 많을수록 사우나, 목욕탕의 매출이 어느 정도 확대된다는 사실이 공개되었는데요. 반대로 코로나19로 바깥활동을 자제할 경우 기타 서비스업과 달리 배송, 온라인 서비스로 대체할 수 없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영세한 업장의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는데요. 그 결과 장기 휴업, 폐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세신사, 카운터 직원들도 많았습니다.

수십 년 몸담은 목욕업 포기, 변신 택해

목욕탕에서 커피숍으로 변신한 한 건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년간 몸담았던 목욕업을 포기하는 업주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기존의 업장을 보수하거나 리모델링해 경쟁력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물과 토지를 매입한 경우 내장공사, 리모델링 등을 통해 건물의 용도 자체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았죠. 한 건설 업체에선 목욕탕을 운영했던 한 건물을 매입해 사무 공간 등으로 용도를 변경했는데요. 임대 수입, 관리비 수입, 주차료, 대관, 대실료 등의 기타 수입을 챙길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식당, 전시 공간 등으로 탈바꿈한 목욕탕

여전히 유행 중인 '레트로' 문화를 반영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과거의 목욕탕 시설, 타일 등을 살려 카페, 식당 등으로 업종을 아예 변경했죠. 일부 목욕탕은 예술가들에게 주목받으며 복합 문화 공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과거부터 이어져 온 목욕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던 '목욕'의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업주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현 상황에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글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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