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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라 돈 많이 버냐고요? “1만 원짜리 콜 받고 4500원 떼입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9시 이후 매장 내 식사 금지’가 일상이 되면서 저녁 시간을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바깥에서 식사를 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귀가 시간이 빨라지고 있죠. 이런 상황에 대리운전기사들의 영업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대리운전기사들은 비바람을 뚫고 뛰어가도 1만 원도 채 안 되는 금액을 받는다며, ‘중간착취’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대리운전기사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대리기사들이 수수료와 보험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 KBS <시사 반점>

대리기사들이 수수료와 보험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 KBS <시사 반점>


거리 두기 단계 강화에 따라 밤 9시 이전에 귀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주말은 물론 업무까지 집에서 하며 나가지 않는 상황에 배달 업계가 대호황을 누리고 있는데요. 반면 같은 운전 업종인 ‘대리운전’은 오히려 업계 내 경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한 대리운전기사 A 씨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1만 원짜리 대리 ‘콜’을 받아 일하면, 수중에는 5,500원 밖에 남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 이유는 4,500원이 수수료였기 때문인데요. A 씨는 업체에서 2~30%의 중개 수수료를 떼가고, 프로그램 사용료와 교통비 등을 빼면 원금의 절반가량만 남는다고 전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대리운전기사들은 매달 10만 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는데요. 기사들은 여러 곳에 대리운전 업체에 동시에 등록하기 때문에, 업체마다 단체보험에 중복 가입하면서 보험료가 불어나게 되죠. A 씨는 “대리운전 업체에서 보험사에 주는 원 금액은 5만 원인데, 나머지 5만 원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라며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셔틀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 경인일보

대리운전 기사들이 셔틀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 경인일보


사실 그동안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계속해서 중간착취가 있었습니다.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기사들이 고객을 데려다주고 난 뒤에 어떻게 되돌아갈지 궁금해하셨던 적이 있을 텐데요. 보통 택시나 대중교통, 전동 킥보드를 타거나 회사에서 운영하는 ‘셔틀’을 이용합니다.


A 씨가 속해있는 업체에서는 한 명의 기사가 출퇴근용 셔틀버스비로 3,000원을 지불하고 있는데요. 만약 대리기사 5,000명이 셔틀비를 내면 한 달에 총 4억 원이 생기게 되죠. 셔틀 운영 비용은 월 1억 원 정도라고 하니, 업체는 실제 콜 수와 상관없이 기사가 많아질수록 이익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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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리운전 중개 업체들은 보통 2~30%의 수수료를 받는데요. 기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인 ‘카카오 T 대리’는 20%의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현행법상 대리운전기사는 특수고용직으로, 산업재해 보상도 어려운 상황인데요. 이런 열악한 상황에 전국대리운전노조는 지난 2020년 7월에 합법노조로 인정받아 카카오 모빌리티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도 이를 인정해 카카오 모빌리티에게 교섭에 나설 것은 권고했죠.

돌봄 노동자, 청소 노동자, 경비원 등이 중간착취를 겪고 있다. / 한겨레신문, 가사도우미 어플 <미소>

돌봄 노동자, 청소 노동자, 경비원 등이 중간착취를 겪고 있다. / 한겨레신문, 가사도우미 어플 <미소>

이렇게 대리운전 업계에서 중간착취가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간접고용’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간착취’란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개입해 중간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근로기준법 9조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노동자들 사이에서 중간착취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콜센터 직원, 경비원, 청소노동자, 폐기물 수거 노동자, 조리원 등을 망라할 정도로 수십 개 직업에서 나타나고 있죠.

이와 관련해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의 한 연구위원은 대리운전기사를 포함해 월급이 아니라 건당 수수료를 받는 화물차 운전자, 퀵서비스 또는 택배 노동자, 학습지 교사, 방송작가 등 특수고용노동자가 법상 ‘근로자’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파견이나 용역의 형태로 이뤄지던 방식이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플랫폼을 통해 노동 중개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는데요. 위와 같은 특수 고용 노동자들은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처우와 어려워진 생계로 배달대행 아르바이트 등 ‘투잡’을 고민하는 대리운전기사들도 있습니다. 대리운전 관련 카페에서는 수입이 50%가 감소했다며 배달 대행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9시 영업 제한 이후 해당 시간에만 대리 ‘콜’이 몰리고 있다. / 중앙일보, 카카오 모빌리티

9시 영업 제한 이후 해당 시간에만 대리 ‘콜’이 몰리고 있다. / 중앙일보, 카카오 모빌리티


한편, 대리기사뿐만 아니라 사용자들도 대리운전에 대해 불편을 느끼고 있는데요. 대리운전 이용자 B 씨는 “평소에 2만 6,000원 나오던 대리요금이 4만 3,000원이 나와 깜짝 놀랐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대리운전 이용자도 “요즘 대리운전은 저녁을 먹기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8~9시에 부르면 잡히지도 않고 가격을 올리라고만 한다”라며 서비스를 이용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을 설명했는데요. 대리운전기사들은 밤 9시를 전후로 한 특정 시간대에만 몰리는 상황에서 수입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손님을 찾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특수 고용 노동자에게 고용 안정 지원금을 지급했다. / 연합뉴스

정부와 지자체는 특수 고용 노동자에게 고용 안정 지원금을 지급했다. /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2일 발표한 통계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리운전기사의 소득은 3~4월에만 평균 42.8%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정부도 수입이 감소한 특수고용노동자 등에게 3차례에 걸쳐 고용안정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보다 근본적인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금융위원회는 대리운전기사들의 단체 보험 중복 가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전용 보험을 출시했습니다. 신규 온라인 보험이 출시되면서 대리운전기사의 개인보험 가입 비용이 현재보다 15% 절감되어 기사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대리운전 업체가 대리기사의 개인보험 가입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조회시스템도 생길 예정입니다. 현재 콜마너, 로비, 아이콘소프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4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약90%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금융위는 콜마너 외 다른 업체들과도 2~3월 중 전산연결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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