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라서 줄었냐구요?’ 요즘 결혼하려면 평균 이만큼 써야 합니다.
해가 갈수록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가 더 강화되고 있는데요. 최근 한 결혼정보 회사가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2년간 결혼한 이들의 평균 연령은 남성은 36.7세, 여성은 33.6세로 나타났습니다. 16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2.9세 3.2세 늦어진 것인데요. 이는 청년들 사이에서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가치관이 번진 탓도 있지만, 결혼을 하고 싶어도 결혼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혼을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당장이라도 동사무소에 가 혼인신고를 하면 법적 부부가 될 수 있지만, 많은 이들 앞에서 결혼을 축하받는 결혼식을 하기 위해선 웨딩홀, 예물, 예단, 집 등등 큰돈이 들어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모아둔 돈이 없으면 결혼 결심조차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입을 모으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대체 결혼을 위해 예비 신혼부부들은 얼마의 돈을 마련해야 하길래 이런 걸까요?
웨딩컨설팅 업체인 듀오웨드는 지난해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여 통계를 낸 ‘2020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가 결혼을 위해 쓴 비용은 평균 1억 5332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70.4%라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단연 ‘주택 마련’으로 해당 항목에서만 1억 8천만 원이 쓰였는데요.
주택을 제외한 예식비용으로는 평균 1246만 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허례허식을 걷어낸 간소화된 결혼식이 하나의 트렌드라고는 하나 많은 신혼부부들은 주변의 이목과 체면, 그리고 양가 부모님들의 반대로 생각만큼 결혼 준비에 드는 비용을 줄이지 못했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결혼 2년 차에 접어든 김 모 씨는 “남편과 결혼 전에 서로 예단은 하지 않기로 합의를 봤는데 친구네 며느리는 밍크 아니면 명품 가방을 준다더라는 어머님의 말에 차마 안 하기로 합의 봤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라며 “결혼식도 본래 정말 친한 지인들만 불러 모아 하기로 했으나 ‘그간 낸 축의금을 거둬야 한다’라는 양가 부모님의 성화로 결국 웨딩홀에서 두 번째로 큰 식장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는 결혼 과정에서 양가 부모님의 자금을 지원받은 만큼 본인과 남편이 하고 싶은 것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걸까요? 웨딩업계에 따르면, 보통 결혼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웨딩홀, 신혼여행, 스 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가전가구, 예물, 예단, 한복, 예복 등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데요.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예식이 끝난 뒤 후불로 결제하는 것이 보통인 예식장 비용은 대개 축의금에서 충당하고도 많이 남습니다.
신혼여행의 경우 코로나19가 번지기 전 해외여행 5박 7일 일정을 기준으로 2인 500만 원 정도의 예산을 잡는 것이 보통인데요. 웨딩사진을 위한 스튜디오 촬영, 본식 및 웨딩촬영을 위한 드레스 및 메이크업을 통칭하는 일명 ‘스드메’는 부수적인 비용까지 다 합해 평균 45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웨딩 트렌드에 비춰보아 예물은 거창하게 다이아세트 등을 맞추기보단 부부가 결혼반지만 나눠끼는 식으로 250만 원가량이 든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예단입니다. 현직 웨딩플래너 A 씨는 “통상적으로 신혼집을 미련하는데 양가가 보태준 금액의 10%가 예단비로 든다고 보면 된다”라며 “집 가격에 따라 예단비는 천차만별이지만 그럼에도 평균을 낸다고 하면 통상 1천만 원으로 잡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예단을 놓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명 ‘반반 결혼’ 임에도 한 집안에서 너무 과도한 금액의 예단을 요구하거나, 이와 반대로 금전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음에도 예단을 전혀 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식장에 입장하기도 전 결혼이 없던 일로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하죠.
이외 신혼집을 채울 가전, 가구의 경우 최대한 합리적으로 구매한다는 가정하에 예산을 평균 1500만 원으로 잡고, 마지막으로 한복은 부모님 것까지 합쳐 최소 300만 원이 든다고 보면 되는데요. 정리하자면 집을 제외한 결혼 준비 자금은 1사람당 최소 4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2030세대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기가 번 돈으로 4천만 원을 마련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데요. 국내 한 취업 플랫폼이 올해 3월 발표한 중소기업의 대졸 신입 사원 평균 연봉은 2793만 원이었습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연봉이 오르는 장밋빛 미래를 그려봐도 20대 후반 30대 초로 특정되는 결혼 적령기에 4천만 원이라는 목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결혼 자금 마련에 대한 심리적 불안,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최근엔 스몰 웨딩이 또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스몰 웨딩 전문 컨설팅 업체 관계자 김 모 씨는 “지난해 대비 올해 스몰 웨딩 예약 건수가 3배 이상 늘었다”라며 “내년 상반기뿐만 아니라 다음 해 가을까지 예약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안모 씨는 “예전에는 예비부부가 스몰 웨딩을 하고 싶어도 집안 어른들의 반대로 스몰 웨딩을 포기하는 분들이 많았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기성세대도 스몰 웨딩을 대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 지켜보자며 해를 넘기는 대신 작은 규모라도 식을 치르고자 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결혼 비용 마련 문제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는 이들도 있죠. 바로 비혼 주의자들인데요. 2030 세대에서 비혼을 지지하는 이들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1.2%로 10년 JS 수치인 64.7%에 비해 13.5%p 떨어졌는데요.
비혼을 지지하는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 결과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남자 응답자들 사이에서 2위, 여자 응답자들 사이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가운데 20대 여성의 비혼 지지는 특히 더 두드러지는데요.
비혼·비연애·비출산·비성관계를 지지하는 ‘4B 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이죠. 이와 관련해 서울 소재 대학의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하면 개인의 성장과 타인에 대한 돌봄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다다랐다”라며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기르는 일은 사회의 공동 책임이기도 하기에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지금보다 더 갖춰져야 상황은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금까지 결혼 준비에 드는 비용과 비혼 주의 증가 추세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여러분들은 현재 국내 결혼 문화와 관련해 어떤 점이 개선이 필요하다 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