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대박 아이템으로 손 꼽히다 사라진 프랜차이즈의 공통점
유행 프랜차이즈 업체 인기 1~2년
상표권 다툼, 무분별한 가맹 계약으로 경영 악화
벌집 아이스크림, 불닭, 치즈 등갈비 등 힘 잃은 과거의 인기 메뉴들
최근 유행 중인 흑당 밀크티 집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ㅣ 출처 enewstoday |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개성 있는 작은 가게도 좋지만, 점포 수 많고 시설도 깔끔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더 쉽게 발길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익숙한 맛을 보장하기 때문에 실패의 위험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죠. 만일 현재 유행하는 음식까지 팔고 있다면 더 많은 손님의 발걸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2018년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의 폐점률은 8%에 달한다ㅣ 출처 munhwa.com |
이렇게 여러 가지 이점을 지닌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생명은 그러나 그리 길지 못합니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 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프랜차이즈 폐점률이 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매장 밖 긴 줄을 자랑하던 프랜차이즈가 결국 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한동안 인기를 끌다 사라지거나 규모가 대폭 축소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빔만두의 추억, 장우동
'다양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분식집'하면 김밥천국을 위시한 김밥 프랜차이즈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겠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동 프랜차이즈가 분식업계의 대세였습니다. 선발주자 용우동부터 한우동, 장우동 등의 브랜드가 인기를 끌었죠.
그중 ' 베풀 장(張)' 자가 들어간 로고와 파란색 간판이 눈에 띄던 장우동은 대구 지역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지점을 내며 사랑을 받았는데요. 우동도 우동이지만, 매콤 달콤한 양념과 채소를 섞어 튀긴 만두피에 싸먹는 비빔만두가 숨은 주력 메뉴였죠.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우동집 프랜차이즈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장우동 역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서울 시내에는 현재 신림동의 장우동 서울대점 하나만이 남아있죠. 다만 대구 및 경북지역과 부산, 경남 지역에서는 여전히 몇몇 지점이 운영 중입니다.
그네 타고 먹는 과일 빙수의 맛, 캔모아
출처 Instagram @mindy_1004 |
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생과일 전문점 '캔모아'도 있습니다. 꽃무늬 패브릭으로 꾸민 아기자기한 실내에는 그네로 된 좌석도 있었죠. 인기 메뉴는 과일 빙수였지만, 사실 사이드로 딸려 나오는 토스트+생크림 조합 때문에 캔모아를 찾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주머니 사정은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따끈한 토스트와 생크림이 무한 제공된다는 건 굉장히 큰 매력으로 다가왔죠.
캔모아는 분식메뉴를 출시하며 재도약을 노렸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는 못했다ㅣ출처 Instagram @ss.eony |
1999년 첫 매장을 오픈한 뒤로 500여 개까지 매장을 늘렸던 캔모아는 현재 그 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인데요. 2000년대 후반부터 커피와 곁들이는 디저트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폐업하는 캔모아 매장이 늘어났죠.
캔모아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떡볶이, 양념 감자 등 신메뉴를 선보였지만 돌아서는 손님들의 발걸음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었는데요. 현재 전국에서 영업 중인 캔모아 매장은 20여 개에 그칩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벌집 아이스크림
유기농 소프트아이스크림에 꿀이 벌집째 얹힌 '벌집 아이스크림'도 한동안 인기를 끌다 쇠퇴기를 맞이했습니다. 소프트리, 밀크 카우 등의 브랜드에서 판매하던 벌집 아이스크림은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서 벌집에 파라핀 성분이 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위기를 맞이했는데요.
밀크 카우 측은 "우리가 사용하는 벌꿀은 사단법인 양봉협회에서 시험 성적 통지서를 받은 것이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요구하는 검사 기준을 통과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해명했죠. 그런데 양봉협회는 밀크 카우가 제시한 성적서는 불완전하며 일부 항목만을 검사한 결과라고 반박합니다. 이후 한동안 벌집 성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었고, 벌집 아이스크림은 점점 그 인기를 잃고 유행에서 밀려났죠.
소프트리 역시 "2014년 2월부터 천연 벌꿀의 생산량에 맞춰 소량의 제품 판매와 일시 품절, 허니칩 중단 등의 조취를 취했다"고 밝혔지만 2015년 4억, 2016년 3억 1천만 원, 2017년에는 2억 9200만 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누룽지와 불닭 콤비, 홍초 불닭
한국인처럼 매운맛으로 끝장을 보려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요? 매운 갈비찜, 불닭 볶음면에 이어 최근에는 알싸한 매운맛의 마라 양념이 첨가된 음식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데요. 이천 년대 초반에도 매운 음식 유행은 있었습니다.
얼얼한 불닭과 뜨거운 누룽지 콤보의 인기는 2004~2005년에 절정이었다ㅣ 출처 네이버 블로그 '김청순' |
'홍초 불닭'을 비롯한 불닭 브랜드들이 동네마다 하나씩은 꼭 있었죠. 그야말로 입에서 불이 날 정도로 매운 불닭에는 구수한 누룽지를 곁들였고, 매운맛에 약한 사람들은 치즈를 추가한 '쌈닭'을 주문해 얼얼한 혀를 진정시키곤 했죠. 지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 같은 역할을 치즈가 했던 겁니다. 한동안 전국 160여 개의 지점을 거느렸던 홍초 불닭은 그러나 2천 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었고, 현재 홍초 불닭의 전국 매장은 20개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짝 인기 누리다 힘 잃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
이 외에도 유행을 타고 특수를 누리다 금세 자취를 감춘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한국에 요거트 아이스크림 열풍을 몰고 온 레드망고는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낮은 칼로리, 그리고 다양한 토핑 메뉴를 앞세워 한동안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2003년 이화여대 근처에 첫 선을 보인 이후로 2년 만에 160개 매장을 냈던 레드망고는 후발 카피 업체들의 등장,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인기 저하로 그 세가 축소되어 현재는 10개 미만의 매장이 남아있을 뿐이죠.
매콤한 양념의 등갈비를 치즈에 찍어 먹는 치즈 등갈비는 몇 번 먹으면 질리는 맛, 비싼 가격으로 금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독일 과자 슈니발렌 역시 망치로 깨뜨려먹는 재미가 있어 입소문을 타고, 나중에는 정월대보름 부럼 대신으로까지 사랑받았지만 가격이 높은 데다 한두 번 해 본 뒤에는 재미도 반감되어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1~2년 사랑받다 자취를 감춘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이렇게 반짝 인기를 누리고 사라지는 원인으로 유사 브랜드의 난립 및 상표권 분쟁, 본사의 무분별한 가맹 계약과 갑질 등을 꼽았는데요. 프랜차이즈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정보 공개서를 통해 업체의 업력과 현장 확인 등의 절차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짧은 시간 내에 급격히 가맹점을 늘리는 업체는 주의가 필요하다는데요. 지금 유행하는 브랜드라고 해서 무턱대고 개업한다면 자칫 투자금만 잃기 쉽다는 점, 꼭 기억해야겠습니다.